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 키다리 아저씨
진 네글레스코 감독, 레슬리 카론 외 출연 / 유비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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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에게는 변치 않는 로망이 있다. 백마 탄 왕자가 다가와 자신을 구해주는 꿈. 페미니스트들은 들고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보호받고 싶은 욕망은 그릇된 것이 아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어린 여인의 욕망을 반영한 영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작이 더 유명하지만. 우연히 미국인 갑부의 도움을 받게 된 소녀에게 단 하나의 조건은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쓰는 것.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을 듬뿍 담아 쓰지만 답장이 없자 화도 내고 투덜대기도 하다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소상하게 늘어놓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키다리 아저씨의 답장은 없다. 대체 뭐지?

 

영화는 원작을 말도 안되게 흐트려놓는다. 프레드 아스테에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설정 자체가 어이없다. 아무리 춤을 잘 추는 헐리우드 대스타라고 해도 할아버지 아닌가? 그 할어버지가 몇 십년이나  차이 나는 여자애와 사랑에 빠져 결혼끼지 하다니. 이런 막장이 어디 있는가?

 

원작은 의지하고 싶은 어른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 곧 주변에서 보는 늘 혼을 내거나 귀찮아 하는 어른들 말고 진짜 푸근하게 안기고 싶은. 제목만 같을뿐 소설과 영화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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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
마이첼 레드포드 감독, 마씨모 뜨로이지 외 출연 / 키노필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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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씨네마 천국으로 더 잘 알려진 필립 느와레도 세상을 떠나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주인공 마시모 트레이시가 촬영 직후 보름만에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추억속의 명화로나 기억될 법했는데 최근 재개봉되어 다시 한번 감동을 전하고 있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씨네마 천국>의 아류 정도로 여겨졌다. 워낙 필립 느와레의 여운이 짙어서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마시모의 채취가 더 강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섬에서 우편배달부를 했던 인물처럼 느껴졌다. 연기도 어쩐지 어설퍼 보여 연기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오해까지 받을 정도였다. 시라고는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이 시의 세계에 들어가기에는 적역이었다. 

 

어떤 일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동기부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열정을 들어주고 북돋아주고 도와줄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다행히(?) 마시모의 옆에는 네루다가 있었다. 세상에나 네루다가 한 동네에 살다니. 게다가 성심성의껏 시를 알려주다니. 꿈만 같은 일이지만 네루다라면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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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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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처음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를 써서 등단했으나 지금은 이런 저런 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었다. 신기했다. 국어 책 속에서나 보던 시인을 직접 만나다니. 게다가 그는 나름 유명인이었는데 직접 만나자고까지 했으니.

 

우편배달부에게는 그런 감정이 있었을까? 유명한 시인이라고는 하지만 잘 모르는 누군가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게 변한다. 연인에게 시 한편 보내지 못하는 남자는 사내도 아니라는 생각에 시인에게 매달렸다.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나요?

 

시인은 말한다. 시는 은유와 직유의 마법이다. 아하, 말은 쉬운데 막상 시를 쓰려니 안된다. 당연하지. 시의 세계는 현실인 듯 환상인 듯 애매모호해야 하니까.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으로만 알려지기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아까운 작품이다. 시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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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1 한밤중의 베이커리 1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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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빵집을 연다. 젊고 잘 생긴 청년과 사람좋아보이는 중늙은이.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데 그 비밀은 나중에 밝혀진다. 빵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여고생이 찾아온다. 늙는 주인의 부인 여동생이라고 고백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년 이상 차이나는 배다른 동생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같지만 받아준다. 여고생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빵냄새를 고소히 풍기며 지지고 볶는 일상같은 나날이 이어진다.

 

밤 늦게 문을 열어 새벽에 닫는 미스토리한 베이커리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잘 만든 빵은 보기만 해도 냄새를 맡기만 해도 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듯이. 사소한 고민따위는 살짝 잊혀지기도 한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빵의 위력은 대단했다. 2편에 이어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같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사실은 내면 깊숙이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심성을 잘 대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그런 사람들이 일본에만 있겠는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동네 빵집에 들러 갓 만든 빵을 한 입 베어 먹으며 시름을 잠시나마 달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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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팥 인생 이야기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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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출출하여 인근 편의점에 들어갔다. 저녁 식사때까지는 두시간 정도 남았지만 출출했던 터라 커피에 간단한 쿠키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커피는 늘 마시던 거라 문제가 없었는데 쿠키가 고민이었다. 눈여겨 봐 두었던 쿠기가 없고 생소한 것들만 쭉 진열되어 있었다. 어떡한다? 빵을 고를까, 아니면 2+1 행사를 하는 웨하스를 먹을까? 5분쯤 매장안을 돌며 고민하다 고른 것은 씨앗호떡이었다. 처음 보는 것이라 호기심도 들었고 왠지 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전자렌지에 20초쯤 돌리고 나서 호떡을 싸들고 나와 공원 벤치에 앉아 한 입 베어 물었다.

 

<앙>은 도리야끼 이야기다. 우리 말로 하면 팥빵쯤 되는데 훨씬 얇고 약간은 딱딱한 피로 팥을 싸고 있는 간식이다. 도리야끼의 핵심은 팥이다. 곧 지나치게 달지도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게 달착지근하게 삶는게 핵심이다. 이런 저런 일로 좌절을 겪은 주인공은 가게를 물려받는 조건으로 별 생각없이 도리야끼를 구워 판다. 별다른 직업의식도 없었던 터라 대충 만들어 장사를 하던 어느날 할머니가 찾아온다.

 

"혹시 알바생 쓸 일 없을까?"

 

알고보니 그 할머니는 팥 장인이었다. 가게는 입소문을 내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는데 한가지 걸림돌은 그녀가 한센병 환자였다는 사실이다. 그 일이 알려지자 갑자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급기야 아무 말 없던 주인이 가게를 리모델링하여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겼다고 한다.

 

음식을 둘러싼 스토리는 기본빵은 한다. 일단 눈 앞에 맛있는 요리가 펼쳐지니 마음이 후해진다.  그 이상 무엇인가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감동이 따라야 한다. <앙>의 초반부는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코 마냥 독자들을 설레고 긴장하게 한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 익숙한 결말이 펼쳐진다. 할머니는 돌아가고 한참 지나 사망소식을 듣고 그녀를 떠올리며 다시 도리야끼 장사를 시작한다. 살짝 아쉽지만 어떤 분야든 누구나 깊이 파고들면 장인이 될 수 있다는 일본 특유의 정서는 아름답다. 영화로도 선보였으니 짬 되시는 분들은 챙겨보시길. 요즘처럼 벚꽃 흩날리는 날 보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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