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 한국어 더빙 수록
리치 무어 외, 샤키라 (Shakira) 외 / 월트디즈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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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본다는 건 내 영화사전에는 없던 일이다. 굳이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싸여 흥분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런 나도 어린 시절에는 로버트 태권브이를 영화관에서 보고 일주일내내 주제가를 길거리에서 소리 높여 따라 불렀다우. 달려라 달려. 

 

<주토피아>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분들은 큰 실수를 한거다. 우여곡절끝에 경찰에 합격한 주디 홉스가 열차를 타고 도시로 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세상은 꼭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장점이 단지 이 장면뿐이었다면 굳이 시간과 공을 들여 리뷰를 쓸 필요는 없다. 역시 핵심은 이야기다. 

 

주디 홉스가 겪는 편견과 장애물은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를 비꼰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현상이 단지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도 더하면 더했지. 흥미로운 것은 차별의 다른 이름은 다름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교훈적인 말이 아니라 바로 화면으로. 실제로 영화에서는 동물의 비율이 그대로 등장한다. 기린은 길게 토끼는 작게 식으로. 이처럼 다양한 크기의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야말로 주토피아임을 증명하듯이. 

 

이런 분석을 모른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없는 건 아니다. 영화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런 저런 해석에 앞서 보는 순간 흥미가 폭발해야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토끼, 여우, 코뿔소, 기린, 나무늘보 등 실제 동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려내고 있어 영화 보는 내내 흥미로운 사파리를 한바퀴 돈 기분이 들 정도다. 특히 나무늘보를 공무원으로 묘사한 부분을 보고는 마시던 콜라를 뿜을 뻔했다. 왜인지는 다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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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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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다. 이를 테면 서울에서 멀쩡하게 직장생할을 하던 사람도 어디 시골 한적한 곳에 터를 잡고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싶어한다. 물론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지만.

 

장석주는 예외였다. 안성에 자리잡고 책을 잔뜩 쌓아두고 읽고 또 읽은 다음 짬짬이 글을 썼다. 그의 글은 오로지 책읽기와 생각의 산물이다. 이런 글에는 장점과 단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명징함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재미없음이다. 그렇다. 유감스럽지만 장석주의 글은 재미가 없다.

 

첫 문장을 읽고 이야기 전개가 그려진다면 그건 작가로서 자격상실이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시건. 감탄이 많은 글, 소위 자뻑도 금물이다. 이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이 책의 미덕은 멋진 제목 정도. 이른바 문학을 한다고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미문에 빠지기 쉽다. 뭔가 아련하고 멋들어지게 비비꼬아야 비로서 문학이지라는.

 

만약 가능하다면 다음에는 섹시한 글을 써주기 바란다. 자연과 벗하고 거의 하루종일 골방에 갇혀 책만 읽는다고 해서 탐욕스러운 문장을 쓰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꽤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또 읽는다고 하는데 그 장르가 궁금하다. 그의 글에서는 유사 인문의 냄새는 풀풀 풍기지만 왠지 겉멋이 잔뜩 들어보여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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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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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우리에게 먼 나라다. 한국 전쟁 참전국가, 이천이년 월드컵 삼사위전에서 만난 상대 정도. 아 또 하나 형제국가 운운하는 소리는 어이가 없어서 언급도 안했지만 여하튼.

 

오르한 파묵은 벼락처럼 다가왔다.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작가, 게다가 노벨문학상이라니.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아직도 <내 이름은 빨강>을 읽을 때가 기억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빨려들어가는 듯한 깊이있고 섬세한 묘사에 넋을 잃었다.

 

언제가 수필집이 나올 법하다 여겼는데 역시. 참고로 이 책은 2006년에 발간된 것을 이제서야 옮긴 것이다. 예상대로 책 곳곳에서는 이스탄불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모두가 자랑스러워서는 아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는 터키정부의 무능이라는 인공재난까지 겹쳐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음에도 고향에 대한 애증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우면서도 증오라는 여러 색들이 겹쳐 자신을 만들듯이.

 

나의 고향은 서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로구 운니동 한옥, 지금은 안국역 근처. 그곳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 유명한 와우아파트를 거쳐 천호동까지 밀려갔다가 어찌어찌 압구정동으로 흘러왔다가 결혼후 인천으로 튕겨져 나갔다가 지금은 과천에 산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삶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이처럼 뿌리뽑혀 떠도는 삶에서는 진짜 글이 나오기 힘들다. 둥둥 떠다닐 뿐이다. 새삼 파묵이 부러다.

 

덧붙이는 말

 

터키의 정치상황은 심각하다. 세속국가 체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교의 힘이 막강하다. 당연히 문화예술가들에 대한 탄압이 심할수 밖에 없다. 파묵도 그 대상이다. 국가원수 모욕죄로, 참 오랫만에 듣는 말이다, 구속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구속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쿠데타 이후 다시금 옥죄기에 들어갔다. 우리 모두 힘차게 응원하자. 파묵,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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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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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은 말을 잘 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화에 능하다. 일단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인정할 부분은 짦게 정리하고나서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문제의 사지선다 선택에 직면할 경우 마지막 문항을 정답으로 꼽는 경향이 있음을 간파한 교묘한(?) 술책이다.

 

표현에도 기술이 있다. 유시민가 정훈이 함깨 낸 이 책의 제목처럼. 영어로 하면 "태도야 말로 그 사람의 성품이다(Attitude is decision)"를 충실히 반영했다. 그러나 내용은 제목에 걸맞지 않다. 정직하게 말해 그가 이전에 쓴 책들에 비해 함량이 떨어진다. 전작들이 글쓰기나 독서, 국가처럼 정확한 주제를 부여하여 어느 정도 일관되게 글을 쓴 반면 이번 책은 여기 저기 써두었던 혹은 강연을 묶은 것에 불과하다. 그 결과 제목은 제목대로 내용은 내용대로 겉돌고 있다. 그나마 장점을 찾자면 유시민의 깊숙한 속내를 알 수 있었다는 정도랄까? 댓글에 대처하는 방법같은.

 

덧붙이는 말

 

광고에 이 책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 것은 그만큼 구차했다는 말이다. 마치 내가 쓰는 덧붙이는 말처럼. 유시민은 유시민대로 정훈은 정훈대로 강점이 있는 작가와 만화가다. 이런 식의 분량늘리기식 책 만들기는 두 사람에게는 영 어설프다. 특히 정훈의 글과 그림은 부록처럼 느껴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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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The Art of the Deal 한국어판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 살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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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모든 이를 이롭게 한다.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면 첫 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곧 모든 이를 풍요롭게 하지만 특별한 어떤 사람은 더욱 풍족한 삶을 살도록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설마, 설마, 어, 어, 어 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겪이지만 실제 미국 사회에서는 이미 조짐이 있었다. 여전히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 백인 계층의 누적된 불만이 곪을대로 곪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의 불만이라는 것이 우리 처지에서는 배부른 자의 하소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백인으로서의 존엄(?)을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위기위식은 꽤 높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어버이 연합이 자신의 소외를 맹목적 애국으로 표출하는 것처럼.

 

여하튼 트럼프 현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당연히 과거 그의 발언이나 책에 주목하게 된다. <거래의 기술>은 대표적이다. 부동산 재벌로 등극하기까지의 과정을 극적인 에피소드 중심으로 서술한 이 책은 사실은 유령작가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인기를 끈 것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사람들이라고 해서 돈 놓고 독 먹기 식의 부동산, 카지노 사업으로 벌어들인 부를 마냥 예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심 부러워는 했다는 뜻.

 

그의 거래 원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초장에 죽여라. 그래야 성공한다. 이른바 기선제압이다. 사람들은 권위에 복종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음을 간파한 거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뻔뻔해지면 된다.

 

트럼프의 이 수법은 정치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처음부터 욕을 해대며 모두를 적으로 만든다. 그 다음 불만 세력을 규합하여 메시아 노릇을 한다. 일단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는 모든 정책을 거래로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대며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댈 것이다. 조심스레 그 결말을 예측해본다면 파국이다. 멀리서 예를 찾을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이 모모 전 대통령을 보면 알 것이다. 4대강, 자원외교, 법인세 인하 등 모두가 자신을 포함하여 특정 누군가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살림살이는 과연 나아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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