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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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 신비감이 산악가들을 불러 모은다. 정복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지만 정상에 등극하는 것이 뉴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알려져서인지 이제 에베레스트는 그정도 위상은 갖지 못하고 있다. 전문산악인가 셀파의 도움만으로도 오를 수 있는 산이 되었다.

 

이 책은 초창기 에베레스트 산이 관광상품화되던 시기에 나왔다. 평생 꿈이 에베레스트 등정인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에 착안해 원정팀을 모집한 것이다. 물론 비용은 많이 들지만 그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부자들은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8천미터가 넘는 산이 쉽게 자존심을 내버릴 까닭이 없다. 어쩌면 비극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자연을 정복한 인간 어쩌구 저쩌구 식의 흔한 스토리가 아니라 산에 맞서는 인간이 어떻게 나가 떨어져가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장격인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나머지 대원들이 죽음에 이르렀는데도.

 

제목 그대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은 희박한 공기를 뚫고 나가는 것이다. 그만큼 죽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주 한차례 산에 간다. 20년 넘게 이어진 나만의 습관아닌 습관이다. 산도 매번 똑같다. 관악산. 코스도 변함이 없다. 내게 왜 산에 오르냐고 한다면 딱히 할말은 없다. 그저 오를 뻔. 정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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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 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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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을 먼저 썼다면 <이기적인 유전자>는 발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기독교 사회인 서구유렵에서는 미루어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인류에게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이기적인 유전자>가 처음 출판되었을 때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인간을 유전자라는 주제어로 최초로 본격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곧 인간은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느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초파리와도 유전자가 흡사하다. 인간이 딱히 유별나지 않다는 말이다. 유전자는 공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인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인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유전자 접근은 새로운 다위니즘이라 불릴 정도로 센세이셔널했다. 이후 도킨스의 주장에 반박하는 의견들이 무수히 올라왔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지위는 굳건하다. 마치 다윈이 그랬던 것처럼. 유전자 학자로만 명성을 유지해도 충분했을법한 그는 계속 도전을 이어갔다. 급기야는 신의 영역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은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이다. 어쩌면 상식같은 이 생각을 디킨스는 집요하리만큼 치밀하게 파고든다. 기독교 국가는 물론 신을 중심으로 한 국가는 발칵 뒤집혔다. 신성 모독이라는 것이다. 이제 디킨스는 다윈에 이어 갈릴레오가 되려 하는 것일까? 그는 고개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무신론은 내 평생 지론이었다구.

 

이 책은 그의 자서전이다. 논문 외에 사적인 글은 거의 쓰지 않던 그이기에 의외이다. 조심스레 그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추측이 든다. 실제로 그는 최근에 큰 병을 앓았다. 1부는 어린시절, 2부는 학자로서의 전성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부는 건너뛰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자서전이든 어린시절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짧고 강하게 임팩트를 강조했다면 멋진 드라마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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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 아웃케이스 없음
윤가은 감독, 최수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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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없는건 슬프다. 그러나 꼭 있어야 하는건 아니다. 단지 좀 불편할 뿐이다. 적어도 어른에게는.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다르다. 그들에게 친구는 전부다. 교유관계가 없는 어리시절이란 암흑이다.

 

언제나 외톨이인 선이.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방학을 맞아 전학생 친구가 찾아온다. 한눈에 친구가 될 것임을 직감한 둘은 사귀기 시작하는데. 개학을 하여 서서히 잊혀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지아가 선을 멀리한다. 한방에서 잠을 같이 잘 정도로 친했는데. 아이들에게 친구집에서 같이 잠을 잔다는 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혼자가 된 선이. 영화는 그런 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덜컥 반에서 1등을 해버린 선이는 기껏 사귄 반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잠시나마 선이는 왕따를 주도한 그룹과 친구가 되지만 결국 둘은 다시 왕따가 된다.

 

선은 깨닫는다. 매일 맞으면서도 친구와 어울리는 동생을 보며 복수가 전부가 아님을. 때리고 다투다가는 언제 노느냐구? 모두가 지아를 멀리 하며 괴롭힐 때 선은 나선다. 지아는 선을 밟지 않았다구. 과연 둘은 다시 절친이 될 수 있을까?

 

울림이 큰 영화는 한참이나 잊혀졌던 기억을 소환해내는 힘이 있다. 나 또한 가해자이기도 했고 피해자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친하게 지내던 친구라고 여겼던 아이가 꼴도 보기 싫어진 적이 있다. 그 아이에게 묻는 말에 나는 처음에는 묵묵부답하다가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화를 내기도 했다. 그만하라구, 짜증나게. 그 아이는 입을 닫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학교 운동회때 여장을 하고 나간 그 아이가 너무 예뻐서 샘이 났기 때문이었다. 마치 지아가 아침에 일어나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선이를 보고 화가 났듯이.

 

관계 맺기는 아이들에게만 힘이 든게 아니다. 어른들도 괴롭다. 단지 그런척하지 않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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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의 그림책 - 그림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틴 솔즈베리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아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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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한 글보다 단 한장의 그림이 본질을 정확하게 드러낼 때가 있다. 글자를 모르던 사람들도 성당안에 들어서면 절로 신앙심이 샹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보다 글을 숭상하던 민족이라 아이들에게도 글자를 먼저 읽히기를 강요한다. 이런 전통은 글이 곧 지배계급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오랜 관습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상하기보다는 외우기가 주가 된다.

 

대학공부까지 마치고 난 지금에 와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왜 대학시험에 영어를 봐야 하고 입사할 때 필수처럼 토익 점수를 내야 하는 가다. 영어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모두가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엉어를 배우거나 닭튀김 장사하는 기업에 지원하는데 외국어 시험 점수를 낼 필요는 없지 않는가? 영어가 모든 지식의 원천이라는 후진 발상에서 나온 짓거리다.

 

<100권의 그림책>은 문자 숭상시대에 날리는 똥침이다. 누가 뭐래도 그림은 글보다 위대하다. 단 한가지 이유를 들라면 글은 상상력의 여지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곧 글은 쓰여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지만 그림은 보면서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림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상상력을 확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 소개한 100권의 그림책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은 책들도 꽤 있다. 죄가 일본판 명작동화에 경도된 당연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책이 안내하는 그림책의 세계로 빠져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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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리포트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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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가란 자기검열이 없는 나라를 말한다. 이를 테면 대형사건이 터졌을 때 숨기기에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원인과 대처방안, 문제점을 집요하리만큼 다룬다.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 전문가들이 가세하여 논쟁을 벌이고 시민사회는 양측의 쟁점을 모두 가감없이 받아들여 스스로 판단을 한다.

 

식민지와 독재, 군사정권을 거친 우리나라는 통제국가였다. 곧 국가가 주도하여 경제성장을 내세워 국민들을 우민으로 만들었다. 1987년 이후 형식적이나마 민주주의가 도입되어 그나마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듯 했으나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버렸다. 블랙리스트나 관제데모는 대표적인 예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세월호 참사나 용산 비극에 버금갈 대형 사건이다. 두 사건과 달리 장기적으로 서서히 어린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점에서는 더욱 비극적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관심은 덜했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도 피해규모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에게까지 미쳐 방대한데도 말이다.

 

이유는 언론 통제이다. 국가의 직간접적  간섭과 기업의 로비가 언론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런 이유때문에 스스로 재갈을 문 언론도 문제지만 내 일이 아니면 쉬쉬하며 애써 눈감은 우리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 책은 JTBC 스포트라이트 팀에서 제기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글과 사진으로 엮어낸 것이다. 사건개요와 처리과정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파악이 쉬울 뿐더러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직접 느낄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교휸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나 정부의 적절한 대응만이 아니다. 화학제품의 유독성을 깨닫고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단지 싸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각종 유해물질이 언젠가는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으로 희생되신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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