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생활 - 우리는 모두, 단어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지음, 김아영 옮김 / 사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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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직업이 연예인인 어떤 사람은 말을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아니, 근데'를 덧붙인다. 스스로는 화제전환용이라 생각하는 듯 싶지만 들을 때마다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본인은 모르는 듯 싶어 지적하는 글을 게시판에 남긴 적도 있다. 이후에도 변함이 없는 것을 보면 내 의견이 전달되지 않은 듯 싶다. 그는 여전히 남이 말하고 나면 '아니, 근데'라고 한다. 참 듣기 싫다. 그는 신동엽씨다.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며 제발 부탁이니 그 말은 쓰지 마시길. 또 한 방송에서 계속헤서 어쨌든을 남발하는 사람이 있어 숫자를 세어보기까지 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어쨌든을 남발하는지 알아보았더니 3분에 무려 17번이나 어쨌든을 썼다.

 

이처럼 자신은 모르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이 꽤 많다. 개인적으로 그런 것이야 뭐라 할 말 없지만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비슷한 실수를 하면 보거나 듣는 사람은 괴롭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면서 못된 습관을 바로잡으려 무던히 노력했다. 이를테면 접속사를 남발하지 말고, ~하는 것과 같은 표현을 자제하는 거다.

 

<단어의 사생활>은 한 개인이 남기는 말의 족적을 추적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단어란 지문처럼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지시대명사 쓰기를 즐겼는데, 이는 어떤 사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못함을 시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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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교실
하스미 에이이치로 감독, 시이나 깃페이 외 출연 / 하은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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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학원물의 역사는 길다. 질리다 싶을만큼 울어먹는데 여전히 강세다. 약간의 퇴행적 경향이 아닌가 싶다. 곧 여중생이나 여고생의 이야기는 해당 학생들이 아니라 어른들이 주소비층이기 때문이다.

 

<암살교실>은 만화 주간지 소년 점프에 절찬리 연재되었다. 왕따를 당하거나 아니면 열등반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한데 모여 암살수업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희한한 건 암살의 대상이 달을 없애고 이제는 지구마저 파괴하러 온 외계생명체라는 사실이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설정은 만화로 볼때는 그러려니 헸는데 설마 영화로까지 만들줄은 몰랐다.

 

영화는 만화에 비해 생동감은 덜하지만 구석구석 교훈을 심어놓고 있다. 일찌감치 열등생으로 찍힌 학생들이 심기일전하여 용기를 얻고 희망을 품는다는. 어찌보면 신파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의외로 설득력이 있다. 사회가 워낙 촘촘하게 짜여있고 성공의 기회가 드물다면 이른 시기에 걸러지는 사람들이 나오게 마련이고, 이는 곧 사회의 원동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곧 닥칠 현실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이왕 영화로 옮길거면 훨씬 더 박진감있게 연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헐리우드나 빼어난 우리 영화의 시각효과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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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월드…
레이크 벨, 레이크 벨 외 / 소니픽쳐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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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극장 나들이가 기한 경험이었던 때 본 영화에 앞서 틀어주던 짤막한 상영예정화면은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희한한 건 죄다 보고 싶어지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 중에 한 영화를 보면 생각보다 재미가 덜했다. 일종의 미끼상품이었던 셈이다.

 

<인 어 월드>는 성우들의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화예고편 전문 목소리 배우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성공을 이룬 이들은 극히 드물고 소수사 거의 대부분의 몫을 싹슬이하게 마련이다. 

 

'세상에나' 라는 말을 트레이드마크 삼았던 전설적인 성우가 사망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과연 누가 대세가 될 것인가?

 

그러나 스토리는 초반부터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목소리 전문 배우들의 속사정도 아니고 애정도 아니고 갈등도 아닌 그저 그런 에피소드가 줄줄이 이어진다. 성우들의 세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차라리 <웰컴 투 맥도널드>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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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베스트 오퍼 : 1,000장 넘버링 한정판 - 아웃케이스 + 부클릿(36p) + 아트카드(6ea)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제프리 러쉬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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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지루한 직업을 꼽으라면 화장터와 미술관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답하겠다. 구체적으로 사람의 뼈를 곱게 빻아 유족에서 전달하거나 하루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전시장에서 작품과 마주 앉아 있어야 하는 일들이다. 상상만으로도 외로움이 연상이 되지만 실제 보면 그 심정이 더욱 절절이 전달이 된다. 

 

<베스트 오퍼>는 미술품 경매 이야기다. 오랜 세월 진품과 가짜를 가리는데 도가 큰 주인공에게 작룸의뢰가 들어온다. 과연 진짜인가?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일어나는 일이아 여느때처럼 집중하여 살펴보기 시작하는데 이야기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확신은 흔들리고 불신은 커진다. 무엇이 오리지널인가, 라는 숙명의 사슬에 얽매어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 영화는 고급스럽다. 문제는 고급이란 주관적인 해석이기에 어떤 이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마련인 하향평준화사회에서는 뭔가 시끌벅쩍해야 한다. 고요히 작품과 마주 서서 자신을 돌아다보는 사치는 허용되지 않는다.

 

덧붙이는 말

 

한달에 한번은 미술관에 간다. 집 근처 걸어갈만한 거리에 대형 전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한창때는 일주일에 한번 인사동에 꼬박꼬박 출근하다시피 가서 하루종일 작품만 보러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대학생 때 한 친구가 호암미술관에 같아 가자고 해서 따라간게 계기였다. 남자 둘이 뭐하는 짓인가 했던 의아함이 반가사유상을 접하고 180도 바뀌었다. 딱히 표현할 수 없지만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아우라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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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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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우여곡절끝에 따낸 대회라 열기가 넘쳐야 마땅한데 영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최순실 탓이 크다. 저게 죄다 한 인간이 돈 벌어먹자고 한 거잖아? 한 여인 때문에 인류제전이 엉망진창으로 치루어져서야 되겠는가?

 

우리에게 겨울 스포프프는 역시 스케이팅. 오로지 쇼트트랙에서만 성과를 내다 스피트 스케이팅까지 가세하여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여기에 불세출의 영웅 김연아의 스타 탄생으로 피겨까지 정점을 찍었다. 또한 영화 <국가대표>의 영향으로 스키 점프까지 관심을 끌더니 최근에는 아이스하키 남녀팀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바야흐로 윈터 스프츠의 부흥이 무르익을때로 익은 느낌이다.

 

그러나 순수한 마음으로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는 여전히 적다. 아니 올림픽에서 어떤 종목들이 펼쳐지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를 읽고 나면 급 흥미가 당길지도 모르겠다. 겨울 운동의 현황과 각 종목의 특징과 전략을 아주 쉽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가이드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제로 이 책을 손에 잡자 마자 순식간에 삼분의 이쯤을 앉은 자리에서 읽고 말았다. 하루키 못지 않은 에세이 솜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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