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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죽음
썬엔터테인먼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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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비상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딱히 인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보면 마음이 아리다. 영화 <베니스의 죽음>이 떠올라서다.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역병은 익숙하지만 유럽 국가들에게는 보다 각별하다. 페스트 때문이다. 얼마나 강력했으면 몇 백 년이나 지난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을까? 단지 병으로 사람이 죽은 게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트라우마에 빠지게 만들었다. 마녀사냥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영화의 배경은 베네치아다. 역병이 돌아 하나둘씩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 가운데에서 주인공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목을 맨다. 어린 남자 아이와. 절대로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 두개나 펼쳐진 셈이다. 매우 로맨틱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래, 어차피 죽게 된 마당에 동성애가 대수야? 아니지, 신께서 분노하신거야. 저 쳐 죽일 놈. 좋아할 사람이 없어서? 그러나 혼란은 어느새 가라앉고 도시는 침묵으로 빠져든다. 말러의 아디지오 선율과 함께.


덧붙이는 말


이 영화가 유명세를 치른 건 배경음악 덕도 크다. 말러의 교향곡 5번 주 선율인 아디지오가 끊임없이 흐른다. 참고로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멜로디1위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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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론 시즌 1-10 박스세트 (31disc)
마크 센드로스키 외 감독, 짐 파슨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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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서 방영하는 빅뱅이론을 보고 단박에 반해버렸다. 단순히 드라마 <프랜즈>의 과학자 버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너드(공부만 하는 멍청이)하고 평가받는 수학 덕후들의 말장난에 뻑가고 말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결혼식에 부모를 모시지만 문제는 각자 이혼하여 따로 파트너가 있다. 이들은 아직도 으르렁거린다. 어쩔 수 없이 참석은 하지만 신경전이 장난 아니다. 아들은 어르고 달래는 대신 생식기의 부조화를 들어 부모를 비난한다. 세상에나. 그러나 결론은 해피엔딩. 정작 성혼 장면에서 부모는 함께 산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었지만 매우 나쁘지만 가장 잘 한 일은 우리의 유전자로 저런 훌륭한 후속을 낳은 것이라며 화해한다. 


사회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 중에 경찰이 있었다. 우연히 인도 출신 주인공이 문을 열어주게 되었는데 아마 잘못한 것이 없으면서도 순간 얼음이 된다. 그러면서 갑자기 어눌하게 영어를 하기 시작한다. 깜짝 인사들의 출연도 화제다. 스티븐 호킹도 직접 등장했을 정도니 이 시트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현재도 시즌 열두 번째까지 방영이 되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그다지 크지 않다. 아무래도 생소한 소재이고 등장인물도 익숙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네 명의 물리학도들과 한 명의 금발 미녀라는 설정도 미드 마니아층인 20대 여성에게는 왠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남자친구가 군대시절 축구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보기를 권한다.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이 있다. 오죽하면 시즌 박스세트를 구입하여 반복해서 보겠는가? 함 믿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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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
조 라이트 감독,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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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책은 무엇인가


스티븐 호킹 박사가 죽어 묻힌 곳은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지하다. 우리에게는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장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아이작 뉴턴도 안식을 취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윈스턴 처칠 경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재들과 함께 할 만한 업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백척간두에 서 있었다. 군사력으로는 나치 독일에 대항할 재간이 없었다. 히틀러는 이 틈을 노려 은밀히 협상을 제안했다. 영국은 침략하지 않겠다. 단 다른 유렵지역을 공격하는 건 눈감아 달라. 달콤한 유혹이었다. 일단 추스를 시간을 벌 수 있고, 나중에 다시 공략하면 되지 않느냐? 국회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넣었다. 눈앞의 위험을 감수할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윈스턴은 고민에 빠졌다. 확전으로 영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잠시의 수모를 견디고 후일을 도모할 것인가? 처칠 경은 결정을 내렸다. 싸우자. 이제 남은 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는 진실을 말했다.


"여러분은 묻습니다. 당신의 정책은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신께서 내려주신 그 모든 힘과 능력을 총동원하여 저 극악무도한 독재자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음험하고 개탄스런 범죄도 능가하는 포악한 전제에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처칠의 속내를 처절하리만치 자세하게 묘사한다. 물론 게리 올드만의 연기 덕도 컸다. 당연히 아카데미 주연배우상은 그에게 돌아갔다, 한 가지 의문은 우리나라에서는 소규모로 개봉되어 일찍 막을 내렸다는 거다. 고작 35,720명밖에 보지 못했다. 정말 좋은 영화인데 왠지 미스터리하다. 


또 하나 이상한 건 네티즌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을 넘는데 이른바 평론가들은 6점이라는 짠 점수를 주었다. 그 중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평가도 있다. 과연 같은 영화를 본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물론 연설정면이 다소 길고 게리 올드만의 비중이 큰 건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이 영화의 본질임을 알면 함부로 평해서는 안 된다. 이들 중 가장 경악스러운 평을 소개한다. 어차피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은 비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원맨쇼의 진풍경, 씨네 21 이용철, 별점 6점(출처: 네이버 영화)


125분의 사투를 단 일곱 글자로 깎아내리는 그대에게 침을 뱉고 싶구나. 퉷.


덧붙이는 말


윈스턴 처칠 경은 말도 잘했지만 글도 명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승리 덕이라는 논란은 있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다(1953년, '2차 세계대전사'). 소설이 아닌 역사책으로 받은 것도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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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
조던 필 감독, 브래들리 휘트포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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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을 극장에서 본 소감은 잘 만든 스릴러물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깐 영화제 대상 소식을 듣고 난 직후였지만 그 때 감정은 지금과 변함이 없다. 아카데미 상 작품상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말하면 독창적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겟 아웃>의 잔상이 지나치게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동네에 자신과 신분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겪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너무 비슷하지 않나? 조던 필 감독의 후속작 <어스>는 더욱 더 밀접하다. 엄마, 아빠, 아들, 딸이라는 상황도 똑같다. 이 두 영화를 보고 <기생충>을 관람한 사람은 아마도 데자뷰를 체험했으리라. 


<겟 아웃>을 다시 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때라 그런지 울림이 남달랐다. 처음 보았을 때는 흑인차별이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처지의 뒤바뀜이 더욱 돋보였다. 곧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던 여자 친구가 돌변하여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데 앞장을 선다거나 활짝 웃는 얼굴로 공포를 조장하던 하녀가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질서를 파괴했다고 행패를 부린다던가.


우리는 불과 일주일전만 해도 중국을 비웃었다. 세상에 저런 민폐국가가 있냐며 혀를 찼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들과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위험국가가 되었으며 도착하자마자 격리되거나 바로 되돌려 보내진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대구경북은 완전히 이미지가 추락한 도시와 지역이 되고 말았다. 혼돈은 가속화될 것이다. 처지가 뒤바뀌며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는 일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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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이지 2020-02-2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게 좋은 영화죠. 언젠가 또다른 분석을 하게 되시기를.
 
시간의 주름
에바 듀버네이 감독, 크리스 파인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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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의 주름> 책을 읽다가, 정확하게 말하면 31페이지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보다가, 바로 덮었다. 그냥 쉽게 읽을 수가 없어. 정신 바짝 차리고 머릿속을 싹 비우고 하루를 내서 천천히 탐독해야지. 그러다 영화를 보았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영상은 글과 달리 한두 시간만 집중하면 되니까.


결론은 아쉽다.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은 차고 넘치지만 <시간의 주름>은 그중에서도 독특하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아인슈타인 냄새가 확 풍기지 않는가? 곧 시간에는 주름이 있어 마치 서핑을 하듯 타고 넘을 수 있다. 머레이는 괴짜다. 성적은 엉망이고 선생님에게는 혼나기 일쑤다. 하나뿐인 남동생마저 신경을 거슬린다. 찰스는 누나 놀리기가 취미이자 특기다. 그러나 이 가족의 더 큰 문제는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과학자인 아빠는 대체 어디 가 있는 거야?


영화는 아빠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그린다. 결국 만나게 되지만 돌아오는 길은 쉽지 않다. 각종 특수효과가 범벅이 되어 관객의 눈을 현란하게 하지만 살짝 하품이 나온다. 뻔한 전개는 남동생의 반전과 아빠의 배신, 그리고 주인공이 마음속 우주를 발견하게 되면서 극적으로 반전을 맞는데. 쉿, 더 이상은 스포라 생략. 


디즈니답게 심각한 이야기기를 동화스럽게 꾸민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굳이 흑백혼혈 가정을 내세운 건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원작의 주인공은 말괄량이이며 천방지축인데, 어쩐 일인지 영화 속에서는 어른스럽게 묘사된다. 흑인 우대의 잘못된 예다. 게다가 백인 남자아이와의 요상하기 그지없는 러브라인까지.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면서 슬그머니 화젯거리를 내세워 흥행몰이를 하려는 간교함이 보인다. 오프라 윈프리까지 덤으로 쓰면서. 책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별도로 리뷰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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