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탄생 -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한종수.강희용 지음 / 미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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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남 출신이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2학년때 압구정동으로 이사왔다. 주변은 온통 배밭이었으며 성수대교도 공사중이었다. 비만 오면 길은 진흙구덩이로 변해 장화를 신지 않으면 지나갈 수조차 없었다.

 

강남을 탈출(?)한 것은 결혼하면서부터다. 단 한번도 그리워한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다지 인상깊지는 않다. 무려 20년 가까이 산 동네에 애정이 없다니 나조차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 책은 강남의 탄생부터 지금의 번화가가 되기까지 변천과정을 담았다. 딱히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남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미덕을 꼽자면 강남은 애초에 잘나갈 요건을 갖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불과 30년 전만하더라도 서울의 중심은 4대문을 배경으로 한 강북이었으며 강남은 그저 촌동네에 불과했다. 박정희 정부의 대대적인 강남 이전정책과 아파트먼트 투기붐이 아니었다면 영원한 변방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강남은 인공미 물씬 넘치는 도시 느낌을 준다.

 

아, 강남에 정을 붙이지 못한 이유가 인공미 때문이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아주 가끔 놀러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즐겁지만 계속 살수는 없는 삭막함에 원인이 있었다. 아무리 강남이 새롭게 재편되더라도 산과 강을 갖다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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