전출처 : 마태우스 > 망명 덕분에....
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서재망명을 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면서 무척이나 비장하게 시작한 서재망명은 며칠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머쓱하기만 한 그 망명 기간이 전혀 의미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심술궂고 장난을 잘치는 '부리'라는 인물이 탄생해 자아분열 놀이를 하게 된 것이 조그만 성과라면, 내가 알라딘 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큰 성과일 것이다. 망명을 했다 돌아온 나를 환영한다며 선물을 한 분이 계시다. 그분이 주신 책이 바로 <다빈치 코드>,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결정해야지, 하고 있는데 받은 책이라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감사드린다. 하여간 앞으로도 망명을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럴만한 건수가 없다는 거다. '아무도 추천을 안해준다'는 것도 좀 허접한 이유고, '날씨가 더워서'라고 하면 카뮈를 따라하는 것 같고. 뭔가 좋은 건수가 없을까?

<미켈란젤로의 복수>라는 책이 있다. <파라오의 음모>라는 말도 안되는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반덴베르크의 작품인데 (독일 사람들은 마음도 좋지!), 그래도 이 책 하나는 그런대로 재미있다.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는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한 대우에 복수하는 뜻에서 벽화 밑에 '아블라피아'라는 단어를 써 넣는데,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여럿이 죽는다.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그 책을 여러번 떠올렸다. 두 책 모두 추리소설이고, 예수의 삶에 얽힌 비밀을 둘러싼 음모를 다루고 있다.  두 책 중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난 <미켈란젤로의 복수>를 택할 것 같다. 왜? 리뷰의 대가 마냐님의 말이다. "추리소설에 우연이 남발되면 긴장이 떨어진다" <다빈치 코드>는 우연에의 의존도가 크다. 박물관 관장이 알고보니 할아버지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부인이었으며, 청년은 친오빠였다! 게다가 흥미를 유발하려는 노력이 지나쳤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뒤를 돌아본 주인공은 매우 놀랐다"고 끝을 맺는데, 다음 단락에 가면 그 놀란 이유가 별 게 아니다. "알고보니 자기 그림자에 놀란 거였다"

하지만 이 책이 꽤 재미있긴 했다. 읽는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했으며-비록 자기 그림자에 놀란 거라고 할지라도-저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지식은 내 무식을 일깨워 미술공부에 매진해야겠다는, 그리고 루브르를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한가지만 더. 책에 나온대로라면 여주인공은 지적일 뿐 아니라 굉장한 미녀이기도 하다. 그녀는 랭던을 도와 길고긴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그 과정에서 한번도 미인계를 쓰지 않는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예컨대 살인자가 총부리를 들이댈 때 가슴을 살포시 보여준다든지, 바지를 살짝만 걷어도 효과가 있을텐데 말이다. 게다가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참으로 이상해, 그녀의 미모에 별 관심이 없다. 그녀의 상관인 반장은 그녀를 별 이유도 없이-직원들의 업무능력을 떨어뜨린다나?-싫어하고, 남자주인공인 랭던도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하여간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 중 그녀에게 집적거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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