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수지 박람강기 프로젝트 8
모리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낮과 밤 구분없이 영감이 떠오르면 미친듯이 펜을 휘두르고 폭음은 기본이고 연창 담배를 뿜어대는 작가. 이 이미지는 오래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도 과장된 상상력을 무너뜨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 매일 아침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고 술과 담배는 자제하고 정해진 시간에 쌓인 눈을 치우듯 꼬박꼬박 글을 쓰는 공무원같은 인상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하루키 유파가 등장하고 있는데 김연수와 김영하가 대표적이다. 정말 공무원 저리가라 할정도로 철저하게 자신들을 관리하는.

 

물론 어느 쪽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이니까. 모리 히오시는 후자다. 대학교 교수를 하다 짬을 내어 쓴 글들이 히트를 치면 겸업을 했다. 왠만한 사람같으면 어느 한 쪽을 택할 텐데 그는 두 직업을 꾸준히 그리고 꽤 잘 유지했다. 당연히 계속 두바퀴를 굴릴줄 알았는데 왠걸 어느 순간 두 일을 그만두었다. 대신 지방에 집을 마련하고 어렸을 적부터 즐기던 철도놀이를 실물로 바꿔 즐기고 있다. 글은 오직 하루에 한시간만 쓴다.

 

부럽다. 이거야말로 꿈에 그리던 내 생활이 아닌가? 경제적 부담없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그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시간에는 인생을 즐긴다. 단지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여서라고 신포도 쳐다보듯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철저한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 곧 반드시 돈이 많다고 해서 인생을 유유자적 보내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히로시는 자신의 장점과 한계를 잘 아는 사람이다. 의지나 열정만으로 인생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주어진 상황에서 부지런히 할 일을 찾다보니 선호가 분명해졌을 따름이다. 이 책은 작가로서 그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썼는지를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속적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정직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그건 자신이 아는 것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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