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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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는 시트콤 하이킥에 소개되어 유명해 진 책이다.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에 잘 맞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은 여행을 떠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피다. 화가에게 필수인 상상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창작력을 일깨우기 위해 찾은 호텔에서 기기묘묘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데 그 이유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는 같은 생각을 했다. 대체 이게 다 뭔 소란이람? 책 뒤에 부록처럼 수록된 해설을 읽지 않았다면 내내 미스터리한 느낌이 빠져 지냈을 것이다. 그들은 일종의 상징으로 상상력으로 무장한 예술가들의 재현이었다. 그들도 화가처럼 상상력을 찾아 이곳을 찾았다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문제는 부활이 곧 행복은 아니라는 것. 혹시라도 마지막 휴양지를 벗어나면 상상력은 사라지는 것이 아일까라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예술가들은 상상력의 무덤에 갇혀 세상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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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빨간 외투 비룡소의 그림동화 75
애니타 로벨 그림, 해리엣 지퍼트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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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을 입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던가? 없다. 남자아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는 바뀌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살이 빠지면서다. 그렇다. 뚱뚱할 때는 어떤 옷을 입어도 멋있어 보이지 않으니 미리 옷에 대한 미련을 없애버린거다.

 

한 때 철마다 옷을 고르는 재미에 빠졌다. 백화점에 들러 서너 바퀴 돌려 눈에 들어오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격을 비교하고 비슷한 옷이 있으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가장 싼 값에 사서 입었다. 왜 인간의 기본욕구 가운데 옷이 최우선인지 실감하곤 했다.

 

이 책은 빨간 외투를 갖고 싶은 안나의 이야기다. 집안 형편과 여러 상황때문에 새 옷을 사입을 형편이 안되었지만 결국 안나는 옷을 얻게 된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명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안나는 옷에 대한 고마움을 옷감을 제공한 양들에게 돌리고 양들을 찾아 기쁨을 나눈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재료가 양이었다니?

 

모든 물건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겉보기에는 전혀 살아있어 보이지 않지만 어떤 물건이든 살아있는 것에 기원하고 있다. 빨간 외투 하나로 이처럼 멋진 철학을 안겨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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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의 리허설 - 무대 뒤 현장에서 본 음악의 탄생
톰 서비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아트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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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지휘자만큼 멋진 직업도 없다. 대편성의 경우 백 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자신의 지휘에 따라 열과 성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카리스마가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실제로 말러는 작곡가이기 이전에 유명한 지휘자였으며 리더십 또한 대단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겉으로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지휘자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지휘자에게 리허설은 전쟁터다. 연주자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어떻게해서든 수준급의 연주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얼마나 힘이 들까?

 

각자 다양한 성격과 개성을 지닌 지휘자에가 최고의 연주를 뽑아내는 방법은 오직 하나. 최선을 다하는 것. 얀손스나 레틀이나 그 누구이든 상관없이. 지휘자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들이라며 그들이 얼마나 개고생하는지 이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그럼에도 해볼만하다고 확신하신다면 과감히 도전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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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데이비스 - 재즈의 모든 양식의 아버지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서전
마일스 데이비스 지음, 성기완 옮김 / 집사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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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을 봤을 때의 흥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피와 땀이 끓어오르면 흥분하는 경험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내 앞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앉아 이런 XX, X같은 세상 운운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마구 지껄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공은 원작자에게도 있지만 전적으로 번역자 성기완의 몫이다. 문제는 이처럼 신나고 들뜬 분위기의 책을 개정판을 내면서 싹 거세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X같은 개정판을 봤나!

 

마일스 데이비스는 현대 재즈의 이정표이다. 어쩌면 그가 없었다면 재즈는 우리나라 판소리처럼 유물이 되어 국가의 지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루이 암스트롱으로 대표되던 구수한 재즈를 영롱한 푸른빛 감성으로 재탄생시킨 마일스의 공로는 두고두고 칭송되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자서전이란 이런 식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칭찬받아야 한다. 대부분 자서전하면 어떻게 해서든 개인의 허물은 감추고 자랑할 것은 과정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 책은 그 틀을 완전히 부셔버렸다. 오만하고 방자하여 짜증날 정도의 자기 중심주의자 마일스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실제로 이 책은 데이비스의 구술을 바탕으로 마치 독백하듯이 글을 전개시키고 있다. 공저자인 퀸시 트루프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훤하다. 그는 마일스와 음악적으로 공감한 시인으로 데이브스의 전기를 펴내는데 최적의 사람이었다. 그 결과는 전미도서관 대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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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쇠약에 걸린 조르바 2018-03-2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도 구판과 같은 역자인 성기완 씨인데 뭐가 문제인지요? 저도 이 책을 사려고 하는데 궁금해서요. 구판에 있던 마일즈 데이비스의 직설적인 표현이나 욕 같은 걸 개정판에서는 편집자들이 역자 동의 없이 순화시켜서 그런 건가요? 궁금합니다. 답변 기다릴게요.

카이지 2018-03-3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개정판은 많이 순화되었습니다. 역자에게 동의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네요. 전 두 판을 다 보았는데 전혀 다른 책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달랐습니다. 원작을 맛깔나게 우리 말로 옮긴 오리지널 번역판을 강력 추천합니다.

신경쇠약에 걸린 조르바 2018-03-31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판이 아직 절판 안 됐을 땐 마일즈 데이비스에 별로 관심없어서 보관함에 담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그땐 셀로니어스 멍크와 존 콜트레인에 빠져있었죠. 막상 마일즈 데이비스에 관심이 가 읽으려고 하니 절판. 다행스럽게도 개정판이 나왔는데 카이지 님 말을 들으니 구입하기 망설여지네요. 참 이런 낭패가. 어쨌든 좋은 정보 감사 드립니다.
 
제주신화 - 원형을 살려내고 반듯하게 풀어내다
김순이 지음 / 여름언덕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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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대학교 출판사에서 출간한 교재나 정부에서 발간한 총서 따위가 그렇다. <제주신화>는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딱딱한 하드커버에 무심한 장정, 밋밋한 제목이 어우러져 나오자마자 어디 서점 구석에 박힐 운명처럼 보였다.

 

그러나 책은 표지를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법. 이 책은 제주신화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문화의 원형을 총망라하고 있는 귀한 책이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에서 언급한 거의 대부분의 설화가 제주신화에 기원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드라마 <도깨비>는 또 어떤가?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저승사자나 삼신할매 이야기는 죄다 우리 신화 이야기의 변용이다.

 

시인이 쓴 책이라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게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놓아 읽기도 편하다. 한자도 최소화하여 가독성도 높다.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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