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신 속에는 원본능, 자아, 초자아의 세 영역이 있습니다. 원본능은 오직 쾌락원칙만을 추구하고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욕망 충족을 향해 내달립니다. 자아는 현실 원칙을 참조하여 원본능을 사회적으로 수용될 만한 수준에서 만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초자아는 바로 그 자아가 하는 일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초자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자아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고, 단지 자아를 감시하고 통제할 뿐입니다.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아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초자아가 너무 무섭게 자아를 노려보고 있어 죄의식이나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원본능의 충동에 밀려 공격성이나 성적 욕망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심리 치료가 가장 먼저 제공하는 것은 자아를 강화시켜 주는 일입니다.-31p쪽
정신분석 현장에서 행해지는 문제 해결의 과정은 '내가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 치료 동맹 속에서 자아를 강화하는 단계, 전이를 통해 내면에 억압된 감정을 알아차리는 단계, 유아기적 생존법인 방어기제를 자각하는 단계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방어가 해체되면서 내면에 억압되어 있던 감정들이 언어로, 행동으로 표출됩니다. 그것을 '전이 행동화'라고 합니다.-53p쪽
우리의 내면에는 생존 욕망과 죽음 욕망, 자기 보존 욕구와 자기 파괴 욕구, 현실 원칙을 따르는 본응과 쾌락 원칙을 따르는 본능 등의 상반된 힘이 공존합니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프로이트 학파 정신분석학에서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의 어두운 측면이 밝은 측면과 짝을 이룬다고 해서 '양가감정'이라 일컫습니다. 융 학파 정신분석학에서는 그런 측면을 밝은 의식의 반대편에 있는 어두운 면이라는 뜻에서 '그림자'라고 부릅니다. (중략) 이제는 바로 그 못나고 추악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어두운 측면들을 하나씩 꺼내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보살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59p쪽
내면에 억압해둔 어둡고 위험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밝고 건강한 의식 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양가감정을 통합한다'고 일컫습니다. 양가감정을 통합하면 자아가 강해집니다. 내면을 억압하는데 쏟던 에너지를 거두어 자아가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양가감정을 통합하면 또한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 됩니다. 억압하고 외면해둔 내면에는 엄청난 지혜와 창조성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만하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게 되며, 그때 진정한 마음의 치료가 이루어집니다.-63p쪽
부부 사이에는 갈등을 조절하고 욕구를 협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혼 초기의 부부들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입니다. 싸우는 부부가 건강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전혀 갈등이 없다면 그것은 부부 중 한쪽이 희생하고 있거나, 제3자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94p쪽
현대 정신분석학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전의 부모가 권위적이고 엄격하고 지도하는 양육 방식을 취했던 것에 반해, 현대의 부모는 자녀와 친밀한 정서적 관계를 나누는 것이 더 나은 부모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훌륭한 부모는 좋은 친구입니다.-101p쪽
황홀기가 지나면 상대에 대한 미화된 이미지가 깨지면서 사랑의 환상이 걷히는 시기가 옵니다. 이 단계에서는 서로의 구체적 성격을 점검하고 현실적인 태도들을 측정합니다. 실망이나 좌절이 있어도 사랑이 분노보다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관계를 이끌어갑니다. 협상과 양보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아가 강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갈등기를 무사히 넘기면 그 다음에는 안정기로 접어듭니다. 최조의 절정감이나 도취의 느낌과는 다르지만 충만하고 편안하며 만족스러운 느낌은 유지됩니다. 그 과정으로 진입하면 사랑의 항상성이 확보되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169p쪽
정신분석은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 사랑에는 애착의 감정뿐 아니라 성적 욕망이라는 요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태생부터 성적 욕망과 공격성을 타고나는 존재이며, 두 가지는 서로 한 몸입니다.-216p쪽
제 윗세대 선배 중에는 남편이 출장 갈 때 콘돔을 챙겨준다는 분이 있습니다. 어차피 외도할 건데, 안전하게 하는 게 낫다는 거지요. 같은 세대의 선배 한 사람은 남편에게 이렇게 다짐한답니다. "세 가지만 약속해. 내가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 나한테 병을 옮기지 않는 것. 아이를 낳아서 데려오지 않는 것." (중략)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가졌고, 그 현실에 적응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며,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234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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