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직원들 일 줄이면 사장님 입이 귀에 걸려요
한겨레  
» 피알과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인컴브로더는 혁신, 창의성, 윤리외에 재미도 핵심 가치로 꼽고 있다. 재미없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는 대표이사와 간부들, 회사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뜻을 한 데 모으는 직원들. 손용석 대표이사(가운데)와 직원들은 회사를 행복공동체로 만드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홍보대행 인컴브로더의 ‘느림 경영’ 1막-직원들 행복이 우선이다

인컴브로더, 플래시먼힐러드, 도모컨설팅 등 세 기업(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대표 손용석 등)은 관계회사로 묶인 외국계 홍보대행사다. 직원 80여명으로 관련 업계에선 규모가 꽤 큰 편이다. 〈한겨레〉가 이 회사를 찾은 까닭은 매출 규모나 그들의 주업무인 홍보대행 능력을 상찬하려 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직원의 만족도와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좇는 독특한 기업문화 실험에 끌려서다. 이들의 실험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손용석 인컴브로더 대표에게 최근의 관심사를 물었다. 커뮤니케이션과 피아르 전문기업의 시이오 입에서는 뜻밖의 답이 나왔다.

“저는 요즈음 우리 직원들이 정말로 행복한지 너무 궁금해요.” ‘우리 직원’에는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또다른 피아르 전문기업인 플래시먼힐러드와 그가 만든 ‘관계회사’인 도모컨설팅의 직원까지 포함된다.

얼핏 ‘입에 발린 말’처럼도 들린다. 그래서 기자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이들의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직원 여러 사람에게 이 회사를 선택해 붙어 있는 이유를 물었다. 일부 퇴직자도 만나 좀더 ‘솔직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컬처요”, “기업 컬처입니다”, “회사 분위기요”, “기업 문화요”, “컬처”, “컬처”, “컬처”. 모두들 기업 문화를 들었다.

이들이 답한 기업 문화는 이 회사의 안식월제에 잘 드러나 있다. 인컴브로더 등 세 회사는 3년에 한번씩 직원들에게 안식월을 준다. 연봉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직원과 함께 가는 1촌 이내 가족의 교통비를 지원한다. 회사 설립 때 만들어진 안식월제는 1998년 아이엠에프 사태 때도 거르지 않고 시행됐다.

안식월제는 회사로서는 손해처럼 보이는 제도다. 비록 다른 직원들이 일을 나눠 맡는다고 하지만 일의 진척은 더딜 수밖에 없다. 인컴브로더 김지혜 부장은 지난해 9월 두 번째 안식월을 다녀왔다. 2001년 남편과의 유럽 여행에 이어 지난해에는 한달을 셋으로 쪼개 친정 부모, 시부모, 아들과 국내외 여행을 했다. 그가 없는 자리는 김성혜 부사장, 조현숙 부장, 조경운 부장, 손선미 부장 등이 메웠다. 지난해 80명의 직원 가운데 13명이 김 부장처럼 한달 동안 브라질, 쿠바, 유럽 등을 다녀왔다. 업무에 차질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안식월제 시행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고객이다. 고객들의 이해가 없이는 시행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김 부장은 “고객이 반대해 안식월을 제때 못 가는 경우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고객들이 대부분 우리 회사의 안식월제를 이해하고 부러워한다”며 “어떤 고객은 그런 문화가 있는 기업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3년꼴 안식월 주고 가족 교통비 ‘보너스’
‘검은 청탁’ 고객은 매출 손해봐도 정리
신입사원에겐 멘토 ‘백일언니’ 붙여줘
‘느림 효율성’은요?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는 것

홍보 업무는 물론 일이 많다. 고객들의 요구가 많고 언론사를 상대하다 보니 일주일에 1~2번은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한다. 손 대표이사는 “워크 앤 라이프의 밸런스가 중요함”을 계속 강조한다. 지난해 이 회사 고위급인 팀장들은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까지 했다. 하세영 전략기획팀장은 “올해 조사해 보니 지난해에 비해 직원들의 노동시간이 10% 이상 줄었다”며 “사장님과 팀장들이 아주 흐뭇해하는 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트렌드, 빠름, 속도, 경쟁 등과 가까울 것처럼 보이는 회사지만 이 회사 사람들은 여유와 즐김, 느림과 자유 속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회사 기업문화의 또 한가지 특징인 윤리경영도 ‘느림의 효율성’과 잇닿아 있다. 지난해에는 주요 고객 한 군데가 회사의 핵심 가치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기자에게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어쨌든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라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회의를 통해 전 사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 결론은 그 고객의 ‘정리’였다. 손 대표는 “(눈앞의 매출 손실이 있지만) 직원들이 회사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데 보람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며 ‘긴 안목’에서의 효과를 꼽았다. 15%의 손실은 다른 고객을 개발해 3개월 만에 회복했다. 몇 해 전에는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주요 고객을 ‘잘랐다’고 한다.

이 회사는 멘토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엠비엔〉에서 2004년 10월 이 회사로 자리를 옮긴 윤성은 과장은 기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의 변신이 무척 힘들었다. 일주일에 2~3번씩 밤 11시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스트레스로 몸까지 아팠다. 그는 “멘토였던 도모컨설팅의 최승호 과장님 덕에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설립 때인 1993년, 멘토링이라는 말이 낯설던 때에 이미 신입사원을 백일 동안 챙긴다는 뜻에서 ‘백일언니’라는 이름으로 멘토링을 시작했다.

이뿐이 아니다. 회사는 직원들의 동아리 활동도 적극 권장해 활동비의 70%를 회사에서 지원한다. 포도주를 즐기는 모임인 ‘와디(와인 & 디오니소스)’ 같은 모임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이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지원하고 있다.

같은 홍보대행업계의 다른 한 직원은 인컴브로더를 “꼭 가보고 싶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 해에 절반 가량이 자리를 옮기는 홍보업계의 현실과 달리 이 회사의 이직률은 10%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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