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환자와의 대화 - 오이디푸스를 넘어서
자크 라캉 지음, 고바야시 요시키 엮음, 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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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출입구 기둥에 기대 졸고 있었다. 오랜멋에 탄 탓인지 꽤 피곤했다. 문이 열리고 등산복 차림의 청년이 뛰다시시 들어오더니 내 옆에 바짝 붙어 두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 창문에 머리를 연속으로 박았다.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어머니처럼 보이는 아주머니는 익숙하다는 듯 아들의 어깨를 가만히 누르고 있었다.

 

라캉은 프로이드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감히 대가에게 반항의 깃발을 올리다니. 정신분석학의 세계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프로이드가 주장하는 무의식이 지배하는 마음이란 가설이 헛되다는 것이다. 라캉은 도리어 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곧 정신질환자의 경우 단순히 미친게 아니라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증명하기 위해 환자와 대화를 가졌다.

 

<라캉, 환자와의 대화>는 정신분석 이론과 실제 사례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중 압권은 역시 대화다. 흔히 소통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신이상자와 정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란 극히 힘들다.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라캉은 인내하며 대화를 이끌고 있다. 비결은 편견을 없애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화 상대가 환자라고 의식하지 않고 일반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이 쓸데없는 경쟁이 강한 곳에서는 스스로가 미쳐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마구 감정을 발산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그들과 함께 싸이코패스가 되면 상관이 없지만 살짝 벗어나 온전한 정신이 들 때다. 그럴 때 나는 외눈박이 원숭이가 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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