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네버랜드 클래식 24
L.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클래식이란 길이길이 남은 고전을 말한다. 어느새 <오즈의 마법사>도 그 반열에 올랐다. 책과 더불어 영화 또한 불멸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대체 어떤 부분이 많은 이들의 애정을 끌어모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캔자스에 살고 있는 시골소녀 도로시는 어느날 불어온 회오리 바람에 이상한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등을 만나면서 고난한 여행이 시작된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여정은 결국 마무리되고 도로시는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

 

 

현재 시각에서 보면 별 것없는 이야기지만 출간 당시만 해도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 읽는 책에 교훈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곧 이전까지의 아동 도서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오즈의 마법사>는 어린이의 관점에서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다.

 

 

늘 식사후에 뛰곤 하는 공원은 일요일만 되면 아이들로 바글거린다. 평소와 달리 잔뜩 긴장한 채 운동화 끈을 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이들 때문이다. 그들의 호기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곧바로 달려가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다. 이리 저리 전혀 패턴을 알 수 없게 뛰어 다닌다. 이리 저리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깨닫는다. 아, 저 애들은 하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를 죄다 합쳐놓았구나. 마냥 귀엽기만 한게 아니라 무서우면서도 놀라우면서도 예측불가능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철학할 줄 아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로 철학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이겠지만 나름 수긍이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철학논쟁을 글로 남겨 후손들도 되새길줄 아는 것이겠지만.

 

<대논쟁! 철학 배틀>은 주요 이슈별로 철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토론 형식으로 소개한 책이다. 물론 가상이다. 지은이 하타케야마 소는 우리식으로 하면 학원강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과목은 다르지만 일본판 설민석 선생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철학하면 연상되는 추상적이고 까다롭다는 편견이 사라진다. 그만큼 저자의 내공이 깊다. 물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전공 서적을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주제는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이다. 부제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이다. 과연 우리는 왜 사는가? 부, 명예, 권력, 행복. 그 때 그 때 사정은 다르겠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될 수 없다. 어차피 인간은 죽음을 위해 달려가는 존재 아닌가? 철학자들답게 치열하게 싸운다. 자신을 위해 산다. 타자를 위해 산다. 신과 자신의 관계 때문에 산다. 집착을 버리고 번민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산다. 제각각 그럴듯한(?) 의견을 내세우지만 답은 없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계속 고민하는 이유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최소한의 발버둥은 아닐지? 편견이 없는 무지의 상태가 되아야만 가능한 일일지도. 참고로 현재 나는 쓰기 위해 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심정명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동생은 문방구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색연필도 12개가 아닌 24개짜리 세트를, 연필도 한 두 개가 아닌 꼭 한 다스를 사달라고 발버둥을 쳤다. 나야 있으면 쓰고 없으면 말고 식이어서 관심밖이었다. 지금 동생은 엔지니어다. 과연 문방구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습성이 직업선택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문구를 내가 더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로 글쓰기에 노트북을 활용하고 있지만 연필, 지우개, 볼펜, 스테이플러, 스카치 테잎, 가위, 메모지 등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늦바람이 무섭긴 무섭군. 일 때문이라고 변명하고는 있지만.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는 문구 하나하나의 기능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쓴 책이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물씬 풍겨나온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지구본을 고치면서 때때로 지구를 대대적으로 수리해 구해내는 기분이 들었다. 상당히 규모가 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그리스 신화에도 지구를 수리하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 지구본 안에 손을 넣을 수만 있다면 이어 붙이는 일쯤이야 그리 어렵지 않았을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유리 조각을 핀셋으로 집고는 밥풀이 마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야 했다. 몇 번 수리에 실패한 끝에 마침내 성공했고 전등을 넣어 회전까지 해봤다.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에 휩싸여 불타버렸지만. 나도 이것을 불 속에서 구해내는 것은 무리였다."

 

 

고장난 지구본 하나를 고치면서 의식이 이토록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꼭 그렇게까지 의미부여를 해야 하나 싶다. 물론 우산과 마찬가지로 수시로 잊어버려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는 마음에 아쉬움은 크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치콕 Hitchcock
패트릭 맥길리건 지음, 윤철희 옮김 / 그책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치콕만큼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은 감독도 드물다. 지금에야 서스펜스의 대가라 불리지만 전성기때는 싸구려 대중영화 제작자로 욕을 먹기도 했다. 영화 중간 중간 자신의 모습을 등장시키는 방식도 저급한 것으러 여겨졌다.

 

히치콕의 명성이 비로서 진가를 발휘한 것은 <사이코>가 개봉되었을 때다. 상대적으로 저예산에 게다가 흑백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온갖 추잡한 감정을 냉정하게 드러낸 덕도 크지만 역시 최고는 샤워신이었다. 몰래 여자를 훔쳐보는 남자의 심리, 게다가 살인까지 저지르는 짜릿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이 히치콕 말고 누가 있겠는가?

 

이 책은 히치콕의 일대기다. 다소 지루한 감은 있지만 스스로 좋아하는 영화의 앞뒷배경과 감독의 의도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축복이다. 짬짬이 글을 읽으며 해당 영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의 수지 박람강기 프로젝트 8
모리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낮과 밤 구분없이 영감이 떠오르면 미친듯이 펜을 휘두르고 폭음은 기본이고 연창 담배를 뿜어대는 작가. 이 이미지는 오래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도 과장된 상상력을 무너뜨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 매일 아침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고 술과 담배는 자제하고 정해진 시간에 쌓인 눈을 치우듯 꼬박꼬박 글을 쓰는 공무원같은 인상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하루키 유파가 등장하고 있는데 김연수와 김영하가 대표적이다. 정말 공무원 저리가라 할정도로 철저하게 자신들을 관리하는.

 

물론 어느 쪽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이니까. 모리 히오시는 후자다. 대학교 교수를 하다 짬을 내어 쓴 글들이 히트를 치면 겸업을 했다. 왠만한 사람같으면 어느 한 쪽을 택할 텐데 그는 두 직업을 꾸준히 그리고 꽤 잘 유지했다. 당연히 계속 두바퀴를 굴릴줄 알았는데 왠걸 어느 순간 두 일을 그만두었다. 대신 지방에 집을 마련하고 어렸을 적부터 즐기던 철도놀이를 실물로 바꿔 즐기고 있다. 글은 오직 하루에 한시간만 쓴다.

 

부럽다. 이거야말로 꿈에 그리던 내 생활이 아닌가? 경제적 부담없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그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시간에는 인생을 즐긴다. 단지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여서라고 신포도 쳐다보듯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철저한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 곧 반드시 돈이 많다고 해서 인생을 유유자적 보내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히로시는 자신의 장점과 한계를 잘 아는 사람이다. 의지나 열정만으로 인생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주어진 상황에서 부지런히 할 일을 찾다보니 선호가 분명해졌을 따름이다. 이 책은 작가로서 그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썼는지를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속적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정직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그건 자신이 아는 것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