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아이리시 맨을 보았다. 뜨는 콘텐츠 1위라 살짝 의아했다. 공개된 지 꽤 되었는데. 알고 보니 지난 주 제이티비씨 방구석 1열에 소개된 덕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고 배우가 알 파치노와 로보트 드 니로의 그 유명세만으로도 일단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사실 보기 전에는 선입견이 있었다. 아직도 이런 갱스터 이야기를 다 나이든 배우들에 의지해 찍을 필요가 있나? 그러나 직접 관람하고 나서는 단순한 느와르가 아니라 미국 역사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곧 마틴이 보기에 미국은 폭력에 의해 성장한 국가이며 그 뿌리는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는 낯선 트럭 노조와 마피아의 개입을 영화 소재로 삼은 것 부터가 그 증거다. 겉으로 보이는 민주주의 제도와 강력한 군사력과 자본주의의 본산이라는 이면에는 피가 난무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드는 의문 하나. 스콜세지는 미국의 마이너리티라는 이탈리아계와 아일랜드계는 다루면서 왜 흑인은 등한시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자신의 관심밖이라거나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 근현대사에서 흑인을 빼면 사실 할 이야기가 없지 않을까? 여력이 되신다면 이 분야를 다룬 새 영화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말
영화 자체로 보면 다소 지루하다. 특히 중반부를 지내 배신에 이르는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느릿느릿하다. 복잡한 심경을 다루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나이 많은 배우들의 굼뜬 동작과 겹쳐 절로 하품이 나왔다. 특수효과로 젊은 모습을 구현한 것도 새로운 시도일 수는 있지만 영 어색했다. 게다가 드 니로의 파란 눈은 정말 아니올씨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