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구판절판


우리의 정신 속에는 원본능, 자아, 초자아의 세 영역이 있습니다. 원본능은 오직 쾌락원칙만을 추구하고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욕망 충족을 향해 내달립니다. 자아는 현실 원칙을 참조하여 원본능을 사회적으로 수용될 만한 수준에서 만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초자아는 바로 그 자아가 하는 일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초자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자아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고, 단지 자아를 감시하고 통제할 뿐입니다.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아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초자아가 너무 무섭게 자아를 노려보고 있어 죄의식이나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원본능의 충동에 밀려 공격성이나 성적 욕망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심리 치료가 가장 먼저 제공하는 것은 자아를 강화시켜 주는 일입니다.-31p쪽

정신분석 현장에서 행해지는 문제 해결의 과정은 '내가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 치료 동맹 속에서 자아를 강화하는 단계, 전이를 통해 내면에 억압된 감정을 알아차리는 단계, 유아기적 생존법인 방어기제를 자각하는 단계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방어가 해체되면서 내면에 억압되어 있던 감정들이 언어로, 행동으로 표출됩니다. 그것을 '전이 행동화'라고 합니다.-53p쪽

우리의 내면에는 생존 욕망과 죽음 욕망, 자기 보존 욕구와 자기 파괴 욕구, 현실 원칙을 따르는 본응과 쾌락 원칙을 따르는 본능 등의 상반된 힘이 공존합니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학에서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의 어두운 측면이 밝은 측면과 짝을 이룬다고 해서 '양가감정'이라 일컫습니다. 융 학파 정신분석학에서는 그런 측면을 밝은 의식의 반대편에 있는 어두운 면이라는 뜻에서 '그림자'라고 부릅니다. (중략) 이제는 바로 그 못나고 추악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어두운 측면들을 하나씩 꺼내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보살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59p쪽

내면에 억압해둔 어둡고 위험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밝고 건강한 의식 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양가감정을 통합한다'고 일컫습니다. 양가감정을 통합하면 자아가 강해집니다. 내면을 억압하는데 쏟던 에너지를 거두어 자아가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양가감정을 통합하면 또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 됩니다. 억압하고 외면해둔 내면에는 엄청난 지혜와 창조성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만하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게 되며, 그때 진정한 마음의 치료가 이루어집니다.-63p쪽

부부 사이에는 갈등을 조절하고 욕구를 협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혼 초기의 부부들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입니다. 싸우는 부부가 건강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전혀 갈등이 없다면 그것은 부부 중 한쪽이 희생하고 있거나, 제3자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94p쪽

현대 정신분석학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전의 부모가 권위적이고 엄격하고 지도하는 양육 방식을 취했던 것에 반해, 현대의 부모는 자녀와 친밀한 정서적 관계를 나누는 것이 더 나은 부모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훌륭한 부모는 좋은 친구입니다.-101p쪽

황홀기가 지나면 상대에 대한 미화된 이미지가 깨지면서 사랑의 환상이 걷히는 시기가 옵니다. 이 단계에서는 서로의 구체적 성격을 점검하고 현실적인 태도들을 측정합니다. 실망이나 좌절이 있어도 사랑이 분노보다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관계를 이끌어갑니다. 협상과 양보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아가 강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갈등기를 무사히 넘기면 그 다음에는 안정기로 접어듭니다. 최조의 절정감이나 도취의 느낌과는 다르지만 충만하고 편안하며 만족스러운 느낌은 유지됩니다. 그 과정으로 진입하면 사랑의 항상성이 확보되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169p쪽

정신분석은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 사랑에는 애착의 감정뿐 아니라 성적 욕망이라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태생부터 성적 욕망과 공격성을 타고나는 존재이며, 두 가지는 서로 한 몸입니다.-216p쪽

제 윗세대 선배 중에는 남편이 출장 갈 때 콘돔을 챙겨준다는 분이 있습니다. 어차피 외도할 건데, 안전하게 하는 게 낫다는 거지요. 같은 세대의 선배 한 사람은 남편에게 이렇게 다짐한답니다. "세 가지만 약속해. 내가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 나한테 병을 옮기지 않는 것. 아이를 낳아서 데려오지 않는 것." (중략)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가졌고, 그 현실에 적응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며,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234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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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7월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전 개인적으로 이런 날씨 좋아합니다.
    꾸물꾸물하고 음침한 것이
    이런 날은 좀 나태해져 있어도 될 것만 같은...

근데 전 안녕하지 못합니다.
아저씨때문이죠...
어제밤에서야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 읽었습니다.
뒷부분이 너무 슬퍼서
엉엉 울면서 읽었습니다.
거기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맥주를 4캔이나 마셔버리는 바람에
지금 머리가 아파 죽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거 다 읽고 나서
북받치는 감정을 누를 길이 없어
아저씨한테 메일 쓰려다가
취해서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메일을 보내지 못한 겁니다.

어제밤에 그 메일 보냈으면
오늘 아침 얼마나 창피했을까....

하여튼,
지금 눈은 퉁퉁 붓고,
속은 뒤집어지고,
머리는 지끈지끈....
최악의 컨디션입니다.

근데,
영주를 죽이다니
그 작가 너무 합니다.
그 집안의 유일한 웃음원을...
이게 아직도 제일 속상합니다.


사무실 Outlook에 쌓여있는 메일을 정리하다 작년에 받았던 친구의 메일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맘때쯤 혼자서 울고웃으면서 읽었던 소설을 그 친구에게도 선물했었는데, 위에서 보신바와 같이 아주 멋진 글을 보내왔었습니다. 아주 속이 쓰린 서평이지요. 그냥 지운편지함으로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페이퍼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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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ne 2007-02-0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지하철 타고 가면서 이 부분을 봤었는데.. 눈 빨개져서 창밖 한번 보고, 책보고.. 아주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니깐요..~~

dalpan 2007-02-1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만도 한 소설이지요...irene님 다음에는 그런 부분이 나오면 아껴두셨다가 댁에서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ㅎㅎㅎ. 저는 그렇게 합니다.

다락방 2007-02-1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이 작가의 [달의 제단]을 아주 가슴아프게 읽었더랬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날까요..

dalpan 2007-02-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심윤경씨의 달의 제단에 대해서는 평들이 무성해서 저는 아직까지 안읽어봤습니다만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아마 그 작가의 작품이니 그 감정...고스란히 아니 더 크게 살아날거라 봐요. 가만 생각해보니 주인공 동구가 들려주는 얘기가 마치 어릴 적 다락방에서 혼자 놀던 시절의 얘기같다는 생각도 불현듯 드네요.
 

[한겨레] 시험감독 없던 중학교…그때 아하~ 깨달았죠
한겨레  
» 크리스찬아카데미 연극동아리 ‘혼’ 워크숍과 1977년 열린 크리스찬아카데미 대학생 모임에 참석한 손 대표(원 안)
홍보대행 인컴브로더의 ‘느림 경영’
2막-사람 중심 기업문화 꽃피우기까지

홍보대행사 인컴브로더의 ‘느림 경영’ 실험을 지난 주에 이어 소개한다. 이번에는 노동시간 줄이기를 비롯한 여러 실험들이 ‘왜?’ ‘어떻게?’ 가능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기업, 기관이 업무 혁신을 꿈꾸되, 실제로는 되레 과욋일이 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직장의 이야기를 애초 3주간 다루려던 계획을 바꿔, 이번 주로 맺는다.

어떻게 하면 일하는 시간을 줄일까. 인컴브로더 등 세 회사가 지난해 1월 강원도 춘천시에서 연 팀장 워크숍의 주요 주제였다. 논의 끝에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만 제안을 내기로 했다. 홍보 대행사의 고객은 많은 곳에 제안을 할수록 늘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직원들의 일도 많아지게 된다.손용석 대표이사와 팀장들은 고객 수를 늘리는 대신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더 큰 가치를 뒀다. 그 결과 인컴브로더 등 세 회사가 지난해 신규 고객 ‘개발’을 위해 낸 제안 수는 그러께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일을 줄이자 제안서에 담긴 내용이 더욱 알차져 성공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졌다. 모험 같은 결정이었지만 회사 매출은 오히려 더 나아졌다.

» 웃고있는 손 대표(왼쪽사진) 인컴브로더 등 세 회사 직원들은 쉐어링웬즈데이, 애드나이트, 펀데이 등 여러 모임과 행사를 통해 자신의 재능과 지식을 동료들과 나눈다. 사진은 ‘피아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오른쪽사진)

다음으로 다섯 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하는 ‘다일 데이’를 만들었다. 직원들은 일주일에 하루씩 ‘다일 데이’를 쓸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지난해 10% 가량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인컴브로더는 이처럼 더디 가도 사람을 소중히 여기려고 노력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광고·홍보 시장에 한파가 밀어닥쳤다. 1998년초 ‘인컴’은 위기 극복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해고는 하지 않는다. 둘째, 급여 삭감도 없다. 세째, 경비를 최대한 절감한다. 1997년 입사해 도모컨설팅에서 일하고 있는 최윤혁 부장은 “인력이나 급여를 줄이지 않겠다는 대표이사의 말은 무척 감동적이었다”며 “직원들은 더욱 똘똘 뭉쳐 열심히 일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손 대표는 “이익잉여금이 6억원 정도 있었는데 그 돈으로 버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시장상황이 바뀌었다. 다음해 외국계 기업이 대거 국내에 진출하면서 홍보대행 수요가 늘었다. 이때 ‘인컴’은 또 다른 기회를 누렸다. 사람을 자르지 않고 있던데다, 다른 회사에서 밀려나 있던 양질의 피아르 인력도 ‘인컴’이 흡수해, 늘어난 물량을 적기에 소화하게 된 것이다.

손 대표는 2002년 사재 2억원을 출연해 인컴피아르재단을 만들어 이우학교, 들꽃청소년세상,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노인복지회 등에 무료로 컨설팅을 했다. 들꽃청소년세상 김현수 목사는 “주위에 우리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재단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들꽃청소년세상이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재단 일에 열심이다. 재단 운영을 맡고 있는 도모컨설팅 박일준 부사장은 “2~3개월 가량 밤늦게까지 혹은 휴일에 가욋일을 해야함에도 늘 필요한 사람보다 지원자가 2~3배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연말연시에 물건을 한 점씩 갖고와 경매 행사를 열어 모은 수익금을 복지단체에 보내기도 한다.

‘인컴’의 기업 문화는 외국계 기업으로부터도 인정받았다. 외국계 홍보대행사들이 국내에 몰려들기 시작한 2000년을 전후해 ‘인컴’은 자신들과 경영 철학이 가깝다고 느껴지는 브로더월드와이드와 제휴해 인컴브로더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브로더’의 존 브로더 회장은 인컴의 기업 문화에 감동받아 자신의 경쟁사인 플레시먼힐러드 존 그레엄 회장에게 한국 진출 때 이 회사를 파트너로 선택하도록 추천했다. 손 대표가 인컴브로더와 플레시먼힐러드 대표이사를 함께 맡게 된 이유다.

손 대표는 회사를 이렇게 이끌고 있는 자신의 가치관이 청소년기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참 좋은 중학교를 다녔다”. 서울 건국대부속중학교의 전신인 건국중학교다. “외대 초대 학장인 안호삼 선생이 참교육의 뜻을 펼치고자 만든 학교로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했어요.” 감독이 없이 시험을 치르고, 학교 안에 무인판매대를 운영하고,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했던 그 학교에서 손 대표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푸른 꿈을 안고 들어간 명문 경기고의 ‘엄격함’은 그에게 상처를 줬다. 공부도 싫어져 그는 “공부하기보다 생각하는 학생”으로 바뀌었고, 부모님이 다니던 경동교회 다니고 크리스찬아카데미 활동을 하며 강원룡 목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목사님은 참된 크리스찬이라면 기복 신앙에서 벗어나고, 현실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며 베풀고 나누는,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야함을 강조하셨어요.”

그는 경동교회 학생부 교사에 이어 크리스챤아카데미 여성 담당 간사로 일했던 한명숙 총리를 통해 여성 문제에도 눈을 떴다. 그런 이유로 인컴브로더 등에는 성차별이 없다. 임신 여성에게 1달에 하루 유급 휴가를 주는 등 여성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많은 회사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하세영 전략기획팀장은 “급식 당번으로 학교에 갈 때 한번도 눈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님은 회식 때 성과 관련된 농담조차 하지 않는다”며 “성희롱은 생각할 수도 없는게 회사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공항타워 24층 인컴브로더 사무실 안내데스크에 걸린 액자에는 손 대표의 가치관이 담긴 글이 걸려 있다. ‘나를 위한 채움, 우리를 위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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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직원들 일 줄이면 사장님 입이 귀에 걸려요
한겨레  
» 피알과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인컴브로더는 혁신, 창의성, 윤리외에 재미도 핵심 가치로 꼽고 있다. 재미없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는 대표이사와 간부들, 회사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뜻을 한 데 모으는 직원들. 손용석 대표이사(가운데)와 직원들은 회사를 행복공동체로 만드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홍보대행 인컴브로더의 ‘느림 경영’ 1막-직원들 행복이 우선이다

인컴브로더, 플래시먼힐러드, 도모컨설팅 등 세 기업(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대표 손용석 등)은 관계회사로 묶인 외국계 홍보대행사다. 직원 80여명으로 관련 업계에선 규모가 꽤 큰 편이다. 〈한겨레〉가 이 회사를 찾은 까닭은 매출 규모나 그들의 주업무인 홍보대행 능력을 상찬하려 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직원의 만족도와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좇는 독특한 기업문화 실험에 끌려서다. 이들의 실험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손용석 인컴브로더 대표에게 최근의 관심사를 물었다. 커뮤니케이션과 피아르 전문기업의 시이오 입에서는 뜻밖의 답이 나왔다.

“저는 요즈음 우리 직원들이 정말로 행복한지 너무 궁금해요.” ‘우리 직원’에는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또다른 피아르 전문기업인 플래시먼힐러드와 그가 만든 ‘관계회사’인 도모컨설팅의 직원까지 포함된다.

얼핏 ‘입에 발린 말’처럼도 들린다. 그래서 기자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이들의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직원 여러 사람에게 이 회사를 선택해 붙어 있는 이유를 물었다. 일부 퇴직자도 만나 좀더 ‘솔직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컬처요”, “기업 컬처입니다”, “회사 분위기요”, “기업 문화요”, “컬처”, “컬처”, “컬처”. 모두들 기업 문화를 들었다.

이들이 답한 기업 문화는 이 회사의 안식월제에 잘 드러나 있다. 인컴브로더 등 세 회사는 3년에 한번씩 직원들에게 안식월을 준다. 연봉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직원과 함께 가는 1촌 이내 가족의 교통비를 지원한다. 회사 설립 때 만들어진 안식월제는 1998년 아이엠에프 사태 때도 거르지 않고 시행됐다.

안식월제는 회사로서는 손해처럼 보이는 제도다. 비록 다른 직원들이 일을 나눠 맡는다고 하지만 일의 진척은 더딜 수밖에 없다. 인컴브로더 김지혜 부장은 지난해 9월 두 번째 안식월을 다녀왔다. 2001년 남편과의 유럽 여행에 이어 지난해에는 한달을 셋으로 쪼개 친정 부모, 시부모, 아들과 국내외 여행을 했다. 그가 없는 자리는 김성혜 부사장, 조현숙 부장, 조경운 부장, 손선미 부장 등이 메웠다. 지난해 80명의 직원 가운데 13명이 김 부장처럼 한달 동안 브라질, 쿠바, 유럽 등을 다녀왔다. 업무에 차질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안식월제 시행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고객이다. 고객들의 이해가 없이는 시행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김 부장은 “고객이 반대해 안식월을 제때 못 가는 경우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고객들이 대부분 우리 회사의 안식월제를 이해하고 부러워한다”며 “어떤 고객은 그런 문화가 있는 기업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3년꼴 안식월 주고 가족 교통비 ‘보너스’
‘검은 청탁’ 고객은 매출 손해봐도 정리
신입사원에겐 멘토 ‘백일언니’ 붙여줘
‘느림 효율성’은요?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는 것

홍보 업무는 물론 일이 많다. 고객들의 요구가 많고 언론사를 상대하다 보니 일주일에 1~2번은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한다. 손 대표이사는 “워크 앤 라이프의 밸런스가 중요함”을 계속 강조한다. 지난해 이 회사 고위급인 팀장들은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까지 했다. 하세영 전략기획팀장은 “올해 조사해 보니 지난해에 비해 직원들의 노동시간이 10% 이상 줄었다”며 “사장님과 팀장들이 아주 흐뭇해하는 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트렌드, 빠름, 속도, 경쟁 등과 가까울 것처럼 보이는 회사지만 이 회사 사람들은 여유와 즐김, 느림과 자유 속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회사 기업문화의 또 한가지 특징인 윤리경영도 ‘느림의 효율성’과 잇닿아 있다. 지난해에는 주요 고객 한 군데가 회사의 핵심 가치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기자에게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어쨌든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라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회의를 통해 전 사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 결론은 그 고객의 ‘정리’였다. 손 대표는 “(눈앞의 매출 손실이 있지만) 직원들이 회사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보람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며 ‘긴 안목’에서의 효과를 꼽았다. 15%의 손실은 다른 고객을 개발해 3개월 만에 회복했다. 몇 해 전에는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주요 고객을 ‘잘랐다’고 한다.

이 회사는 멘토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엠비엔〉에서 2004년 10월 이 회사로 자리를 옮긴 윤성은 과장은 기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의 변신이 무척 힘들었다. 일주일에 2~3번씩 밤 11시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스트레스로 몸까지 아팠다. 그는 “멘토였던 도모컨설팅의 최승호 과장님 덕에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설립 때인 1993년, 멘토링이라는 말이 낯설던 때에 이미 신입사원을 백일 동안 챙긴다는 뜻에서 ‘백일언니’라는 이름으로 멘토링을 시작했다.

이뿐이 아니다. 회사는 직원들의 동아리 활동도 적극 권장해 활동비의 70%를 회사에서 지원한다. 포도주를 즐기는 모임인 ‘와디(와인 & 디오니소스)’ 같은 모임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이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지원하고 있다.

같은 홍보대행업계의 다른 한 직원은 인컴브로더를 “꼭 가보고 싶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 해에 절반 가량이 자리를 옮기는 홍보업계의 현실과 달리 이 회사의 이직률은 10%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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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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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이 책을 선물받았을 때 기쁜 마음에 비해 어쩐지 제목이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자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도 하거니와, 중국소설은 아직까지 많이 접하지 않은 탓인가 했다. 가만가만 생각해보니 삼국지, 손자병법과 같은 한국작가의 중국소설을 접한 이후로 중국작가의 소설을 첫번째로 읽어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란 사실도 이제야 알았다.

그런저런 생소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젠 친근해지고 읽는 내내 함께 호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한 인간의 삶이 그리 낯선 것이 아니며, 역사를 통틀어 사람이 가족을 이룬 이후 비록 문화는 틀릴지 몰라도 살아가는 인생역정은 현재의 나, 혹은 읽는 누구나의 얘기도 될 수 있는 개연성에 있지 않나 싶다. 허삼관(許三觀)은 주인공의 이름이며, 매혈기(賣血記)는 말그대로 피를 팔러다닌 인생역정의 기록이다. 왜 피를 팔았는지, 그리고 그가 팔았던 피는 그의 인생에서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다만 작가처럼 엮어내지 못했을 뿐, 혹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지 않았을 뿐이다.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안 셈이지요. 제가 공장에서 일해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이 피 흘려 번 돈을 함부로 써 버릴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지요."(31p) 주인공 허삼관은 우연한 기회에 첫번째 매혈을 하고 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런 마음으로 그 돈으로 그는 '허옥란'과 결혼을 하여 아들 셋을 낳고 가정을 이루지만, 그의 매혈은 인생의 질곡마다 그의 머리 속에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그리하여 글 읽는 우리를 마음 조리게 하는 이 소설의 가장 큰 긴장요소이다. '허옥란'의 부정한 사실을 알고 아내의 짐을 다 들어낸 후, 그 살림살이를 찾아오기 위해서 피를 팔았고, 가뭄으로 못 먹은 가족에게 국수 한 그릇을 먹이기 위해 피를 팔았고,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위험천만한 매혈여정을 감행한다.

"아니, 먼저는 힘을 싹 팔았고, 그 다음엔 온기를 싹 팔았다더니, 그럼 이제는 목숨만 겨우 남았을텐데, 또 피를 팔면 그건 목숨을 팔아 넘기는 거 아니요?"(285p) 그런 걱정스런 만류에도 피를 팔았던 허삼관이지만, 정작 매번 피를 팔고나서 먹던 돼지간볶음과 황주 맛이 그리워, 정말로 자신을 위해 유일하게 피를 팔고 싶었을 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매정한 거절과 힘없이 늙어빠진 자신에 대한 슬픈 자각이었다. 매혈하고 후둘거리는 다리에 한기에 오돌거리는 그의 모습은 낯익은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이며,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인생여로를 다룬 많은 소설처럼 이 글에서도 순탄치 않은 가족사의 단면을 자주 보여준다. 애지중지 키우던 첫 아들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그의 배신감과 역설적 행동은 오히려 허삼관의 순박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친아비(하소용)의 죽음을 막고자 지붕 위에서 영혼이 떠나지 않게 이름을 불러대라고 아들을 타이르고는 직접 지붕에서 '일락'을 데리고 내려와 구경하는 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일락'이 죽어가는 '하소용'의 아들이 아니라 내 친아들임을 선언하는 장면은 영화였으면 눈물 한번 흥건하게 쏟아내었을 장면이다. 문화혁명 시절 인민재판을 받은 아내의 수난과 농촌 생산대에 끌려간 아들들의 모습, 첫 아들 '일락'으로 인한 많은 얘기들 속에서 갈등과 붕괴, 봉합과 치유의 가족사를 접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모두 이 단어들 사이를 오가는 시소놀이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읽었던 펄벅의 "大地"가 생각났다. 중국 농촌의 음울한 분위기가 아직도 가슴 속에서 스믈대는 듯 한데,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복잡한 인생사를 다루나 간결하고, 역설적이나 오히려 직설적이다. 일생동안 허삼관이 피를 파는 이야기를 통해 변해가는 자신의 많은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 준, 슬프나 즐거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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