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꿈에 나올정도로 생생했던 강남역 뉴욕제과 앞 거리 풍경


왜 뉴욕제과는 사라지고 태극당은 살아남았는가?


어린 시절 뉴욕제과는 이른바 내 나와바리(구역)였다. 지나가다 들르면 늘 친구들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도 누군가 만날 일이 생기면 습관처럼 뉴욕제과 앞에서 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졌다.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 할 무엇인가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그 때의 상실감이란?


두 달에 한번쯤 태극당에 들른다. 어머님을 모시고 오장동 함흥냉면을 먹고 나면 꼬박꼬박 찾는다. 시키는 메뉴도 똑같다. 모나카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고 단팥빵을 서너 개쯤 챙긴다. 올해로 생긴 지 74년 된 태극당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티브이앤의 <그 때 나는 내가 되기로 했다>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비결을 알았다. 태극당이라고 해서 평탄하게 지내온 것은 아니었다. 한 때 영화를 누렸으나 어느새 그저 그런 빵집으로 전락한 적도 있었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2대 사장이 쓰러지고 창립자는 돌아가셨다. 이제 남은 건 손자뿐이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건물을 몽땅 넘기고 늙어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할 돈을 움켜쥔 채 한량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설 것인가? 그는 후자를 택했다. 그것도 전통은 유지하면서 매우 젊은 감각으로, 그 결과 태극당은 오랜 지지층은 물론 새로운 고객들도 동시에 확보하게 되었다. 새삼 사연을 알고 나니 더 애정이 가고 빵이라도 하나 더 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뉴욕제과는 그런 사명감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yun0789/7013838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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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Saturday Afternoon


일주일 중 가장 좋은 요일은 토요일이다. 구체적으로 오후 1시쯤부터 5시까지가 최고다. 그 시간대에 하던 일이 있어서다. 5년 이상 거의 빠짐없이. 심지어 명절이나 다른 급한 일이 있을 때도 무조건 뺐다.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닥치면서 오래된 루틴은 무너졌다. 더 이상 토요일이 기다려지지도 않았고 막상 당일이 되어도 아무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면 또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뎌야 했다. 


오늘(2020년 10월 24일) 8개월 만에 토요일을 보냈다. 정말 나만의. 늦은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먹고 마시고 밀린 집안 청소를 포함한 잡일을 조금 하고 가방을 챙겼다. 어제 저녁 미리 준비해둔 수경과 모자, 수영복, 귀마개. 타월이 있는지부터 살폈다. 그렇다. 오랜만에 수영장에 갔다. 입구에서부터 열 체크를 하고 데스크에서 단말기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방명록에 전화번호를 적는 과정이 다소 귀찮았지만. 수영도 딱 한 시간, 정확하게는 50분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인원도 제한했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덕에 사람은 극히 적었고 나 혼자 레인을 포식하는 호사를 누렸다. 


수영을 마치고 늘 발걸음을 돌리는 곳은 다이소다. 딱히 살 게 없어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다. 이번에는 꼭 사야하는 마이크로 에스티가 있었다. 가격은 16기가바이트에 오천 원. 적절한 가격이다. 엠피쓰리 메모리를 확장하게 위해서였다. 다음 코스는 꽈배기. 2천원에 세 개를 준다. 바로 옆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여 인근 벤치에 앉아 함께 먹는 소소한 일상은 확실한 즐거움을 주곤 했다. 이 또한 근 1년 만이다. 마지막 장소는 도서관이다.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던 이곳은 방역 1단계로 내리자 정식으로 오픈했다. 당연히 들어가는 과정은 다소 복잡해졌지만. 책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다 새삼 행복감을 느꼈다. 참 별 거 아닌 일이었는데. 혹시 몰라 양껏 빌렸다. 야구소녀. 아이돌 스튜디오. 작은 아씨들. 베토벤 평전. 학생가의 살인. 이걸 다 언제 읽을까 살짝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일단은 뿌듯하다. 책을 빌리고 30분쯤 걷는 듯 뛰다 집에 오니 저녁 6시다. 그래, 내 토요일은 이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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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네, 평화의 여신이 분쟁의 화신으로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극히 일부의 죄만 법적 처분을 받는다. 그것조차 피해가는 인간들도 있지만.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고. 그러나 신은 공평하다.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뿌린 씨앗은 스스로 거두게 마련이다.


가수 아이린이 검색어 1위다. 레드밸벳이라는 아이돌 멤버인 그는 스타일리스트에게 20분 가까이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했다. 당사자들끼리의 문제라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소속사에서 즉각 사과한 것을 보면 사실임이 틀림없다. 흥미로운 건 과거 같으면 굽이굽이 소문으로만 나돌던 사건이 즉각 메인 포털을 장식했다. 에스엔에스의 파워다. 그야말로 전 국민이 기자인 시대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메신저와 관련된 주제는 나중에 따로 기회를 내서 글을 쓰겠다. 참고로 나는 카카오 톡을 포함한 그 어떤 소셜 네트워크도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로 하는 기능은 오로지 전화와 문자, 인터넷 검색이 전부다. 앱도 최소한으로 깔아 두었다.


아이린은 과연 법적 판단을 받을까?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한쪽이 사과했고 문제를 제기한 쪽은 글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회생활하면서 익숙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문제는 아이린이 인지도 있는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 그가 속해 있는 그룹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뜩이나 같은 구성원이었던 웬디가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겨우 완전체 컴백을 앞두고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스타일리스트의 일방적인 주장 아니냐, 아이린이 그렇게 막장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매우 살갑게 대했다 등의 반론도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실수였을까? 대부분의 잘못은 누적되기 마련이다. 당하는 쪽에서도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을의 처지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폭발한다. 실제로 스타일리스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 중에는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다수 있었다. 이미 일종의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흔히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더욱이 초창기일수록 따끔하게 매를 맞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미리 조심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러나 아이린의 경우를 봐도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스스로가 잘못이라고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욱 심하다. 그러기에 아이린 사태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스타일리스트가 재발 방지와 직접 사고를 요구한건 정말 잘한 일이다. 


아이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숙하고 되살아날지 아니면 서서히 잊혀지다가 은퇴를 할지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죄와 벌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교훈을 알려준 것으로 족하다. 참고로 아이린의 어원은 그리스어 이레네로 뜻은 평화다. 평화의 여신이 분쟁의 화신이 되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


사진 출처 : https://dc.fandom.com/wiki/Eirene_(Prime_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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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 is


큰 위기에 닥치면 소소한 행복은 저 멀리 사라진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수를 학교 다닐 때 출석 체크하듯이 보고 올해 미세먼지는 언제 오는지 초초해하고 독감주사를 맞아야되냐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날들이 이어지다보면 영어 속담을 보며 감탄하는 일상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 is. 직역을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말이 놓일 자리에 돈을 두어라? 뭔 말이야? 영어풀이를 보면 뜻밖의 해석이 나온다. Take action to support one's statements or opinions.(구글) 어떤 주장이나 의견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취하라. 우리말로는 언행일치라고 하는데 적확한 표현은 아니다. 


다시 원어로 돌아가면 말로 떠들어대지 말고 돈을 내밀어라다. 곧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실질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 멋대로 해석이지만 곱씹을수록 공감이 간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동기다. 막말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은 이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게 크다. 선심성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 돈의 원천은 세금이다. 마치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메우듯 처음에는 부자들의 지갑을 털더니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까지 손을 대고 있다. 정책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말잔치만 벌이고 있다. 참으로 무능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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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철저하게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야


유튜브가 생기면서 반짝 스타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동시에 몰락도 순식간이다. 이유가 뭘까? 방송은 이런 저런 걸림 장치가 있다. 일단 섭외할 때부터 단순한 화제성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는 없는지 살핀다. 예를 들면 범죄력이 있는지 학폭에 관련되었는지 돈 구설수가 있는지 등. 그럼에도 사고가 터지는 일이 잦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기획사다. 곧 스캔들이 터졌을 때 재빠르게 수습하여 더 큰 파장을 막는다.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된 게 유튜브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제작자며 출연자며 매니저며 사장이다. 기존 방송에 비해 훨씬 발 빠르게 참신한 아이템으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영상소비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딱 맞는 방식이다. 그러나 리스크도 크다. 혼자 혹은 여럿이라 해도 그 규모는 매우 미약한 집단이 만들어내다 보니 예상치 못한 파장을 낳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는 유튜버 영국남자의 부인인 국가비 사태가 대표적이다. 영국에서 귀국하여 자가격리중에 올린 생일파티 영상 때문에 채널이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아마도 당사자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나름대로 보건당국에 문의까지 다 했다고 하니까. 그러나 영상을 올리기 전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의견을 나누었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다. 아무리 유명세를 타도 뭔가 만들어 업로드 해야 한다는 강박이 낳은 파국이었다. 한창 인기를 끌다 돌연 중단을 한 진짜 사나이 2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연출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유디티 훈련을 체험하는 것인지, 참가자들을 괴롭히는 것인지 불분명했다. 물론 사전 설명을 달기는 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결국 가학성 논란만 낳은 채 급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부족한 탓이 컸다. 


반면 좋은 사례도 있다. 함연지가 그렇다. 재벌가 딸로 유명세를 탄 그는 유튜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방송에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드는지를 보여주었다. 함씨는 직접 원고를 쓰고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있었다. 곧 사전에 철저하게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 본 것이다. 역설적으로 사전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을수록 실제 영상도 자연스레 보여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유튜브 뿐이겠는가? 대부분의 일들도 마찬가지다. 이 글도 의외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더디 가도 오래 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반짝 스타는 사절이다.  


사진 출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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