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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화 - 원형을 살려내고 반듯하게 풀어내다
김순이 지음 / 여름언덕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대학교 출판사에서 출간한 교재나 정부에서 발간한 총서 따위가 그렇다. <제주신화>는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딱딱한 하드커버에 무심한 장정, 밋밋한 제목이 어우러져 나오자마자 어디 서점 구석에 박힐 운명처럼 보였다.
그러나 책은 표지를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법. 이 책은 제주신화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문화의 원형을 총망라하고 있는 귀한 책이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에서 언급한 거의 대부분의 설화가 제주신화에 기원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드라마 <도깨비>는 또 어떤가?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저승사자나 삼신할매 이야기는 죄다 우리 신화 이야기의 변용이다.
시인이 쓴 책이라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게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놓아 읽기도 편하다. 한자도 최소화하여 가독성도 높다.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