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해지던 시간, 혼자 드레스덴 노이슈타트(Dresden-Neustadt)역에 내렸을 때 그렇게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인데도 그리 흥이 나지 않았다. 내가 내린 이곳이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던 드레스덴이라는 선험적인 생각에 더해 진하게 내려앉은 늦여름 노을빛이 잠시 방향을 잃게했다.



어디로 가야하나? 길을 잃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잠시라도 길을 잃을 여유도 가지지 못한 것을 스스로 답답해했다. 쳐진 씁쓸한 마음이 사진에 제대로 담겼다. 



엘베강변의 드레스덴은 아름다운 곳이다. 짐을 풀고 까페에 앉아 햇살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곳인데 나의 발과 손과 눈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작센주로 동독에 속해있어 아직 공산당 깃발을 들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히끗한 머리칼의 영감님도 보였다. 그래도 바로크 양식의 고건물과 현대가 뒤섞인 거리모습은 동양의 이방인에겐 절제되면서도 생기있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려했다.



드레스덴을 떠나는 기차안에서 뉴저지에서 여행 온 33살의 총각과 함부르크에서 일을 마치고 체코 고향집으로 돌아간다는 해맑은 21살의 처녀들을 만났다. 손발 섞어가며 떠들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 통에 독일에서 체코로 흐르는 기찻길옆 강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풍경들을 다 놓쳐버렸다. 그게 사람만나는 매력인데도 그 처자들이 진지하게 직업을 묻던 한마디에 난 화들짝 깨버렸다. 

"Are you a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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