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청소를 하고 (정작 내 방은 티끌 하나 건들지도 못한 주제에 -_-),
요즘 빠져있는 너구리 라면을 끓여 먹었다.
(난, 주기적으로 라면을 바꾼다. 요즘은 너구리랑 감자라면에 올인하는 중..ㅋ)
내가 유일하게 TV를 보는 시간은 식사할 때 뿐인데,
이 채널 저 채널 돌려보다가 '미녀들의 수다'에 멈추었다.
다른 문화에 대해서 접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즐겁다.
내 시야를 더욱 더 넓게 그리고 풍성하게 해주니까.^^
어쩌다가 그런 주제로 대화들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한국남자와 결혼한 이태리 여성(말투가 꼭 앙드레김과 빼다 박은)이 이런 말을 했다.
"어음~ 우리 이때리에서누운~~ 여자 때리며언~ 바로 형샤~ 경찰이 와요~
가족도 서로~ 신고할 수우~ 있어요오~"
가족끼리 한 대씩 치고 받을 수 있는 거지, 너무 삭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서부터 싹이 잘라지지 않는 거 아닐까, 가정 폭력이라는 못된 싹이.
그 말을 들은 중국 여성(미수다의 단골인데, 매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_-)은
늘 그렇듯 약간의 사투리(목포였나?)를 섞어서 말했다.
"우리 중국에서는요~ 여자 때려서 피 나잖아요~? 그러면 바로 감옥행이에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요~ 남녀평등이기 때문에~ 절대 그런 거 (안 돼요)~"
윙? 공산주의 사회가 남녀평등을 지향했던가? 아마도 그녀가 말하는 그런 '교양있는 문화적 사고'는
도시에서나 통하는 이야기 아닐까. 아직도 대다수의 시골에서 사는 서민층들도 과연 저럴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쨌거나 약자에 대한 폭력에 대해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에 스친 것은, 그렇다면 한국은...?
물론, 법대로 한다면야 처벌이 당연히 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원고가 '니 한 번 죽어봐라' 하고 소송을
했을 때 이야기다. 그러기 전에 공권력, 즉 경찰이 가정 싸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그 강도가 어떻든
간에 얼마나 엄하게 응대하는가가 중요한 것 아닐까.
까놓고 말하면? 한국 경찰들, 가정 폭력 신고를 접수받고 달려가서는 피해자를 우선 다독여주기는 커녕
둘 다 잘못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서로 그냥 화해해라 식이다. 귀싸대기 한 대 맞은 것 정도는 폭력이
아니다? 가벼운 투닥거림은 그냥 넘어가자 식의 처리가 한국 가정의 큰 폭력을 키우게 된다.
아내를 때리는 남자이든, 남편을 때리는 여자이든 누구나 처음부터 그렇게 악질적인 폭력자가 되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처음엔 홧김에, 혹은 실수로 때렸다가 상대가 봐주면 '다시는 안 그럴게'하고 무릎을
꿇고 싹싹 빈다. 그런 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골은 깊어만 간다.
한국은 뭐든지 너무 관대하다.
책임에 대한 엄격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약한 상태이다. 안타깝고 답답한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