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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1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검시관을 법의관이라고 부른다. 명칭이야 어떻든 둘 다 시체를 부검하여 사인의 원인을 찾는 것이
목적인 직업이다. 부검이 필요한 이유는 - 타살인지 자살인지 혹은 사고사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명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과학수사 드라마인 CSI 가 한국팬들을 많이 확보했다는 것을 보면.
어떻게 죽었는가?
무엇에 죽었는가?
왜 죽었는가?
죽은 자의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부검을 해야만 그 사인을 알 수 있고 그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자신이 운명이 다해 죽었는지 아니면 억울하게 죽었는지
밝힐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을 부검의가 대신 풀어주니까.
내가 우연히 이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았을 때, 무언가 친숙한 기분이 들었었다.
'패트리샤 콘웰'이라는 작가명을 어디선가 흘려 들었다손 치더라도 유난히 익숙한 기분이 들기에 이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달에 C가 소유한 책들 중에서 뭔가 읽을만한 것이 없을까 하고 흩어 보다가 바로 이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에서야 읽긴 했지만, 긁적)
물론, 2004년도에 발행한 [법의관] 이라는 제목의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인의 이름으로 나온 것이 아닌 -
1993년 7월에 장원 출판사에서 발행한 [검시관]이라는 다른 번역인의 손에 의해 나온 녀석을 발견했었다.
알라딘에서 [검시관]이라고 검색을 하면 [법의관]이라고 나온다. 같은 작가의 책이니 상관 없겠다 싶어
이 책의 이미지를 걸어놓고 리뷰를 쓰기로 했다. [검시관]이라는 책 제목에서는 이미지가 없는데다 표지도 이게
더 마음에 들고, 이 책을 앞으로 읽을 '예정 독자' 들은 93년도 출판책을 구해서 읽는 것은 힘들테니 기왕이면
2004년판을 걸고 쓰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웃음)
(하지만 왠만한 추리소설 매니아들은 이미 다 읽어서 이 리뷰는 개인 일기 정도 뿐이 되겠지만)
C는 90년대에 추리/호러소설을 즐겨 읽었었다. 그래서인지 그런 책들이 꽤 있는데 지금은 내 책장에 꽂혀 있다.
몇년 전부터 내 책장으로 이사를 와서 작가별로 정리되어 있는 그것들은 '언젠가 내가 읽을 것'이라는 이유하에
먼지만 먹고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손길을 받은게 바로 그 [검시관]이었는데, 지루하지 않고 재밌어서 다행.
[법의관]이라는 저 책의 이미지를 보았을 때 느꼈던 친숙한 이미지는 바로 이 [검시관] 책과의 연결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튼, 사설은 여기서 접고, 검시관이나 법의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연쇄살인 범죄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두고 싶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과학수사/범죄수사 드라마물이 여기 저기서 방영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어렵지는 않을 것.
아니 오히려 첨단 수사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이 읽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이라고
시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럴 것이 출판 시점을 생각해보면 작가는 소설의 배경 시대를 80년말에서 90년초로
설정했을테니,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퍼스널 컴퓨터는 '구리고' 검시하는 수준도 '낮고 고리타분'하게 보일테니까.
게다가 당시는 삐삐가 핸드폰의 자리를 꽉 채우고 있는 시대여서, 주인공들간의 연락을 사무실과 집 전화 혹은
삐삐로만 주고 받는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등 21세기 사람으로써 20세기를 이해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 시대의 차이점이 나름대로 과거를 회상하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물론, 나 역시 한 때는 삐삐 세대였지만 말이지만.(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 다른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 될 정도로 - '패트리샤'의
처녀작이기도 하지만 '검시관'이라는 직업의 주인공이 연쇄살인 범죄와 함께 맞서는 소재가 그리 흔하지는 않아서
그런건 아닐까 싶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한국은 '검시관' 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도 마찬가지.
자신의 가족, 친구 혹은 가까운 사람의 몸을 이리저리 찢고 후비고 구석구석까지 상세히 들여다 봄으로써 죽은 자의
인격은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조금 완화된 표현인 '법의관'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옛날의 검시 작업에 비해 요즘의 검시 작업이 굉장히 법과 의학면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유도 첨가해서.
하지만 죽은 자를 위해서 부검은 꼭 필요하다. 단순 사고사라고 해도 100% 본인 과실인지, 혹은 타인에 의한 물건 등
으로 인한 타과실도 포함되는지 여부에 따라 죽은 후 보상 처리가 달라지니까. 특히, 교통사고사는.
실제로 부검을 통해 나온 단서가 사건 수사에 많은 영향을 주고 범인을 잡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범인을 잡아야 다음 피해자가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이 이런 책을 읽고 부검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부검이 낳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더불어 '시체를 매일 만나는 무섭고 힘든 일' 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보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
신념과 사명적 마음가짐으로 법의관 직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국의 법의관은 현재 20여명 정도 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부검을 제 때 받지 못해 피해를 많이 보는 죽은 자와
유족들에게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