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에 언니들은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는데 엽서를 많이 사모았답니다.
그걸 보고 자라서인지 중학교 들어가니 저도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자주 엽서를 사모았지요.
제가 들어가면 아저씨가 엽서 새로 들어온 것 있다고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세로 두번째 줄의 오성과 한음 시리즈는 코팅을 해서 구멍 뚫고 고리로 연결하기까지 했답니다. 한때는 책상 옆 벽에 붙어 있던 녀석들이지요. 약 20여 년 전에 말이에요. 어떤 엽서는 비닐에 싸여 있기도 하고, 저 녀석들을 뒤집어 보면 누군가에게 쓰고서 못 부친, 혹은 누군가에게서 받은 편지 글도 남아 있지요.
저런 엽서가 상자 하나 가득 있으니 꽤 많아요. 몇 장인지는 세어보지 않았지만요.
들여다 보면 당시 유행했던 게 뭐였는지도 나온답니다. 88년 달력도 있고, 89년도 땡칠이의 일기~도 있고,
스누피 시리즈도 보이구요.
그리고 단골 메뉴는 꽃과 악기가 함께 놓여 있는 풍경이에요. 제법 그림이 되거든요. 저는 특히 바이올린이 나오는 걸 좋아했답니다. 왠지 그럴싸 해 보여서요.
가끔 엽서에 써져 있는 글귀가 너무 좋아서 일기장 한 귀퉁이에 옮겨 적기도 했었지요.
그걸 내가 쓴 시인줄 알고 담임샘이 칭찬해주셔서 이실직고한 적도 있답니다.(네, 중1이었는데도 일기 검사가 버젓이 진행 중이었거든요ㅠ.ㅠ)

홀로서기 엽서 시리즈는 모두 갖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정수리 부분 엽서 한장이 안 보여요ㅠ.ㅠ 엽서가 너무 많아서 찾다가 포기, 한쪽이 비었답니다. 저렇게 늘어놓으니 좀 엽기적이군요. 안에 시가 담겨 있어요. 저걸 다 늘어놓으면 참 기분이 좋았답니다. 발레라는 게 여자 아이들의 '로망'이거든요.
맨 위 다섯 장의 엽서도 제가 좋아했던 시리즈에요. 다른 엽서보다 좀 비싸긴 했지만 일러스트가 참 맘에 들었거든요. 이야기가 살아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그림이었어요. 모두 천사라고 부르곤 했지요.
요새는 편지 쓰는 일이 참 드물어졌어요. 저는 중고샵에서 주문을 받으면 구매자 분께 엽서 한장씩 쓰긴 합니다.
최근에 아주 정성들여 쓴 편지 글을 반은 까칠한 남성이 무려 '반품'을 접수시켜서 대략 버럭이었지만 말입니다. (그 양반이 일주일 째 저를 성질나게 만들고 있어요ㅠ.ㅠ)
이십 대 때에는 누군가 외국에 나간다고 하면 그곳에서 한국에 있는 나에게 엽서 한장 써달라고 부탁하곤 했지요. 프라하에서 도착한 인상깊은 엽서는 참 소중했어요. 엽서 대신 편지를 쓰거나 엽서를 쓰는 대신 엽서를 사온 친구도 있었지요.
요새는 우표 한 장이 얼마인지도 모를 만큼 손글씨로 편지를 쓰고 엽서를 부치는 일은 참 드물어졌어요.
너무나 빨라져버린 문자와 이메일이 몇 배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엽서를 한 장 두 장 사 모으면서 기뻐하던 소녀적 흔적이 제게 남아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겨요.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저 녀석들도 골동품같이 느껴질까요. 옛 기억과 추억과 유행마저도 보여주는 예쁜 친구들을, 덕분에 오랜만에 찾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