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뽕의 진수는 언제나 그렇듯이 키스씬


이성경과 남주혁을 보는 재미 


1970년대 ‘소년 얄개’나 ‘진짜진짜미안해’를 포함한 청소년물이 폭풍몰이를 했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80년대 들어 드라마로 부활했다. ‘우리들의 청춘’이 대표적이다. 90년대는 농구 붐과 함께 ‘마지막 승부’가 그야말로 정점에 섰다. 마치 화려한 질주를 마무리하듯이. 실제로 이후 청춘물은 드문드문 나왔다. 물론 2000년대 초 ‘카이스트’ 같은 드라마도 있었지만 더 이상 청춘이 새로운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저물어가던 대학생 드라마가 2016년 ‘역도요정 김복주’로 부활했다. 체육학과의 역도, 리듬체조, 수영 전공 학생들의 사랑, 우정, 고뇌를 그렸다. 운동을 하는 학생이라는 설정을 빼면 과거 드라마와 다를 바 없었다. 당연히 갈등이 있을 것이고 우정에 금이 가면서도 사랑이 꽃필 것이고 결국은 해피엔딩. 실제로 ‘역도요정 김복주’는 이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방영 당시에는 그런 저런 평가(최고시청율 5.4%)에 그쳤던 이 드라마가 새삼스레 달리 보인다. 우선 여주인공이 남달라 보인다. 김복주 역을 맡은 이성경은 인형 같은 외모와 달리 몸을 불려 진짜 체육대 학생 같은 연기를 한다. 모델 출신 배우가 드라마를 위해 10킬로그램 이상 찌운다는 건 보통 근성이 아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데 연기도 잘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 남주혁은 그야말로 만찢남 스타일이다. 그냥 얼굴과 몸매 하나로 드라마를 씹어 먹는다. 


그러나 정작 매력인 건 드라마가 지닌 건강함이다. 희한하게 여기에는 악역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다. 극적 재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갈등을 위해서는 나쁜 인간이 있어야 하는데, 모두 선하다. 나쁜 짓도 선을 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숙소에서 나가기 위해 창문으로 탈출하다 걸리자 친구를 버리고 도망가는 정도다. 어찌 보면 밋밋한 이야기인데 희한한 게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극본 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전적으로 이성경과 남주혁의 힘이다. 실제로 이 둘은 드라마 이후 연인이 되기도 했는데 현재는 ... ... .


사회 모두가 짜증과 피곤에 절어가고 있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암울하니 공포나 스릴러에는 왠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구 웃기는 걸 보자니 눈치도 보이고 정직하게 말해 그럴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럴 땐 잔잔하면서도 적절한 갈등을 가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주는 청춘 드라마가 최고다. 


덧붙이는 말 


이성경은 가진 능력에 비해 매우 낮게 평가받는 배우다. 단지 모델출신이라서 혹은 예쁘장하기만해서는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역을 잘 못찾는 느낌이다. <역도요정 김복주>야말로 적역이었다. 도도하며 새침하기 보다는 씩씩하고 주변을 잘 챙기는 수수한 역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아직 나이가 젊으니까 앞으로 보다 폭넓은 연기활동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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