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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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우리에게 먼 나라다. 한국 전쟁 참전국가, 이천이년 월드컵 삼사위전에서 만난 상대 정도. 아 또 하나 형제국가 운운하는 소리는 어이가 없어서 언급도 안했지만 여하튼.

 

오르한 파묵은 벼락처럼 다가왔다.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작가, 게다가 노벨문학상이라니.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아직도 <내 이름은 빨강>을 읽을 때가 기억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빨려들어가는 듯한 깊이있고 섬세한 묘사에 넋을 잃었다.

 

언제가 수필집이 나올 법하다 여겼는데 역시. 참고로 이 책은 2006년에 발간된 것을 이제서야 옮긴 것이다. 예상대로 책 곳곳에서는 이스탄불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모두가 자랑스러워서는 아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는 터키정부의 무능이라는 인공재난까지 겹쳐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음에도 고향에 대한 애증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우면서도 증오라는 여러 색들이 겹쳐 자신을 만들듯이.

 

나의 고향은 서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로구 운니동 한옥, 지금은 안국역 근처. 그곳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 유명한 와우아파트를 거쳐 천호동까지 밀려갔다가 어찌어찌 압구정동으로 흘러왔다가 결혼후 인천으로 튕겨져 나갔다가 지금은 과천에 산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삶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이처럼 뿌리뽑혀 떠도는 삶에서는 진짜 글이 나오기 힘들다. 둥둥 떠다닐 뿐이다. 새삼 파묵이 부러다.

 

덧붙이는 말

 

터키의 정치상황은 심각하다. 세속국가 체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교의 힘이 막강하다. 당연히 문화예술가들에 대한 탄압이 심할수 밖에 없다. 파묵도 그 대상이다. 국가원수 모욕죄로, 참 오랫만에 듣는 말이다, 구속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구속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쿠데타 이후 다시금 옥죄기에 들어갔다. 우리 모두 힘차게 응원하자. 파묵,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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