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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평점 :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것이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복잡한 유통경로를 줄여, 주로 제3국의 생산자들이 제품생산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공정한 방식을 통해 무역을 촉진한다. 사실 소비자는 브랜드와 제품과 가격을 보고 구매하지 제품 생산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더더욱.
군함과 대포를 앞세운 제국주의 시대는 아니지만, 자본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의 제3국 민중들의 노동력 착취과 노동인권 유린과 같은 불합리한 전지구적 사회문제는 방식만 달리할 뿐 시대가 변했어도 그 근본적 모순은 온전하다. 공정무역은 이런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적인 노력들일 것이다. 이 책은 히말라야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산골마을 '말레' 동네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들이 만든 커피가 그들에게 희망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무역의 사례에 대한 리포트이다.
난 거의 매일 커피를 몇 잔씩 마시면서, 히말라야 산골의 네팔산 커피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커피가 새빨간 열매에서 그린빈으로 또 블랙빈으로, 이렇게 복잡한 과정들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커피나무도 처음 봤고, 커피 열매도 처음으로 봤다. 나만 그런가? 안타깝게도 이 책의 주인공들인 히말라야 '말레' 마을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커피가 무엇에 쓰는 열매인 줄 몰랐다니 우습고 서글퍼졌다.
그 산골주민들에게 커피란 그저 잘 키워 열매로 팔면 돈이 되는 것이었고, 그 덕에 자식들 공부할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수고도 감내할 수 있는 희망의 나무요 희망의 열매였을 뿐이었다. 그 순박한 자연의 모습과 어울린 웃음과 표정을 지닌 그들은 너무 가난했고,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인도, 두바이 등지로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이주노동을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커피는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마을 사람 모두의 희망이었다.
그런 그들이 무엇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애지중지 기르기 시작한 좌충우돌 커피재배기인 '히말라야의 선물'은 그 고충 속에서 마을의 한 식구, 한 식구들의 사연을 풀어 놓는다. 커피재배를 위해 기계 하나 갖추지 못한 이들이 유기농법으로 길러낸 커피는 공정무역을 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커피'로부터 커피묘목을 지원받아 협동조합을 통해 오직 유기농으로만, 그리고 재배환경에 인위적인 변형 없이 오직 인간의 손으로만 재배한 일등급 커피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히말라야 커피 로드'를 보여준다. 경쟁과 효율로 각박해진 자본주의 세상에서 소비자가 생산자의 삶을 고민하고 생산자가 소비자의 삶을 이해할 때 세상은 사람냄새 나는 좀 더 맛들어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