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하지 말고 보여줘라 


봉준호는 자본주의 사회가 불편한 사람이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옥자도 예외가 아니다. 축산이 거대산업이 되자 더 많이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해 갖은 방법이 동원된다. 유전자 조작도 서슴치 않는다.


옥자는 슈퍼돼지다. 미란도 회사의 자랑스러운 업적이다. 미자는 옥자와 함께 자란 산골소녀다. 이 둘은 강제로 미국으로 건너가 슈퍼돼지 콘테스트에 참가하는데. 동물보호단체의 등장으로 이 계획은 엉망이 되고 결국 옥자는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심각한 주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잊지 않는 우리의 봉준호 아니겠는가? 게다가 액션신도 추가되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아쉽다면 큰 화면이 아닌 넷플릭스에서만 시청 가능하다는 사실. 아쉽다.


옥자의 씨지도 자연스럽지만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이다. 어디서 이런 연기자가 튀어나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탄을 하게 된다. 마치 진짜 미자인 것처럼 종횡무진 활약을 한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든 고정된 이미지가 따라붙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들지만. 그 몫 또한 본인이 해결해야지.


덧붙이는 말


소 도축을 다룬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소 한 마리를 어떻게 정교하게 발라내지를 보여주었다. 그들 특유의 장인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보는 내내 매우 불편했다. 물론 결국에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엄정하게 말하면 살해 아닌가? 문제는 적적성이다. 생태계란 어차피 먹고 먹히는 사슬이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의 충동을 이겨내지 못한다. 봉준호는 이 지점에 침을 놓고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판단하지 않고 보여준다는 데 있다.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림으로써 각자 알아서 생각하게 한다. 도축장 정경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가장 근사했던 장면은 쿠킹씬이다. 무슨 어벤져스 영화도 아니고 여하튼 의미심장했다. 출소한 제이를 마중 나온 케이. 케이는 제이에게 피우던 담배를 건네는데 제이는 그 담배를 구두에 비벼 끄고 다시 케이에게 권한다. 별 것 아닌 듯싶지만 동물애호가이자 환경주의자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지구에 그 어떤 피해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출소하자마자 버스에 올라 시위현장으로 가는 씬도 멋있었다. 도착을 앞두고 다들 복면을 쓴다. 이를 보고 놀란 할머니. 옆자리의 민머리는 슬그머니 검은 복면을 권한다. 그리곤 바로 영화가 끝난다. 이 두 장면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을 전달한한다. 어떤 일이든 의식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아마 지금까지 본 영화중 가장 빼어난 쿠킹씬이 아닌가 싶다. 


일러스트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398850110740920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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