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즌 1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바로 이것이다.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마치 예언이라도 했다는 듯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 원을 몰아봤다. 정확하게 말하면 1편은 이미 보았는데 제대로 정주행하자는 생각에 처음부터 다시 시청했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순식간이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줄거리는 의의로 간단하다. 선왕이 위중한 병으로 드러눕자 저하는 왕위를 물려받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젊은 왕비가 임신을 한 상태다. 후궁의 자식이라는 약점이 발목을 잡는다. 왕비의 아비인 조씨는 어떻게 해서든 왕의 죽음을 미루는데 그 방법은 놀랍게도 좀비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동래에서는 역병이 돌고 서자는 그 병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게 되는데. 물론 중간 중간 복잡한 서사가 녹여져 있지만 핵심은 왕위를 둘러싼 저하와 왕비 세력 간의 다툼이다. 


흥미로운 건 다른 사극과 달리 좀비들이 맹활약한다. 마치 자신들이 주인공인 것처럼. 속사정을 알고 보니 스턴트 지도를 제대로 받았다. 구체적으로 좀비액션을 새롭게 구성하여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흔히 좀비하면 느릿느릿 거리며 흐느적대던 이미지가 우사인 볼트로 백팔십도 바뀐 것이다. 게다가 집단씬이 자주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자아낸다. 한 가지 흠이라면 연기다. 물론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제몫을 해주고 있는데 우리에게 낯선 연기자들은 극과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왕비 역을 맡은 김혜준은 대사 전달조차 잘 되지 않는다. 일부로 그랬다는 설도 있는데 글쎄 아직 시즌 2를 보지 않아서. 


여하튼 좀비도 좀비지만 킹덤이 새삼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누가 뭐래도 코로나 19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사투가 현 사태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최초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유럽이나 미국마저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킹덤은 더욱 화제를 끌고 있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언이라도 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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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지 말고 보여줘라 


봉준호는 자본주의 사회가 불편한 사람이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옥자도 예외가 아니다. 축산이 거대산업이 되자 더 많이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해 갖은 방법이 동원된다. 유전자 조작도 서슴치 않는다.


옥자는 슈퍼돼지다. 미란도 회사의 자랑스러운 업적이다. 미자는 옥자와 함께 자란 산골소녀다. 이 둘은 강제로 미국으로 건너가 슈퍼돼지 콘테스트에 참가하는데. 동물보호단체의 등장으로 이 계획은 엉망이 되고 결국 옥자는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심각한 주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잊지 않는 우리의 봉준호 아니겠는가? 게다가 액션신도 추가되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아쉽다면 큰 화면이 아닌 넷플릭스에서만 시청 가능하다는 사실. 아쉽다.


옥자의 씨지도 자연스럽지만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이다. 어디서 이런 연기자가 튀어나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탄을 하게 된다. 마치 진짜 미자인 것처럼 종횡무진 활약을 한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든 고정된 이미지가 따라붙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들지만. 그 몫 또한 본인이 해결해야지.


덧붙이는 말


소 도축을 다룬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소 한 마리를 어떻게 정교하게 발라내지를 보여주었다. 그들 특유의 장인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보는 내내 매우 불편했다. 물론 결국에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엄정하게 말하면 살해 아닌가? 문제는 적적성이다. 생태계란 어차피 먹고 먹히는 사슬이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의 충동을 이겨내지 못한다. 봉준호는 이 지점에 침을 놓고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판단하지 않고 보여준다는 데 있다.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림으로써 각자 알아서 생각하게 한다. 도축장 정경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가장 근사했던 장면은 쿠킹씬이다. 무슨 어벤져스 영화도 아니고 여하튼 의미심장했다. 출소한 제이를 마중 나온 케이. 케이는 제이에게 피우던 담배를 건네는데 제이는 그 담배를 구두에 비벼 끄고 다시 케이에게 권한다. 별 것 아닌 듯싶지만 동물애호가이자 환경주의자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지구에 그 어떤 피해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출소하자마자 버스에 올라 시위현장으로 가는 씬도 멋있었다. 도착을 앞두고 다들 복면을 쓴다. 이를 보고 놀란 할머니. 옆자리의 민머리는 슬그머니 검은 복면을 권한다. 그리곤 바로 영화가 끝난다. 이 두 장면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을 전달한한다. 어떤 일이든 의식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아마 지금까지 본 영화중 가장 빼어난 쿠킹씬이 아닌가 싶다. 


일러스트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398850110740920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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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성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이 말은 기독교가 아직까지 살아남게 된 더 나아가 주요 종교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모든 시작은 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말을 하고 듣고 느끼느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메시아>를 감상했다. 총 10편 중 첫 시리즈를 본 것에 불과하지만 모든 메시지가 다 담겨있다. 메시아는 하나님을 대신해 인류를 대상으로 말씀을 전했다. 비록 의심과 비난 그리고 박해를 받았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은 싫어하게 마련이다.


흥미로운 건 시대를 오늘날로 옮겼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예수가 등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세상은 어지러움을 넘어 재앙까지 닥쳤다. 지금처럼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실감 있게 다가온 적도 없다. 다들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누가 우리를 구원해줄 것인가?


독생자는 알고 있었다. 시련을 겪어야만 공감의 싹이 트고 인류애가 생긴다는 것을. 하나님은 내버려 두라고 했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들이 죽어갈 때조차. 꼴도 보기 싫어. 그러나 예수는 기꺼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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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뽕의 진수는 언제나 그렇듯이 키스씬


이성경과 남주혁을 보는 재미 


1970년대 ‘소년 얄개’나 ‘진짜진짜미안해’를 포함한 청소년물이 폭풍몰이를 했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80년대 들어 드라마로 부활했다. ‘우리들의 청춘’이 대표적이다. 90년대는 농구 붐과 함께 ‘마지막 승부’가 그야말로 정점에 섰다. 마치 화려한 질주를 마무리하듯이. 실제로 이후 청춘물은 드문드문 나왔다. 물론 2000년대 초 ‘카이스트’ 같은 드라마도 있었지만 더 이상 청춘이 새로운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저물어가던 대학생 드라마가 2016년 ‘역도요정 김복주’로 부활했다. 체육학과의 역도, 리듬체조, 수영 전공 학생들의 사랑, 우정, 고뇌를 그렸다. 운동을 하는 학생이라는 설정을 빼면 과거 드라마와 다를 바 없었다. 당연히 갈등이 있을 것이고 우정에 금이 가면서도 사랑이 꽃필 것이고 결국은 해피엔딩. 실제로 ‘역도요정 김복주’는 이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방영 당시에는 그런 저런 평가(최고시청율 5.4%)에 그쳤던 이 드라마가 새삼스레 달리 보인다. 우선 여주인공이 남달라 보인다. 김복주 역을 맡은 이성경은 인형 같은 외모와 달리 몸을 불려 진짜 체육대 학생 같은 연기를 한다. 모델 출신 배우가 드라마를 위해 10킬로그램 이상 찌운다는 건 보통 근성이 아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데 연기도 잘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 남주혁은 그야말로 만찢남 스타일이다. 그냥 얼굴과 몸매 하나로 드라마를 씹어 먹는다. 


그러나 정작 매력인 건 드라마가 지닌 건강함이다. 희한하게 여기에는 악역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다. 극적 재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갈등을 위해서는 나쁜 인간이 있어야 하는데, 모두 선하다. 나쁜 짓도 선을 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숙소에서 나가기 위해 창문으로 탈출하다 걸리자 친구를 버리고 도망가는 정도다. 어찌 보면 밋밋한 이야기인데 희한한 게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극본 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전적으로 이성경과 남주혁의 힘이다. 실제로 이 둘은 드라마 이후 연인이 되기도 했는데 현재는 ... ... .


사회 모두가 짜증과 피곤에 절어가고 있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암울하니 공포나 스릴러에는 왠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구 웃기는 걸 보자니 눈치도 보이고 정직하게 말해 그럴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럴 땐 잔잔하면서도 적절한 갈등을 가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주는 청춘 드라마가 최고다. 


덧붙이는 말 


이성경은 가진 능력에 비해 매우 낮게 평가받는 배우다. 단지 모델출신이라서 혹은 예쁘장하기만해서는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역을 잘 못찾는 느낌이다. <역도요정 김복주>야말로 적역이었다. 도도하며 새침하기 보다는 씩씩하고 주변을 잘 챙기는 수수한 역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아직 나이가 젊으니까 앞으로 보다 폭넓은 연기활동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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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득점

모든 경기

모든 시합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뻔한 이야기에도 눈물이 나는 까닭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분명 소재 자체가 감동이 있거나 재미가 넘칠게 뻔하다. 그러나 함정도 있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만들어진 이야기는 마치 깡통에 들어찬 참치처럼 답답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다. 곧 짜내기 전법을 쓰게 된다.


미러클 시즌은 진짜 있었던 일이다. 작년 주 챔피언에 오른 웨스트 고등학교 배구부. 올해는 왠지 심드렁하다. 정상에 올랐다는 안일함 때문일까? 선수들도 승리에 집착하기보다 즐기자며 힘든 훈련을 마다한다. 그 중심에는 주장 캐롤라인이 있다. 코치는 불만이다, 언제나 이기는 것에 목말라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즌 초반 연전연패에 빠져들며 위기감이 드는데.


어떻게 반전이 일어났는지는 스포일러에 해당하기 때문에 생략한다. 모든 역경을 거치고 또다시 트로피를 받게 된다는 것만 알려드리겠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다. 서로를 이해하고 시너지를 내게 되는 스토리가 은근히 감동적이다. 물론 여전히 작위적이며 그다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서너 번 울먹이게 되고 가슴이 짠해지는 순간이 온다. 실화가 지닌 힘은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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