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Born to Run - 인류가 경험한 가장 위대한 질주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여름언덕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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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육시간이 싫었다. 옷을 갈아입는 것부터 땀 냄새 풀풀 풍기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는게 끔찍했다. 당연히 점수는 안 좋았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다른 학과수업에 전력을 다했다. 대학에 들어와 가장 좋았던 건 체육이 없어서였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있었다. 다행히 한 학기로 끝이 났지만 지금도 떠올리면 악몽이 따로 없다.

 

뜀뛰기가 좋아진 건 중년이 되어서다. 딱히 계기는 없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이 남다보니 산책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그냥 걷기보다 좀 뛰어볼까 하다가 습관이 되어 버렸다. 요즘도 하루 평균 한시간 이상은 뛴다. 그렇다고 러너스 하이를 느낄 정도로 미친듯이 달리는 건 아니다. 식사후에 소화도 시킬겸 동네 주변 공원 트랙을 터덜터덜 걷듯이 뛴다. 그런에 이게 의외로 효과가 좋다. 소화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가 맑아진다.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의 실타래도 뛰다보면 술술 풀리며 명쾌해진다. 내게는 일종의 명상시간인 셈이다.

 

<본 투 런>은 달리기에 목숨 건 사람들 이야기다. 물론 죽기살기는 아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달리는 부족들을 소개하고 있다. 언뜻 만화에서나 가능한 이런 일이 실제 있다고 한다. 희한하 건 그 마을에서는 아이나 어른이나 노인네나 한결같이 그럼 이제 달려볼까 하고는 냅따 뛰어다닌다는 거다. 다행히 성인병이란 말은 들은 적도 없고 남녀노소 모두 건강하다. 사실 하루종일 밀폐된 사무실에 사람들을 가둬두고 게다가 의자에 몸을 붙들어 두는 것은 고문이다. 다행히(?) 닭장틀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속이 더부룩하다.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한다고 음식도 제대로 못먹고 빵 따위로 끼니를 떼우고 형광등 아래서 병든 닭처럼 자판을 쪼아댔는지.

 

흔히들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일의 고단함을 표현한 말이겠지만, 먹기를 뜀뛰기로 바꾸면 인생은 확 바뀔 것이다. 곧 살기 위해 뛸 것인가, 뛰기 위해 살 것인가? 나는 둘 다 맞는 답이라고 본다. 살아있음은 움직임이고, 움직임의 가장 생생한 표현방식은 달리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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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 노년생활백서
미나미 가즈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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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나이듬을 모른다. 노인네들이 줄창 하는 말이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그 나이 될때까지 살 생각 없거든요. 막말로 벽에 똥칠하고 사느니 깨끗하게 죽어버리겠어요.

 

그러나 시간은 흐르게 마련이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주변에 심심치 않게 내 연배의 사람들도 생을 떠나는 현실을 보면 앗차 싶은 마음이 든다. 대체 난 무얼 하고 있는거지? 나라고 평생 청년처럼 살거라고 믿은 건 아니지만 벌써 나이들어가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니.

 

아마 나만 그런게 아닐 것이다. 나이들 준비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작 닥쳐서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게 정상이다. 그럼에도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늙음이란 서서히 찾아오는게 아니라 낭떠리지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닥치기 때문이다. 곧 늙어버리고 나서는 몸과 마음이 정상이 아니니 온전히 자신을 위한 판단을 할 수 없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는 나이들어가며 챙겨야 할 것을 살뜰히 알려주고 있다. 저자 스스로 심한 요통을 겪은후 어떻게 하면 보다 건강하게 남을 누릴 수 있는지를 고민했기 때문에 더욱 절절히 와닿는다. 그 중에서도 죽음을 대한 자세도 가장 인상적이다. 억지로 삶을 연장할 필요 없다. 고통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어떤 약을 써도 좋지만 단지 숨을 붙어 있게 하기 위해 치료를 해서는 안된다. 더이상 삶을 연장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2주 정도 지켜본 후 생명연장장치를 떼어라. 죽고나서는 화장을 해서 산이나 강에 뿌려달라.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평생 살 것처럼 아득바득 삶을 끌어가는 인간들의 말로는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비참하다. 좋은 기억이 살아 있게하기 위해서는 맑은 정신일 때 유언장을 작성해주는 것이 좋다.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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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파리 컬렉션 - 파리 폴란드 역사문예협회 프레데리크 쇼팽 소장품 목록
예솔 편집부 엮음, 박영수 감수 / 예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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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파리 컬랙션>은 수상한 책이다. 쇼팽의 유품에 설명을 붙이고 있는데 감수자는 있는데 번역은 엮음이다. 곧 누군가 책임지고 우리말로 옮긴건 아니라는 말이다. 팔플렛에서나 볼 수 있는 여러명의 인사말이 실린 것도 이상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내용이다. 쇼팽 마니아들도 이게 뭥미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엉성하다. 이쯤되면 돈 주고 책을 사는게 아까울 법 한데 세상에나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었으니 그건 바로 CD가 있었다는 사실. 쇼팽의 주요곡을 모아둔 일종의 부록인데 연주자들이 어마무시하다. 루빈스타인. 호로비츠, 샤프란. 어머 이건 두말할 것 없이 지갑을 열어야 돼. 책이야 개나 줘버리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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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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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돌아가신 장모님 댁은 나무와 꽃 천지다. 마당은 물론 집안까지 화분으로 가득하다. 홀로 되신 장인어른께서 과연 관리를 제대로 하실까 싶어 조금은 처분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찮으시단다. 그나마 단독주택이라 이리 저리 옮겨다니기가 편한 면도 적용했으리라.

 

나는 서울 출신이다. 산과 개울을 벗삼아 지낸 기억은 전혀 없다. 언제나 눈에 들어오는건 높은 빌딩과 시커먼 차량 물결이었다. 시골에라도 갈 기회가 생기면 하루를 버티기 힘들었다. 티브이 채널도 하나밖에 없고 구멍가게도 차를 타고 가야 하고 화장실도 집 바깥에 있는게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자연에 대한 관심이 생긴건 나이 들어서다. 정확하게 말하면 결혼후 경제사정으로 인천 변두리 산 밑 빌라로 거처를 옮기면서부터다. 사방이 산인 현실이 처음에 믿어지지 않았지만 서너달쯤 지나자 시내만 나가도 숨이 막히는 나를 발견했다. 늦게마나 다행인 건가?

 

<랩 걸>은 식물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자연의 신비를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저자가 여성이고 현실세계에서 겪은 고단함이 만만치 않았음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실제와 동떨어진 객관적인 과학에 머물지 않고 자연이 치유능력이 있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봄과 겨울이 짧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사계절이 있는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지. 꽃이 필때도 좋았지만 녹음으로 물들어가기 직전인 5월 중순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다. 나무를 포함한 식물이 우리에게 사랑을 듬뿍 전해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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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
데이비드 매컬로 지음, 박중서 옮김 / 승산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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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꿈은 태초부터 있었다. 어깨에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다가갔다는 아키루스의 전설은 어쩌면 누구나 상상하던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드디어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날고자하는 오랜 숙원을 이루었다. 지금이야 비행기 여행이 흔한 시대지만 처음 날것을 본 사람들은 얼마나 놀았을까?

 

<라이트 형제>는 단지 오빌과 윌버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비행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감하고 있다. 곧 어느날 뚝딱 하고 비행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장기간 비행이 가능해진 과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라이트 형제의 탁월함도 놓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꿈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과거 습관처럼 되니이던 미래를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호기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대한 이상을 품고 공상의 나래를 펼치던 어린 시절은 더이상 발견하기 힘들다. 공무원이 인생목표인 중학교 학생들에게 무얼 바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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