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Saturday Afternoon


일주일 중 가장 좋은 요일은 토요일이다. 구체적으로 오후 1시쯤부터 5시까지가 최고다. 그 시간대에 하던 일이 있어서다. 5년 이상 거의 빠짐없이. 심지어 명절이나 다른 급한 일이 있을 때도 무조건 뺐다.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닥치면서 오래된 루틴은 무너졌다. 더 이상 토요일이 기다려지지도 않았고 막상 당일이 되어도 아무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면 또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뎌야 했다. 


오늘(2020년 10월 24일) 8개월 만에 토요일을 보냈다. 정말 나만의. 늦은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먹고 마시고 밀린 집안 청소를 포함한 잡일을 조금 하고 가방을 챙겼다. 어제 저녁 미리 준비해둔 수경과 모자, 수영복, 귀마개. 타월이 있는지부터 살폈다. 그렇다. 오랜만에 수영장에 갔다. 입구에서부터 열 체크를 하고 데스크에서 단말기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방명록에 전화번호를 적는 과정이 다소 귀찮았지만. 수영도 딱 한 시간, 정확하게는 50분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인원도 제한했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덕에 사람은 극히 적었고 나 혼자 레인을 포식하는 호사를 누렸다. 


수영을 마치고 늘 발걸음을 돌리는 곳은 다이소다. 딱히 살 게 없어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다. 이번에는 꼭 사야하는 마이크로 에스티가 있었다. 가격은 16기가바이트에 오천 원. 적절한 가격이다. 엠피쓰리 메모리를 확장하게 위해서였다. 다음 코스는 꽈배기. 2천원에 세 개를 준다. 바로 옆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여 인근 벤치에 앉아 함께 먹는 소소한 일상은 확실한 즐거움을 주곤 했다. 이 또한 근 1년 만이다. 마지막 장소는 도서관이다.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던 이곳은 방역 1단계로 내리자 정식으로 오픈했다. 당연히 들어가는 과정은 다소 복잡해졌지만. 책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다 새삼 행복감을 느꼈다. 참 별 거 아닌 일이었는데. 혹시 몰라 양껏 빌렸다. 야구소녀. 아이돌 스튜디오. 작은 아씨들. 베토벤 평전. 학생가의 살인. 이걸 다 언제 읽을까 살짝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일단은 뿌듯하다. 책을 빌리고 30분쯤 걷는 듯 뛰다 집에 오니 저녁 6시다. 그래, 내 토요일은 이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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