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자주 많이 먹을 때는 '나는 디오니소스의 후손이다' 라고 뻥을 쳐도 될 정도로
술에 강하다, 나는.
그러나 그 놈의 술이 어찌나 변덕스러운지 (몸이 변덕이겠지, 핑계 돌리기는 -_-)
잘 안 먹어 버릇하면 그게 또 한없이 술에 약해지기도 하는게 나다. 푸훙~
어제 모처럼 회식 자리가 있었다.
나는 뷔페를 좋아한다. 한식, 양식 등 골고루 먹을 수 있어서.^^
처음엔 샐러드를 왕창 가져다 놓고 먹고, 두 번째는 이거저거 마구 가져다 먹었다.
마지막에 '이건 해물탕도 아니고 고기샤브도 아니여' 버젼이 되어버린 찌게(?) 탕(?) 인지를
먹었다. 나중에는 완전 떡볶이 국물이 되어 버려서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는데,
내가 재밌다고 계속 해물, 고기, 야채 등 장이며 육수며 마구 들이부어 버리는 바람에...( -_-);
※ 음식 가지고 장난 치면 혼난다.
가장 높으신 나으리께서 한 마디 하신다고 해서 다들 소주잔에 술을 채웠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나도 모르게 내 잔을 가득 채웠길래 나는 아무 생각없이 마셨다.
무지하게 각오하고 쭉- 원샸했는데, 어랏? ㅡ_ㅡ?
안쓰다..??
'크으-' 하고 소주전용 의성어를 내뱉으려는데 안 나오니까 요상해진 내 표정을 보고 마주편 사람들이
재밌다고 웃었다. 그들은 내 잔에 맹물을 부었던 것이다.
아하하하....;;;
물도 소주라 생각하고 먹으면 바보된다. ㅡ.,ㅡ
기왕 물 들이킨거 '오늘은 술 먹지 말자' 하고 생각했었다.
눈 앞에 맛있는 음식이 잔뜩 있는데 술 먹을 생각이 어디 있어~
그런데 좀 있다가 저어기~ 테이블 끝에서 두 번째 나으리께서 사람들에게 소주를 한 잔씩 돌리는게 아닌가.
나는 옆 사람과 깜찍한 계획을 짰다.
처음에 내가 속은 것처럼 우리 잔에 미리 물을 부어놓자고.
그래서 나으리께서 건배하자고 하면 우리는 술인척 맹물을 '캬-' 하고 들이 마시자고.
우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드디어 내 옆 사람 차례.
나는 음식을 먹다 말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똥그래져서 옆 사람이 술을 받는 시츄에이숀을 보았다.
ㅇ_ㅇ... !!!
이게 웬일.
그 나으리께서 당신이 직접 들고 온 소주잔에 술을 따라 주시는 것이 아닌가. ㅜ_ㅡ
제길슨....우리의 야심찬 계획은 물 건너가고 나는 결국 쓴 소주를 원샷할 수 밖에 없었다.
잔머리만 굴릴 줄 알았지, 능청맞게 "제 잔 먼저 받으시죠~" 하고 내 잔의 맹물을 먼저 마시는
구렁이 기질은 없었나 보다.=_=
하루에 두 번 바보되기는 처음이다. (크윽-)
한참 뒤에, 누군가 또 소주잔을 들고 우리쪽 테이블에 원정을 나왔다.
어제 따라 술 먹기 싫었던 나는 또 옆 사람을 꼬셨다.
" 우리....기절하자! 하나..둘...." (픽-)
우리는 술 많이 먹어서 널부러져 있는 것처럼 눈 딱 감고 의자에 쓰러졌다.
조금 있다가 살짝 눈을 떠보니 술 나눠주던 사람이 사라졌다.
우움하하하하하하핫 !!!!!!!!!!
소주 잔에 두번은 바보가 되었었지만, 마지막은 성공 ㅡ_ㅡv 훗.
술 자리에서 술 안 먹고 버티기는 처음, 나도 이제 술을 요리조리 피할 생각 하는걸 보니
'디오니소스 계보'에서 호적을 파야 하나부다.ㅋㅋㅋ
술이 날 삼키던 날들이여 안녕~☆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