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세트 - 전13권 위험한 대결
레모니 스니켓 지음, 홍연미 옮김, 브렛 헬퀴스트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성경에서 가장 이상한 장을 꼽으라면 <욥기>와 <요한계시록>일 것이다. 내 의견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구종말을 인정하는 듯한 요한계시록 까지는 인정하지만 욥기가 왜? 선한 사람도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곧 내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심지어 착하기까지 한데 거듭된 환난에 처하게 된다.

 

<위험한 대결>은 욥기의 소설판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대상이다. 단지 부모를 잃었기 때문에, 그렇게에 더 동정을 받아 마땅한 아이들이, 악당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뭔가 선한 결말에 다다르기 위한 극적인 장치도 아니다. 그저 아무 이유없이 한 고비를 넘었다 싶으면 또다른 구렁텅이에 발목을 담근 채 전전 긍긍한다.

 

대체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을 한 것일까? 만약 인생은 불행한 것이라면 가장 좋은 선택은 체념하는 것이다. 닥치는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긴채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탈출구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낙담하는 대신 용기를 가지고 고난을 헤쳐나갔다. 그 힘의 원천은 형제들끼리의 우애였다. 때로는 싸우고 화내고 욕도 하지만 결국에 남는 것은 연대감이었다. 장장 13권에 걸친 대서사의 교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된 당신께 드리는 그림책 마흔네 권
이상희 외 지음 / 이봄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은 아이들이나 읽는다,는 오랜 편견은 나이 들면 깨지게 마련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문자와 영상에 중독되어 있다가 여백있는 그림에 몇 안되는 내용이 들어있는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은 덤이다. 휴대폰 동영상에 익숙한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직하게 말해 어릴 때 그림책에 몰두하지는 않았다. 우선 그림책 자체가 적었고 여자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강해서다. 대신 문자를 빨리 터득하여 동화책은 질리도록 읽었다. 따라서 내게 그림책은 어린시절의 향수라기 보다는 어른이 되어 처음 접하는 장르다.

 

이 책은 권할만한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4명이라 글은 일관되지 않고 선정기준도 애매모호하다.  그림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지 않아 보다 깊은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들께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소감을 나누어 낸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내게는 꽤 유용했다. 거의 다 모르는 그림책들이라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을 보고 알라딘 중고서점을 간 김에 세권을 당장 구입하기도 했다. 그림책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이 더욱 확대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유지될 듯싶다. 단순한 퇴행이 아니라 나처럼 새로운 발견을 하고 싶은 독자들이 있는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아침 의식처럼 라디오를 듣고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KBS 1 FM이었는데 최근엔 교통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다. 세상에나 교통방송을 다 듣다니? 이게 다 김어준 때문이다. 여전히 그의 바람많이 들어간 발음이나 껄렁대는 말투가 신경을 거슬르지만 묘한 중독처럼 주중에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않고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무조건 고정이다.

 

왜일까? 대통령 탄핵바람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10월말 태블릿 PC 보도가 나가면서부터다. 그전까지 우리의 언론은 암흑기였다. 보수정권이 연달아 들어서면서 알아서 기는게 습관처럼 굳어버려 뉴스를 보고 싶지조차 않았다. 그러나 JTBC의 맹활약으로 조중동까지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그나마 좀 들을만 해졌다. 급기야는 재야의 거두 김어준까지 공중파에 입성하고야 말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편한성을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진보이고 문재인 빠이다.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절대 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청취자 모두가 진보에 문재인 지지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기존 방송에서 보고 들을 수 없는 시원한 이야기를 접하고 있어서다.

 

김어준 제국(?)의 시작은 딴지일보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껄렁한 잡담을 한데 묶어 신문형태로 펴낸 인터넷 방송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참신했기 때문이다. <닥치고 정치>는 그의 인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 나온 책이다. 정치에 무관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할말은 하자는게 주제지만 딱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

 

역설적으로 김어준은 보수정권의 고리타분함이 만든 산물이다. 만약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자신들에 대한 비난조차 풍자로 받아들이고 웃어 넘겼다면 지금 이 모양 이 꼴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좌파를 껴안으며 승승장구하며 2의 메르켈을 꿈꾸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드 이펙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캐서린 제타 존스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반전에 목을 매는 영화가 전성기였던 시대가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 센스>가 대표적이다. 두 영화를 보았을 때의 아찔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사이드 이펙트>도 이 공식을 따르고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루니 마라. 남편은 사기죄로 감옥에 갇혀 4년째 복역하고 있다. 루니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약도 먹는데 그 약의 치명적인 약점은 몽유병이다. 감옥에서 나온 남편과 근근이 부부생황을 이어가던 루니는 불명증의 부작용으로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이기에 이르는데. 정신과 의사 쥬드 로가 죄를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하고 만다. 부작용을 알면서도 과잉진료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스티븐 소더버그는 매끄럽게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멈칫하고 만다. 이야기를 뒤집을 반전 카드가 약했던 것이다. 1시간 이상 이끌어온 스토리를 단숨에 역적시켜 버리려다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영화는 설명이 아니다. 화면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 스티븐은 억지로 반전을 이끌어내려다보니 구구절절 덕지덕지 벽지를 바르다보니 뒷맛이 개운치 않은 갈비탕이 되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더걸스 - 정규 1집 The Wonder Years
Wonder Girls (원더걸스) 노래 / JYP 엔터테인먼트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텔미 선풍이 몰아닥쳤다. 길거리에서는 어디에서나 텔미텔미나 울려퍼졌고 원더걸스가 떳다하면 주변은 일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학교 축제에 불려온 그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학생들이 일거에 몰려오는 바람에 압사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광경도 연출되었다.

 

10년 전 일이다. 지금은 해체되어 사라져버렸지만 원더걸스의 여운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애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첫 노래부터 들어본다. 박진영 스타일이 물씬 풍기지만 지금 기준에서 보면 세련미가 떨어진다.

 

대부분 단순한 펑키 리듬이다. 텔미도 예외가 아니다. 뿅뿅 거리는 전자음악이 아련하게 울려퍼진다. 마지막 곡 아이러니까지 듣고 난 소감은 메가히트는 정말 우연이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박진영도 텔미가 이렇게 뜰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곡도 곡이지만 멤버들의 춤이나 노래가 아직 여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원더걸스의 노래실력은 그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의 걸그룹, 예를 들어 <여자친구>의 슈주나 은하와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원더걸스 1집>은 역사적 명반은 아니다. 절판은 되었지만 중고가가 매우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이 지나도 그 평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더걸스는 텔미로 엄청난 선풍을 일으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는 인기가 곧 진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