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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하루키의 글은 어깨에 힘을 빼고 읽어야 한다. 고 후배에게 말했더니 일본에서는 무라카미의 글을 힘 빼는 문체라고 한단다. 평론가가 별게 아니군, 이란 생각이 들며 스스로 뿌듯해하다 그 여자가 얼핏 다시 떠오른다. 한 때 좋아했다. 서로.
초창기 하루키는 내게 오묘한 존재였다. 소설은 알쏭달쏭 허세 그 자체인데 수필은 기막히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처럼 일상을 자연스레 묘사하며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소설가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담도 좋았다. 그의 글을 읽고 나면 그 장소에 꼭 가고 싶어진다. 비록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라오스를 포함한 여러 장소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본격적인 여행 안내서라기 보다는 여행을 핑계(?)로 내세운 에세이랄까?
그래서 더 좋다. 누구나 알고 있는 아니 인터넷만 치면 다 나오는 유명 장소의 상징물에 대한 이것저것 버거운 살명 덩어리가 아니어서다. 혹은 과도한 자기 자랑. 나 여기 와봤다, 너는 아니? 10년쯤은 살아야 할 말이 있지. 고작 일주일 여행와서 뭐라고 떠들어대.
결국 여행은 홈그라운드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바에야 왜 떠나겠는가. 만약 일생을 떠돌기만 한다면 그것처럼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중요한 사실은 여행을 다녀와서는 스스로 변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 확 바뀌라는 뜻이 아니다. 뭐라 말하지 어렵지만 여행 이전과는 달리는 자신을 발견해는 기쁨. 하루키는 이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