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대학교 근처 상가에는 커다란 메모판이 설치된 곳이 있었어요.
보통 학교근처 사회과학 서점 앞이나 술집골목 초입에 있었지요.
그 판에는 포스트잇으로
'역사연구회는 캠브리지에서 술먹고 있음'
'인문6반 할매집'
같은 메모들이 붙어 있었지요..
술이 고플때면 요 판을 훑어보고,
대충 아는 사람 한둘 있음직한 곳에 쓱 삐대고 들어가면 됩니다.
(사실 걍 메모판 안보고 단골 술집에 가 버티고 있으면 아는 인사들이 하나둘 해지기 전에 몰려들긴 합니다만..)
낯선 사람들과 술이 불콰해지고 노래도 부르고, 옆테이블에서 노래 잘한다고 막걸리도 한주전자씩 얻어먹고 말이죠 히히
더 신기한건 이래도 모임 구멍안나고 올 사람들은 다 잘 찾아온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핸드폰 쓰는 요즘 보다 약속이 취소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던거 같아요.
요즘 벙개모임보다 더 열려있는 느낌이 들지요?
이건 다른 학교로 친구 찾아갈때도 유용합니다.
대학로를 나왔다 성대다니는 친구를 함 보고 가고 싶은데, 핸폰은 없잖아요..
그래도 걱정 없습니다..
성대로 올라가는 큰 골목앞 메모판으로 일단 이동합니다..
(풀무질 앞에 있었던거 같아요 ^^)
그녀석이 속한 과와 동아리의 행적 바로 추적..
그 술집에 가면 그 녀석이 있지요..
(왜 낮에도 밤에도 이게 통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
문득 이젠 없어진 학교앞 사회과학서점도 그 메모판도 그리워지네요..
고향에서 돈올라온 날이면, 술마시러 가기전 후배들 앞에서 폼잡으며, 서점문을 쓱 밀고 들어가 몇천원하던 민중가요 테이프도 사주곤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테이프도 cd에게 mp3에 밀려 거의 사라지고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