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 안젤리나 졸리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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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세히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나 이름 정도는 다 아는 아야기를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그런 경우다. 세세한 상황은 모른다고 하더라도 저주에 빠져 평생 잠이 든 공주를 왕자가 키스로 깨운다는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말레피센트>는 일종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 번외편이다. 곧 공주가 저주받게 된 배경에는 말레피센트라는 악녀가 있었으며 그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굳이 그 사정을 알고 싶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디즈니는 강력한 카드를 내민다. 그 악녀가 바로 안젤리나 졸이다.

 

그러나 한여름밤의 꿈을 연상시키는 몽롱한 화면속에서 그녀는 빛이 나거나 혹은 가여워보이기는 커녕 백설공주의 계모인 이블 퀸만 연상시킬 뿐이다. 자신이 내린 저주로 잠이 든 공주에게 참회한다는 설정 또한 황당하기만 하다.

 

고전은 왜 고전대로 가치가 있는지 <말레피센트>는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아무리 흥부는 그저 나약하기만한 가장이고 놀부가 진정한 능력자이며 현실 적응력이 뛰어나 부자라고 강변해도 놀부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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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도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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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살 사람 이라는 소리가 있다. 죄 짓지 않고 착하게 산다는 뜻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순리대로 살아도 법정으로 끌려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온갖 죄를 저질러도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오는 이들도 있다. 핵심은 법을 잘 아느냐, 모르느냐다.

 

법꾸리지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범죄에 해당하는 짓을 저지르고도 벌받지 않고 요리조리 피해다닌다는 의미다. 비아냥대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법의 본질을 아신다면 마냥 비난할 일은 아니다. 법은 정의라는 환상때문이다.

 

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이해관계의 조정이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만큼 잘 못했다고 범위를 설정하고 피해 받은 사람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공동체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법의 지도>는 법의 요모조모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영미법과 대륙법의 기원부터 법률과 시행령의 차이까지 이론과 실무를 탄탄하게 소개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즘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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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흔들리다
김미자 지음 / 낮은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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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밥을 어떤 맛이라고 딱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물론 흰밥, 누른밥, 현미밥 등 다양한 밥종류가 있고 맛도 제각각이지만 밥 자체의 맛이 뭐냐고 물으면 막연하다. 짠 맛도 아니고 단 맛도 아니고 신 맛도 아니고 그저 밥 맛아닌가? 밥이 진정한 멋을 내는 건 반찬과 어우러질 때다. 곧 밥은 메인이면서도 주인공은 아니다.

 

<그림책에 흔들리다>는 심심한 책이다. 그림책을 읽고 느낀 소감을 담담하게 그리고 소박하게 그리고 있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그림책 카페를 열면서 마주한 손님들의 사연이 대부분이다. 초보 단계의 글쓰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읽을만한 이유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고 느끼는 범위 안에서 글과 그림을 풀어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생활은 고만고만한 수많은 일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말

 

아이의 마음보다는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의 시각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감동보다는 교훈이 더 많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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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한종수.강희용 지음 / 미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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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남 출신이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2학년때 압구정동으로 이사왔다. 주변은 온통 배밭이었으며 성수대교도 공사중이었다. 비만 오면 길은 진흙구덩이로 변해 장화를 신지 않으면 지나갈 수조차 없었다.

 

강남을 탈출(?)한 것은 결혼하면서부터다. 단 한번도 그리워한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다지 인상깊지는 않다. 무려 20년 가까이 산 동네에 애정이 없다니 나조차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 책은 강남의 탄생부터 지금의 번화가가 되기까지 변천과정을 담았다. 딱히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남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미덕을 꼽자면 강남은 애초에 잘나갈 요건을 갖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불과 30년 전만하더라도 서울의 중심은 4대문을 배경으로 한 강북이었으며 강남은 그저 촌동네에 불과했다. 박정희 정부의 대대적인 강남 이전정책과 아파트먼트 투기붐이 아니었다면 영원한 변방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강남은 인공미 물씬 넘치는 도시 느낌을 준다.

 

아, 강남에 정을 붙이지 못한 이유가 인공미 때문이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아주 가끔 놀러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즐겁지만 계속 살수는 없는 삭막함에 원인이 있었다. 아무리 강남이 새롭게 재편되더라도 산과 강을 갖다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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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지음 / 생각의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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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하면 머리카락을 마구 허끌어뜨린 채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치광이 할머니를 떠올리신다면 당신은 이미 마녀사냥에 가담한 셈이다. 희화화된 마녀의 모습 이면에는 갖은 고문을 당하고 화형에 처해지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녀>는 제목 그대로 마녀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양 근세 초기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마녀 사냥에 집중하고 있다. 아니 근세 초기라니, 중세 아니었다. 이런 편견은 딱히 마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전문가들도 저지르는 실수다.

 

마녀소탕작전은 오랜 중교지배시대를 끝내고 근대 국가를 막 만들던 무렵 벌어진 사건이다. 곧 구악을 청산한다는 명목 아래 법과 질서의 위험을 내세우려던 국가의 폭력이었다. 실제로 국가는 엄밀한 기준에 따라 마녀를 분류하고 모두 정식 재판을 거쳐 화형에 처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마녀(?)들이 희생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5만 명이 화형장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당시의 인구규모를 보면 어마무시한 숫자다.

 

그렇다면 마녀들은 정말 죄다 사라졌는가? 아니 정말 마녀들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이 판단은 유보적이다.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반체제 인사들도 마녀취급을 받아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깡패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독재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까지 삼청교육대에 보냈듯이.

 

흥미로운 사실(?)은 국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히자 마녀소탕작전 또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곧 더이상 마녀사냥으로 국가의 위엄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마녀는 불온한 시대의 상징인 셈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하는 자는 어떻게해서든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고 그 때 걸려든 이들은 마녀 취급을 받는다.

 

5월이면 새대통령을 뽑는다. 이른바 보수 정권 9년 정말 지긋지긋했다.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간 듯한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이 모든 적패를 단숨에 부숴버리겠다고 또다른 마녀사냥 놀음을 벌이는 것은 반대한다.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다치는 사람은 애꿏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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