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타 - [할인행사]
스탠리 큐브릭 감독, 셜리 윈터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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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남자는 이혼남이다. 어쩌다 만난 여인과 눈이 맞아 살림을 차렸다. 여자는 매우 살갑게 대하며 노골적으로 다가왔다. 그 끈적거림이 싫었던 그는 좋게 말하며 그녀를 떼어놓으려고 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혹시 딸 때문에 그렇다면 친척에게 맡기겠다. 그 남자는 딸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어린 딸을 본 그는 마음이 바뀌었다. 

 

여기까지는 소설 로리타의 내용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남자는 딸에게 끊임없이 추근댔으며, 여기서의 추근거림이람 성행위를 포한한 것이다, 아 사실을 알게 된 여인은 글에서는 우연하게 자동차에 치여 죽는 것으로 현실에서는 남자를 고소하는 것으로 바뀐다. 

 

<로리타>는 출간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논란이 많은 작품이다. 오죽하면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올린 내 글에 "책 좀 똑바로 읽으라"는 댓글까지 달렸을까? 그만큼 공분을 불러일으킬 소재라는 뜻이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우선 소아성애를 병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부터 따져야 한다. 또한 소설에서는 중년남자와 어린 여자지만 반대로 중년여인과 어린 남자의 경우도 심심치 않게 논란이 된다. 픽션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극단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그 결과 역설적으로 이런 일은 진짜 벌어져서는 안되겠다는 경감심을 불러일으킨다.  

 

스탠리 큐브릭이 <로리타>를 영화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 화제만발이었다. 개인적인 소감은 실망이다. 무엇보다 흑백으로 찍었다는 점과 성애장면이 전혀 없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컬러를 배제함으로써 마치 예술영화풍으로 두 남녀를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게다가 소설에서 적나라하게 등장하던 말과 행동을 빼버림으로써 두사람의 관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버렸다. 충격적인 재료로 평범한 치정극을 만들어버린 엄격한 보수주의자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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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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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발짝만 걸으면 인생의 정점에 올라서고 게다가 심장이 펄펄 끓는 30대이며 사랑하는 아내와 지식들이 있는데 죽음의 선고를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사람에 따라 이런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폴 칼라니티는 희박한 예에 해당하는 의사다. 

 

폴은 서른 여섯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원인은 암이었다. 의사이기에 어떤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남은 건 수명을 다소 연장하거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를 맞는 방법외에는 없다. 그는 글을 썼다. 살아온 삶을 마냥 찬양하거나 한탄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골랐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가감없이 정직하게 알려 괜한 두려움이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루트를 터주었다.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대게 어어 하며 끙끙 앓다가 사라진다. 혹은 어느날 갑자기. 남은 이들은 뒷처리를 위해 갖은 고생을 해야 한다. 아름다운 죽음은 스스로가 없어지고 나서 남은 이들이 진정으로 그를 추모하고 잔일이 최소한이어야 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칼라니티처럼 책을 내서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도 멋진 일이다.

 

죽어서 돌아오는 사람은 없다. 사후에 어떤 세계에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고 기가 막힌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이 수수께끼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담담히 죽을 뿐이다. 마치 폴 칼라니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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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을 떠받치는 일곱 기둥 이야기 - 통계는 어떻게 과학이 되었는가?
스티븐 스티글러 지음, 김정아 옮김 / 프리렉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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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고 보니 내 좌석이 아니었다. 급하게 일어나 바로 뒷쪽 열로 몸을 옮겼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계단을 올라가던 누군가가 내가 들릴 정도로 크게 말을 했다. "제 자리에 앉아야지" 곧바로 영화가 시작되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내내 기분이 언짢았다. 결국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극장을 나섰다.

 

그 사람은 인과와 상관을 구분하지 못했다. 자리를 옮기는 나를 보고 보다 좋은 좌석에서 보기 위해 한 행동이라는 인과적 규정을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동하는 내가 원인이고 다른 좌석에 앉는 것을 결과로 보았다. 두 움직임이 별게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오류였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둘 혹은 그 이상의 일들이 비록 상관관계가 있더라도 원인이나 결과는 아님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말한다. 통계학에서는 이 둘을 엄밀히 구분하여 다룬다. 어떤 결론에는 반드시 정확한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된 혹은 겉보기에는 아무 연결고리도 없는 것 같은 일들이 얽혀있다. 이른바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통계학을 떠받치는 일곱 기둥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를 숫자에 근거하여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인간은 과정되고 감정적이게 마련이라 통계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직관이란 얼마나 어리석인지 깨닫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현명함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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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 - 88개의 건반이 삶의 일부가 되다
홍예나 지음 / 시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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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란 남는 시간에 즐기는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천편일률적으로 독서라고 답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책을 읽는 것도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것이지만. 여하튼 대충 시간을 때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취미를 대강 익히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도 대충 하게 마련이다. 무언가를 제대로 누리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전국민의 레저인 등산도 무턱대고 산에 올라간다고 되는게 아니다. 적절한 복장을 갖추는 것은 물론 틈틈이 체력을 관리해야만 온전히 산을 느낄 수 있다. 

 

피아노는 누구나 한번쯤 치고 싶다고 소망하는 악기다. 아주 어릴 때 기회를 놓친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갈망한다. 나 또한 중년이 들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마침 집안에 아내가 시집오며 가지고 온 피아노가 있었고, 때마침 연주곡에 심취했기 때문이다.  약 석달간 독선생을 모시고 열심히 배웠다. 지금은 간간이 시간날 때 건반을 두드리는 수준이다.

 

<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는 전문 연주자가 아니라 취미 삼아 건반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특히 쉽게 접근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피아노를 멀리 한 이들에게 구체적인 방벙을 알려주고 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장난삼아 하지 말고 제대로 배우라. 그러면 피아노 치기가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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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 - 열정의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나의 이야기
임현정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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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기 중에 피아노만큼 친근하고 어려운 것도 드물다. 곧 누구나 처음에 접할 때는 쉽게 다가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손을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손해볼 건 없다. 피아노 애호가로 남아 남은 평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아니스트의 처지는 다르다. 어느 정도 피아노를 친 사람들의 귀를 만족시켜줄 연주를 들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업병도 만만치 않다. 다른 연주자와 달리 독주회가 자주 있기 때문에 언제나 절대 고독에 직면해야 한다.

 

<침묵의 소리>는 피아노 연주자 임현정의 이야기다. 수많은 지원자들과의 치열한 경쟁끝에 살아 남은 전문 연주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결론은 사랑이다. 곧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애정이 없었다면 견뎌내지 못할 직업이라는 것이다. 삼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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