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에 현미를 뿌려주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거 같은데,
    예상대로, 처음 찾아오던 참새가 소문을 냈는지 고 녀석들 수가 계속 늘어난다.
    3마리....5마리.....7마리....급기야 지금은 9마리.
    가끔 담배 피러 나갔다가 기다리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먹이 주는 시간도 하루에 두 번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하루 두 번 먹는 새도 있고, 한 번 먹는 새도 있을터.
    어떤 녀석은 통통하고 어떤 녀석은 조금 말랐다.
    나중엔 수십 마리로 늘어나는 거 아냐...? ㅡ.ㅡ 

    어쨌든, 이 도심에서 하루에 한 번씩 참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은 꽤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비가 왔다.
    아니, '봄비가 처음 왔다'
    이젠 비가 와도 따뜻하다.
    겨울 내 묵었던 먼지들을 청소하려는 듯,
    봄의 요정들 보고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듯, 비가 내렸다.
    봄비는 조용히 그리고 상쾌하게 대지를 적셔준다. 기분이 좋다. 

    어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순간, 참새 3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도.
    부슬비도 아니고 제법 오는데, 저 작은 몸뚱이가 비에 젖으면 꽤 무거워서 날기 힘들텐데.
    짹짹째째짹- 하고 평소처럼 짖어대며 기다리고 있다.
    현미를.....
    아, 이런.
    오늘은 비 오니까 안 올줄 알고 안 뿌렸었는데, 이렇게 죄송할데가. ㅡ_ㅡa 

    나는 후드 잠바의 모자를 머리에 씌우고 그들이 늘 먹던 장소에 현미를 뿌려주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나가보니, 이 눔 쉐키들....안 먹었다. ㅡ.,ㅡ^
    빗물 때문에 현미가 퉁퉁 불어서 뻥튀기 수준이 되어가고 있단 말이다! 

    왜? 물에 말은 밥은 먹기 싫더냐?
     

    나중에, 저녁에 확인해보니 깨끗이 먹었더라.
    나, 빈정 상할 뻔 했다구~ 

 

    많이들 모여드는 참새들을 보니, 이제 사진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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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2-2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다행입니다...
전 저번에 다니던 사무실 발코니에 길을 잃은 맹금류 새끼 한 마리가 서식하는 걸
본 적이 있었지요.(진짜 잘생겻다는..)

아마 엘신님 주변에 맹금류가 참새마냥 밥달라고 했다면 현미로 끝나는게 아니라
고기를 사다 줘야 했을 껍니다..

L.SHIN 2010-02-26 16:46   좋아요 0 | URL
흐하하하핫, 그것도 그렇군요.
매일 고기라니...나도 매일 안 먹는 고기를...-_-
하지만 한 번은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매일 내가 당하겠죠..? 킁..

후애(厚愛) 2010-02-2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물에 말은 밥은 먹기 싫더냐? 풋하하하~
점점 늘어날거에요. 저도 전에 청설모(청설모를 계속 다람쥐로 착각하고 있었어요.^^;;;)
1마리에 먹이를 주기 시작했더니 나중에는 열마리가 넘었어요.^^
나중에 사진찍어서 올려 주세요~

L.SHIN 2010-02-26 16:48   좋아요 0 | URL
오옷, 아무래도 다람쥐과 얘들이 참새같은 얘들보다는 사람을 덜 피하는 것 같아요.
이 눔의 참새들, 밥 달라고 지랄하면서 정작 제가 가까이 가서 보려구 하면 휑- 하고
날아가서 조금...섭섭하답니다. -_-

무스탕 2010-02-2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마도 에어컨 실외기 위에다 라면조각이랑 땅콩이랑 과자부스러기등등을 올려놓은지 꽤 됐어요.
맨날 오는 애만 오는것 같아요. 처음엔 1마리만 오다 요즘엔 두마리가 오는데 어찌나 새가슴(응? 새 맞아!)인지 앉아서 먹지 못하고 얼른 물고 날아가 버려요.
검은색에 흰 가슴이고 참새만한데 이녀석들 이름이 뭔지 모르겠어요.
근데 엘신님네 참새같이 소문을 내는게 아니고 우리집에 오는 새순이랑 새돌이(이름도 지어줬지요^^)들은 자기들끼리만 알기로 했나봐요. 더 늘지를 않더라구요.

L.SHIN 2010-02-26 16:49   좋아요 0 | URL
우움? 검은색에 흰 가슴이면 어떤 새일까요.
아무래도 매일 둘이만 오는 걸 보면 집단생활 하는 종류가 아닌가봐요.^^
참새보다 좀 큰가 봐요? 라면 조각도 먹을 수 있다니. 하지만 저보다 돈 좀 나가겠는걸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0-02-2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거 좋네요... 저두 에어컨 실외기에 올려놔볼까요? 그럼 놀러오려나요?
좋은 아이디어 ㄳ~

L.SHIN 2010-02-26 19: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먹을 거 별로 없는 도시에 사는 새들에게는 정말 좋은 장소겠지요.^^
하지만 여름엔 에어콘 실외기가 뜨겁지 않을까요?

향기로운 2010-02-2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새소리 좋죠^^ 예전에 마당 넓은 집에서 살 때는 항상 새소리로 잠을 깨곤 했는데,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는 차소리, 기차소리 때문에 깨는 것 같아요^^;;

L.SHIN 2010-02-26 23:16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있는 곳 가까운 곳에도 전철이 지나가기 때문에 가끔씩 창문을 열어놓으면
전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때는 마치, 오사카에서 들었던 그 전철 소리 같아서
전 듣기 좋더라구요. 한낮, 도시에서 울리는 전철 지나가는 소리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외계인입니다.(웃음)

302moon 2010-02-2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언젠가 보았던 글의 연장선에 있군요.
미안한 얘기지만, 엘님의 얼굴을 마구 상상해버렸어요. :)

L.SHIN 2010-02-27 00:28   좋아요 0 | URL
네, 참새에 길들여진 저는 계속해서 참새 시리즈를 쓸 것 같습니다.(웃음)
내 얼굴이 어쨌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