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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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돌아가신 장모님 댁은 나무와 꽃 천지다. 마당은 물론 집안까지 화분으로 가득하다. 홀로 되신 장인어른께서 과연 관리를 제대로 하실까 싶어 조금은 처분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찮으시단다. 그나마 단독주택이라 이리 저리 옮겨다니기가 편한 면도 적용했으리라.

 

나는 서울 출신이다. 산과 개울을 벗삼아 지낸 기억은 전혀 없다. 언제나 눈에 들어오는건 높은 빌딩과 시커먼 차량 물결이었다. 시골에라도 갈 기회가 생기면 하루를 버티기 힘들었다. 티브이 채널도 하나밖에 없고 구멍가게도 차를 타고 가야 하고 화장실도 집 바깥에 있는게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자연에 대한 관심이 생긴건 나이 들어서다. 정확하게 말하면 결혼후 경제사정으로 인천 변두리 산 밑 빌라로 거처를 옮기면서부터다. 사방이 산인 현실이 처음에 믿어지지 않았지만 서너달쯤 지나자 시내만 나가도 숨이 막히는 나를 발견했다. 늦게마나 다행인 건가?

 

<랩 걸>은 식물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자연의 신비를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저자가 여성이고 현실세계에서 겪은 고단함이 만만치 않았음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실제와 동떨어진 객관적인 과학에 머물지 않고 자연이 치유능력이 있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봄과 겨울이 짧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사계절이 있는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지. 꽃이 필때도 좋았지만 녹음으로 물들어가기 직전인 5월 중순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다. 나무를 포함한 식물이 우리에게 사랑을 듬뿍 전해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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