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
류랑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재작년 여름, 강남의 어느 회사에서 잠깐 일했을 때 일이다.
    사내식당을 둘 정도로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 매일, '오늘은 뭘 먹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처음엔 논현동 먹자 골목의 이곳 저곳을 가거나 강남역까지 이어져 있는 번화가 속에
    숨겨져 있는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이 재밌었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게 한다 한들 매일 먹으면 질린다. 너무 잘 챙겨 먹으니까 살은 살대로 찐다.
    게다가 일이 바빠서 야근은 거의 매일이었다. 일찍 퇴근하는게 9시였으니까.
    그러다보니 점심은 물론이고, 저녁도 사 먹어야 하는데, 그게 정말이지 점점 귀찮은 거다.
    경영수업 한답시고, 명색이 '이사'로 앉아 있는 내가 직원이고 간부고 음식 사준 적도 많다.
    사주는게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오늘은 뭘 먹을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이 가볍게 한 마디 던졌다. 

    "나, 짜파게티 잘 하는데~" 

    "아하하하,정말요?" 

    우리는 다들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어넘겼다. 그리고는 '초간단'이라는 이유로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김밥 + 컵라면'으로 떼웠다. 어쩔 땐 샌드위치와 우유이기도 했지만.
    그런데, 며칠 후, 본사에 잠깐 갔다 들어온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사장님이 사무실에서 짜파게티를 끓이고 있었다!
    각 부서 사무실이고 응접실이고 온통 짜파게티 냄새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빨리 와요, 지금 다 됐어요!" 

    "으잉..?" 

    세상에, 한 솥 끓이셨다. 아니, 잘 한다고 하더니, 정말 할 줄이야. 사장님....명색이 사장인데..ㅜ_ㅡ
    그렇게 드시고 싶었으면 해달라고 말을 하지...아,놔.
    나는 벙 쪄서 멍청히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나를 잡아 끌어다가 의자에 앉혔다.
    뭐라고 대꾸할 새도 없이 나는 짜파게티를 먹어야만 했다. 직원들이 맛있게 먹으니 사장님은 신났다. 

 

    이 책에서, '상사는 사실 피자를 먹고 싶어한다'라는 부제목의 내용이 들어 있다.
    그 말 속에는 상사가 지금 어떤 원츠(wants)와 니즈(needs)를 포함해서 말하고 있는지 행간의 뜻을
    파악해서 일을 해야 좋은 성과를 내며 동시에 '일 잘 하는' 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해준다.
    그 외에도,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이, 그리고 이해되기 쉬운 문장으로 써 있는지
    나는 밑줄 긋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었다.
    자기계발서를 처음 읽는 사람이야 어떤 걸 던져줘도 다 감명스럽겠지만, 나처럼 20대 초반부터 많은
    계발서와 성공에세이,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봐온 사람에게는 웬만해선 어떤 계발서도 입맛을
    다실 정도의 책은 없다. 이미 식상해져버릴 정도로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에서 얻은 것들이 많기에.
    그런 나에게 오랜만에 '정말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나서 실로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현재 무역부를 두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장이 있다.
    30대 초반에 연 70억을 벌었던 그가 또 한 번 크게 벌일려고 작정이다. 그는 성실하고 정직하며 일에
    대한 열정도 좋고, 직원들 복리후생은 물론 월급 외 성과급도 막 퍼주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사장'이다.
    그런 그가, 나보다 나이가 9살이나 많은 그가 허구헌날 나한테 잔소리 듣는 이유, 바로 진정한 리더로써의
    '경영 마인드' 부재 때문이다. 착하기만 해서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돈만 많이 벌어서는 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는게 내 지론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존경을 받고, 월급이고 성과급이고 아무 때나 막 퍼주는
    인심 좋은 사장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섬김'을 받는, 그리고 때로는 정신적 지주가 되어줄 수도 있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만드는게 나의 목표이다. 한 때, 내가 너무 신경을 써서 가슴에 통증이 올 정도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친구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몇 달에 걸쳐 내 잔소리에 내성이
    생기긴 했어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에게 이 책을 사오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읽고나서 건네주며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가슴에 담으라고 했었다.
    지난번에 권해준 [카네기 인간관계론]만큼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 믿으며- 

    어떤 책이든, 100% 나에게 영양을 공급해주진 못 한다. 어떤 것은 얻고 어떤 것은 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이 책은 말단 사원이든 중간 간부든 임원이든 경영자이든! 누구에게나 100% 든든한 영양소가 될
    것이라 감히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과 내용면에서 탄탄하다.
    친구가 내게 늘 하는 말이, '아주 가슴을 후려치는 직설적인 화법의 잔소리'라고 핀잔을 종종 주는데
    이 책의 화자 또한 직설적으로 독자의 가슴에 침을 놔줄 것이다. 독침이 아닌, 건강침으로. 

    회사에서 인정받고 빨리 성공하고 싶은 자들은 당장 이 책을 읽어라. 그리고 실천에 옮겨라.
    지긋지긋하고 재미없고 우울했던 날들에 조금씩 햇살이 비춰질 것이다. 

    이 땅의 성실한 일꾼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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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17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장님 정말 멋진 분이세요.^^ 직원들한테 짜파게티를 해 주시다니..너무 멋져요!^^

L.SHIN 2010-03-17 0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인간적인 면에서는, 좋죠. 그러나 'CEO'로써는 탈락입니다.-_-
인간은 본능적으로 카리스마 있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편하고 가족같은' 상사를 좋아할지 몰라요, 그러나 장기간 보았을 때 결국 사람들이 곁에 남고
싶어하는 것은 '편한 상사'가 아니라 '자신을 이끌어줄 리더쉽 있는 상사'이거든요.^^

마녀고양이 2010-03-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런이런. 엘신님과 자기 경영서라. 이렇게 안 떠올려지는 궁합이? ㅋㄷㅋㄷ
요즘 <성격의 탄생>이란 책에 푹 빠져있는데, 거기 보면 친화력이 낮은 사람이 성공한답니다. 주장대로 밀고 나가고, 아니다 싶은 것은 단칼에 자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이코패스도 친화력이 무지 낮다고 합니다. 우리는 노를 잘 저어 가야할 듯 합니다~

L.SHIN 2010-03-17 09: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서재에서만 봐온 제 모습으로는 연결이 안 되죠? ^^;
실제 사회에서는 아주 칼 같은 사람입니다.(웃음)

성공자와 사이코패스와의 '친화력'만 보면 비슷할 수 있죠. 그러나 그 한 가지만 보고 '둘이 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무'와 '종이'가 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만.
게다가 성공자는 자신의 주관과 실천력, 혹은 결단력이 강한 것이지 친화력이 낮은 것이 아닙니다.
사회는, 능력 뿐만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도 중요하니까요. 아시죠? ^^

마녀고양이 2010-03-17 09:32   좋아요 0 | URL
조금더 토를 달자면, 사이코패스는 성실성 측면에서 엉망이라 할 수 있죠.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 합니다. 그러나 성공자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제어할 줄 안다는 점이죠. 그렇다고해서 성공자의 도덕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겁니다. 대인 관계는 외향성 쪽에 가깝구요,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친화력이 높은 사람은 남의 아픔에 민감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런데 과연 성공한 CEO가 원만한 대인 관계를 갖고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

L.SHIN 2010-03-17 09:49   좋아요 0 | URL
아아~ 마녀님, 설명을 어쩜 이렇게 잘 하는지, 나중에 나, 공짜 강의 해줘요, 응? ^^

그런데, 마녀님, 현실은 책 속과 다르답니다.
실제로 친화력도 강한 사람인데 성공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내가 증명해드리겠습니다.(웃음) 아,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죠.ㅋㅋ

마녀고양이 2010-03-17 10:20   좋아요 0 | URL
꼭 증명을 해주세요,, 아셨죠?
그런데 문제는 엘신님이 <친화력이 있는 분이냐 아니냐>군요~ 히죽~

L.SHIN 2010-03-17 10:23   좋아요 0 | URL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stella.K 2010-03-1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파게티 이야기는 엘신님 이야긴 줄 알았슴다.
그래서 재작년이면 어쩌면 엘신님을 길가다 만났을 수도 있겠구나 상상했었는데...ㅎ

L.SHIN 2010-03-17 13:52   좋아요 0 | URL
엥? 제 경험담 맞는데요 ㅎㅎ 책 내용으로 착각하셨나봐요 ^^;
그 때는 정장 반듯하게 입고 머리도 뒤로 올백해서, 아마도 지금 모습 상상하셨다면,
글쎄요, 이래도 절 만난 적 있으세요? 응? ㅎㅎㅎ

stella.K 2010-03-17 15:48   좋아요 0 | URL
앗, 이런...난 뭘 읽은 것이란 말인가?ㅜ.ㅠ

Tomek 2010-03-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생활 너무 힘들어요. 일 말고 다른 것까지 감안하고 행동해야하니... 결혼 생활하고 흡사한 것 같아요.(응?) 앞으로 일을 하게 되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구해야 할 듯 해요. ^.^;

L.SHIN 2010-03-19 09:57   좋아요 0 | URL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어요, 토메님.
지금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올라가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라도 괜찮다면) 토메님을
위해 기꺼이 상담해 드리고, 격려 하고, 응원 할게요.
그러니까 힘내요, 응?

Tomek 2010-03-22 09:56   좋아요 0 | URL
꺄오~ L.SHIN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