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지음 / 생각의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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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하면 머리카락을 마구 허끌어뜨린 채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치광이 할머니를 떠올리신다면 당신은 이미 마녀사냥에 가담한 셈이다. 희화화된 마녀의 모습 이면에는 갖은 고문을 당하고 화형에 처해지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녀>는 제목 그대로 마녀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양 근세 초기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마녀 사냥에 집중하고 있다. 아니 근세 초기라니, 중세 아니었다. 이런 편견은 딱히 마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전문가들도 저지르는 실수다.

 

마녀소탕작전은 오랜 중교지배시대를 끝내고 근대 국가를 막 만들던 무렵 벌어진 사건이다. 곧 구악을 청산한다는 명목 아래 법과 질서의 위험을 내세우려던 국가의 폭력이었다. 실제로 국가는 엄밀한 기준에 따라 마녀를 분류하고 모두 정식 재판을 거쳐 화형에 처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마녀(?)들이 희생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5만 명이 화형장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당시의 인구규모를 보면 어마무시한 숫자다.

 

그렇다면 마녀들은 정말 죄다 사라졌는가? 아니 정말 마녀들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이 판단은 유보적이다.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반체제 인사들도 마녀취급을 받아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깡패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독재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까지 삼청교육대에 보냈듯이.

 

흥미로운 사실(?)은 국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히자 마녀소탕작전 또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곧 더이상 마녀사냥으로 국가의 위엄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마녀는 불온한 시대의 상징인 셈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하는 자는 어떻게해서든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고 그 때 걸려든 이들은 마녀 취급을 받는다.

 

5월이면 새대통령을 뽑는다. 이른바 보수 정권 9년 정말 지긋지긋했다.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간 듯한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이 모든 적패를 단숨에 부숴버리겠다고 또다른 마녀사냥 놀음을 벌이는 것은 반대한다.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다치는 사람은 애꿏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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