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떡 건축 - 회색 도시의 미래
황두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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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부러운 이유는 단지 잘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진국은 전문가가 많은 나라다. 그들 전문가는 대부분 글을 잘 쓴다. 곧 자기 분야의 지식을 풀어 내놓는 능력이 탁월하다. 실제로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후 아예 전업작가로 돌변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빼어난 소설을 쓰기도 한다. 움베르토 에코를 보라.

 

황두진은 건축가들 가운데 드물게 글을 잘 쓴다. 지명도는 김수근이나 승효상에 다소 뒤질지 모르짐나 글솜씨만큼은 넘버원이다. 그 덕에 주변의 시샘도 장난이 아닌 듯 싶지만, 건축가가 건물이나 잘 지을 것이지 뭔 글쟁이 흉내여? 굴하지 말고 꿋꿋이 써나가주시길.

 

이 책은 매우 도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느새 우리 주거의 지배적인 형태가 되어 버린 아파트먼트 단지를 대체할 방식이 있는가? 좁은 땅이기에 인구가 많기에 편하기에 라는 이유를 덧붙어 아파트먼트를 지어댔지만 사실은 원조받는 시멘트의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우여곡절끝에 찾은게 아파트먼트였다. 외국에서는 임대주택에서나 사용될 법한 방식이었다. 값싸게 대량으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좁은 땅에 지은.

 

저자는 무지개떡 건축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무지개떡은 그가 지어낸 말이고 사실은 주상복합혼용방식이다. 주거에 상가시설이나 기타 용도를 함께 넣어 진정한 직주근접을 이루자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에 의문이 많지만 젊은 세대나 단기 거주자들에는 솔깃한 제안이 아닐까 싶다. 아파트먼트로 재개발 하기 애매한 혹은 규제로 증축자체가 불가능한 기존의 낮은 단층 주거지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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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인디 컬렉션 - The Musician
최규성 지음 / 안나푸르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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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이야기를 공식적으로는 하는건 조심스럽다. 개인의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그냥 내 감정이 그는대로 쓰는 수밖에.

 

최규성은 인터뷰로 만났다. 소감은 무언가에 꽂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레코드와 수집품을 소장하기 위해 도시에서 멀리 벗어나 파주 변두리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정착한 그는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즐겁게(?) 살고 있다. 만약 내가 그의 곁에 바짝 붙어 함께 살았다면 겪었을 수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그의 노고를 날름 받아먹는 독자로 돌아가면 기쁘기 짝이 없다.

 

이 책은 한국의 인디씬을 담고 있다. 재미도 없는 역사책 서술방식이 아닌 대담집 형식과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팬들을 활홀하게 만든다. 이들중에는 지금은 빵 뜨는 정도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지명도를 얻은 <장미여관>도 있다.

 

내게 가장 흥미로운 팀은 옐로우 몬스터였다. 책에 소개된 그들은 엘리트 음악인같은 느낌이었는데 부록으로 제공된 씨디 속 노래를 들어보니 이건 뭐 완전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서 들어 보시길. 노래 제목은 '오 나의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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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물건 - 매일 쓰는 좋은 물건 100 교양 시리즈
하기와라 겐타로 지음, 전선영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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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도 영혼이 있을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철학자 김용욱은 아끼던 필기구를 분실학도 대성통곡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선시대 바느질도구를 잃어버리고 그 안타까움을 글로 남긴 아낙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으리라.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파버카스텔의 나무행나는 샤프펜슬이 없어져 이틀정도 상심했던 기억은 있다. 이는 물건자체에 영혼이 있는게 아니라 물건을 소유한 사람이 남다른 의미부여를 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저자는 교양물건을 내세운다. 영혼이 있는 물건이 있을 절도니 교양쯤이야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제목에서부터 잘난척하면 깔보는 이미지가 확 풍긴다. 내가 말하는 물건을 쓸 사람은 어느 정도 교양이 있어야 한다는 선빵을 날리는 것이다.

 

정직하게 말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물건 태반은 모르는 것들이다. 당연할수밖에. 주로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의 것이고 우리나라에는 직접 수입된 적도 없다. 마치 남들이 잘 모르는 명품을 찾으며 우쭐대는 심정이 전해져 또 기분이 욱한다.

 

물건에는 영혼이나 교양이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은 물건을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비록 디자인이 촌스럽고 값싸더라도 아끼고 보살피듯 활용하면 명품인 것이다. 이 책은 물건을 고를 때는 겉멋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반면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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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도시와 건축을 성찰하다
승효상 지음 / 돌베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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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한 관심은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처지에서는 좋고 나쁘고를 가릴 겨룰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나서 마주하는 건축은 화려하고 멋있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른바 미니멀리즘이란 유행도 청빈과는 거리가 먼 싸구려 물건은 죄다 치우고 명품 한 두 개만 갖추는 식으로.

 

승효상은 드물게 발언이 많는 건축가다. 그만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김수근 사단에 속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덕이다. 소위 <빈자의 미학>은 그의 대표적인 철학이다. 겉모습 보다는 속이 충만한 건축을 추구한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승효상의 생각을 담았다. 신문에 연재한 글을 엮은 터라 일목요연하게 한가지 주제로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에 따라 들추어보는 재미는 있다. 이를 테면 예수의 직업은 목사가 아니라 건축가였다는 것, 건축가란 으뜸을 뜻하니 하나님의 아들로 손색이 없다는 주장 같은 것들이다.

 

승효상이 보기에 우리의 건축과 도시는 내실은 다지지 않은책 분칠만 하느라 사그라져 가고 있다. 그의 주장에 백퍼센트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건축은 건축가에게는 위대한 물건이겠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그저 거처하거나 머무는 곳이다. 튼튼하고 편안하면 그만이다. 건축가의 숨길은 도리어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느라 상식을 어긋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승효상은 옳다. 그야말로 건축의 본질적 기능에 충실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이 튼튼한 보이지 않는 건축들이 도시를 움직이고 있다. 굳이 자랑스러워 하지 않더라도 그런 건축들은 너무 흔하게 있어 도리어 관심을 받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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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로 간 예술가들 -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산촌 생활자 이야기
박원식 지음, 주민욱 사진 / 창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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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떠나 깊숙한 산골에 처박히고 싶은 욕망은 나이가 들수록 더해진다. 지금의 삶이 구질구질하기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남자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막상 가라고하면 가지도 못할거면서.

 

이 책은 산속에 사는 예술가들을 취재한 글이다. 사정은 여럿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그렇다. 다른 여러 이유를 떠나 돈이 적게 드니 도시를 벗어나는 것이다.

 

산속에 사는 예술가라는 이미지는 낭만 시대의 유물이다. 뭔가 엄청난 일을 하는 사람이니 일반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는 편견도 작용했다. 만약 소설가가 아침에 일어나 급하게 빵 한쪽 우겨넣고 지옥철에 시달려 한시간 넘게 걸리는 직장에 출근하여 하루종일 일하고 야근까지 한다면 이상하지 않아?

 

그러나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직장인 못지 않게 자기 절제에 강해야 한다. 곧 하루중 절대시간은 몰두해야 한다. 세시간이 되었건 열시간이 되었건. 그 장소가 굳이 산골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기 방일수도 있고 방이 없다면 동네 도서관 구석자리여도 괜찮다. 알랭 드 보통을 흉내낼 필요는 없지만 시끄럽기 짝이 없는 공항 대합실도 좋다.

 

만약 당신이 예술가가 되기로 선언했다면 장소를 물색하기에 앞서 당장 그 일을 시작해라. 어줍잖게 산속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예술혼을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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