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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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편견 가운데 하나는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에서 검열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소재나 표현의 제한은 당연하다. 우리도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보도지침이 횡횡하던 시절이 있었으니.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는 블러그에 올린 글을 모은 것이다. 자유롭게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짧게 썼다는 티가 물씬 풍긴다. 우리에게는 한물 간 유행이지만 중국에서는 꽤 신선했나 보다. 관영매체의 딱딱한 글에 식상해하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발언을 거세한 소소한 일상 탐구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 사상이 아무리 위대하더라도 인간은 옳은 것만 추구하는 동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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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환자와의 대화 - 오이디푸스를 넘어서
자크 라캉 지음, 고바야시 요시키 엮음, 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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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출입구 기둥에 기대 졸고 있었다. 오랜멋에 탄 탓인지 꽤 피곤했다. 문이 열리고 등산복 차림의 청년이 뛰다시시 들어오더니 내 옆에 바짝 붙어 두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 창문에 머리를 연속으로 박았다.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어머니처럼 보이는 아주머니는 익숙하다는 듯 아들의 어깨를 가만히 누르고 있었다.

 

라캉은 프로이드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감히 대가에게 반항의 깃발을 올리다니. 정신분석학의 세계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프로이드가 주장하는 무의식이 지배하는 마음이란 가설이 헛되다는 것이다. 라캉은 도리어 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곧 정신질환자의 경우 단순히 미친게 아니라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증명하기 위해 환자와 대화를 가졌다.

 

<라캉, 환자와의 대화>는 정신분석 이론과 실제 사례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중 압권은 역시 대화다. 흔히 소통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신이상자와 정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란 극히 힘들다.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라캉은 인내하며 대화를 이끌고 있다. 비결은 편견을 없애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화 상대가 환자라고 의식하지 않고 일반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이 쓸데없는 경쟁이 강한 곳에서는 스스로가 미쳐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마구 감정을 발산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그들과 함께 싸이코패스가 되면 상관이 없지만 살짝 벗어나 온전한 정신이 들 때다. 그럴 때 나는 외눈박이 원숭이가 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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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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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군대라는 말이 있다. 군기가 약하고 흐리멍텅한 집단을 비유한 것이다. 실제로 군과 직장생활동안 고참이나 상사들이 트집잡고 싶을 때 이런 식의 표현을 쓰곤 했다. 과연 중국의 당나라는 유악하기만한 나라인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중국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당만큼 오랑캐의 침입을 자주 받고 국력이 약했던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문화는 융성했다고 한다. 시와 산문은 물론이고 음악과 미술 또한 경지에 올랐다.

 

<당나랑에 간 고양이>는 예술의 향기가 물씬한 당나라를 소개하는 책이다. 그냥 밋밋하게 교과서처럼 재미있게 서술하지 않고 고양이들이 사신이 되어 요모조모를 흥미롭게 알리고 있다. 중국에 관심이 없더라도 다양한 고양이의 표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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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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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은 소설과 만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애니메이션이 더 익숙하다. 실제로 원작은 10권에 달하는 대서사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도 책은 사놓고 다 읽지 못하고 있다. 대신 만화는 친근하다. 집중하지 않아도 슬렁슬렁 보면 된다. 그래서인가 한국에도 팬들이 많다. 급기야는 앤을 모델로 한 힐링 책까지 나왔다. 구체적으로 만화속의 장면을 곁들여 인생살이의 고단함을 설파하고 있다. 참신한 기획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끼워 맞춘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차라리 애니를 다시 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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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F가 된다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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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마치고 저녁식사까지 한 다음 밤을 새워 글을 쓰는 사람과 산골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소설을 쓰는 작가가 쓴 글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은 없다이다. 중요한 건 글쓰는데 들인 시간이 아니라 결과다.

 

모리 히로시는 딸이 재미있게 읽고 있던 미스터리 소설을 보고 의아했다. 아니 이렇게 재미가 없는데 왜 인기가 있지. 그렇다면 나도 한번, 하는 심정으로 취미삼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S & M 시리즈다. 이 책은 출간 순서로는 데뷰작이었지만 사실은 네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출판사가 판단하기에 이 작품이 훨씬 먹힌다고 본 것인데, 역시 촉이 통했다.

 

추리소설은 범인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가는 재미를 추구하지만 히로시는 정반대로 결말을 지어넣고 단서들을 퍼즐 맞추든 맞추어간다. 왠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전체 얼개와 단서를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새로운 스릴러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성적인 인간들이 두뇌를 쓰며 어리석은 게임을 한다. 과연 승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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