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만에 버스를 타 봤다, 그저께 토요일에.

    서울에 상경한 깐따 동상과 웬디님, 아프님, 살청님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의 외출.
    저녁에 술을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동차는 얌전히 놔두고 전철을 타기로 했다.
    그러려면 버스를 타야하지~

    그래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갑자기 겁이 났다.
    요즘 버스요금이 얼마지? 1년 전에 충전한 교통카드에는 잔액이 얼마 남았지?
    그 때 만원을 충전했으면 지금은 충분히 남았을 것이다. 평소 대중교통을 탈 일이 없으니까.
    그런데도 불안하더라. =_=

    에라~ 모르겠다. 삐삑- 소리나면 현금으로 내야지, 뭐.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학생들을 잔뜩 실은 버스가(내가 타지 않을) 휙 지나갔다.
    아...학생들 귀가할 시간이구나. 대략 낭패...난 학생들이 잔뜩 있는 버스에 타는게 싫다...=_=
    학생들이 싫다는게 아니고, 그 아이들이 힐끔 힐끔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싫다. ( -_-);

    그런데 다행이도 사람들이 별로 타지 않은 한산한 버스가 왔고, 교통카드도 삑- 소리 나지 않았다.ㅎㅎ

    잠시 뒤, 나는 '꾸엑~ 으헉~' 멀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_@...;;

    버스 아저씨, 둔턱이 그렇게 많은데도 어찌나 속력을 내시는지, 하필 맨 뒤에 앉은 나는 공중부양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버스 아저씨, 여전하시군요.


    전철역에서 무슨 똥배짱인지, 카드 충전 안하고 그냥 개찰구(? ..이게 맞는 표현인가. 긁적)로 지나갔다.
    위에 900 찍히고 밑에 1530 숫자가 찍혔다.
    어, 잔액이 1,500원 밖에 없나. 그럼, 나 있다가 도착해서 못 나가는거야?
    바보같겠지만, 그 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위에 900 이라는 숫자가 왜 찍히는지 몰랐으니까. ㅡ.,ㅡ

    흥, 알게 뭐야. 통과 못하면 역무원 아저씨한테 SOS 치지 뭐. (이런 속 편한 녀석...)

    의자에 앉았다.
    책을 펼쳤다. 우엑 - 울렁거린다. ㅡ.,ㅡ...... 

    내 옆에 앉은 젊은 남자, 존다. 자꾸 나한테 기대서 존다. 무겁다. 더불어 나도 오른쪽으로 쏠린다.
    내 오른쪽에 앉은 여자는 남자와 나의 몸무게를 다 받아야만 했다. 미안해서 슬쩍 봤다.
    이 여자분, 다행이도 같이 조신다.
    그래서 우리 세 명은 도미노처럼 한쪽으로 쏠린채 서울을 향해 달렸다. 으하하하핫..;;

    서울에서의 즐거웠던 시간은 깐따님 후기로 생략~ ^^

    귀가, 밤 12시 반쯤, 전철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이 아저씨, 무섭게 달리신다. 화장실 갈 일이 급하신가? 하고 생각했다. 혼자서 카 레이스를 즐기시는
    택시 아저씨, 여전하시군요. =_=

    만약에 영화 <스피드>에서 버스를 제한 속도 이상으로만 달리게 했던 범인이 한국 버스 아저씨와 붙는다면,
    괴롭히는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버스 아저씨, 폭탄 없이도 늘 시간 위를 달리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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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 "존다"를 "존나"로 바꿔도 문맥이 이어져요...희한하네~~~

웽스북스 2008-04-07 12:0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메피님 ㅋㅋㅋㅋ (나 또 가서 찾아보고 바꿔서 읽어보고 ㅋㅋ)

L.SHIN 2008-04-07 12:07   좋아요 0 | URL
카아아악~!! 뭐야뭐야! 부끄러워서 글을 볼 수가 없잖아요!!! (=_<)

웽스북스 2008-04-0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은 사람구경을, 에쓰님은 대중교통 구경을 오랜만에 하신 날이었군요 그날은

L.SHIN 2008-04-07 12: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ㅎㅎㅎ

다락방 2008-04-0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대중교통이 너무 좋아요. 특히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지켜주지요. 게다가 책을 읽어도 좋구요. 집중 짱 잘되요. 그런데 버스에서는 책을 읽으면 오바이트가 쏠려요. 흑 ㅜ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아주 멋진 하루를 보내셨군요!!! 좋으셨겠어요. :)

L.SHIN 2008-04-07 13:55   좋아요 0 | URL
네, 지하철은 그게 좋습니다. 시간 엄수.ㅎㅎㅎ
지하철은 한 방향으로만 가니까 책 읽을 때 그다지 울렁거리지 않지만, 버스는 정말이지..=_=

무스탕 2008-04-0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스는 가끔 멀미를 해줘요.. --;
그래서 버스를 타게되면 운전기사 아저씨 바로 뒷자리를 주로 노리죠. 아예 바깥풍경 보면서 즐길 생각을 하니까 이왕이면 탁 트인곳이 제일 좋아요 :)

L.SHIN 2008-04-07 16:56   좋아요 0 | URL
오? 운전기사 아저씨 뒷자리는...아저씨 뒤통수만 보이지 않나요? ㅎㅎㅎ
전 예전에 이런 적이 있습니다. 오른쪽 맨 앞자리에 앉아서 아저씨랑 같이 운전한다는 상상을..ㅋㅋ

무스탕 2008-04-07 20:35   좋아요 0 | URL
요즘 버스는 운전석이 낮고 좌석들이 많이 높아서, 특히 아저씨 바로 뒷자리는 거의가 다 높아서 아저씨 뒷통이 말고도 많이 보여요 ^^
저도 종종 같이 운전해요. 아저씨 브레이크 밟으면 저도 밟고 좌회전하면 저도 핸들 꺽고.. ㅎㅎ

L.SHIN 2008-04-07 21:06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군요. 그런데 무스님도 '상상 운전' 저랑 만만치 않으시네 ㅋㅋㅋ

마노아 2008-04-0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 위를 달리는 버스 아저씨라니, 에쓰님 시인이 되셨군요! ^^

L.SHIN 2008-04-07 16:57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그럴싸한데요! 우움하하핫..(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