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팥 인생 이야기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출출하여 인근 편의점에 들어갔다. 저녁 식사때까지는 두시간 정도 남았지만 출출했던 터라 커피에 간단한 쿠키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커피는 늘 마시던 거라 문제가 없었는데 쿠키가 고민이었다. 눈여겨 봐 두었던 쿠기가 없고 생소한 것들만 쭉 진열되어 있었다. 어떡한다? 빵을 고를까, 아니면 2+1 행사를 하는 웨하스를 먹을까? 5분쯤 매장안을 돌며 고민하다 고른 것은 씨앗호떡이었다. 처음 보는 것이라 호기심도 들었고 왠지 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전자렌지에 20초쯤 돌리고 나서 호떡을 싸들고 나와 공원 벤치에 앉아 한 입 베어 물었다.

 

<앙>은 도리야끼 이야기다. 우리 말로 하면 팥빵쯤 되는데 훨씬 얇고 약간은 딱딱한 피로 팥을 싸고 있는 간식이다. 도리야끼의 핵심은 팥이다. 곧 지나치게 달지도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게 달착지근하게 삶는게 핵심이다. 이런 저런 일로 좌절을 겪은 주인공은 가게를 물려받는 조건으로 별 생각없이 도리야끼를 구워 판다. 별다른 직업의식도 없었던 터라 대충 만들어 장사를 하던 어느날 할머니가 찾아온다.

 

"혹시 알바생 쓸 일 없을까?"

 

알고보니 그 할머니는 팥 장인이었다. 가게는 입소문을 내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는데 한가지 걸림돌은 그녀가 한센병 환자였다는 사실이다. 그 일이 알려지자 갑자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급기야 아무 말 없던 주인이 가게를 리모델링하여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겼다고 한다.

 

음식을 둘러싼 스토리는 기본빵은 한다. 일단 눈 앞에 맛있는 요리가 펼쳐지니 마음이 후해진다.  그 이상 무엇인가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감동이 따라야 한다. <앙>의 초반부는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코 마냥 독자들을 설레고 긴장하게 한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 익숙한 결말이 펼쳐진다. 할머니는 돌아가고 한참 지나 사망소식을 듣고 그녀를 떠올리며 다시 도리야끼 장사를 시작한다. 살짝 아쉽지만 어떤 분야든 누구나 깊이 파고들면 장인이 될 수 있다는 일본 특유의 정서는 아름답다. 영화로도 선보였으니 짬 되시는 분들은 챙겨보시길. 요즘처럼 벚꽃 흩날리는 날 보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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