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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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다. 이를 테면 서울에서 멀쩡하게 직장생할을 하던 사람도 어디 시골 한적한 곳에 터를 잡고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싶어한다. 물론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지만.

 

장석주는 예외였다. 안성에 자리잡고 책을 잔뜩 쌓아두고 읽고 또 읽은 다음 짬짬이 글을 썼다. 그의 글은 오로지 책읽기와 생각의 산물이다. 이런 글에는 장점과 단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명징함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재미없음이다. 그렇다. 유감스럽지만 장석주의 글은 재미가 없다.

 

첫 문장을 읽고 이야기 전개가 그려진다면 그건 작가로서 자격상실이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시건. 감탄이 많은 글, 소위 자뻑도 금물이다. 이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이 책의 미덕은 멋진 제목 정도. 이른바 문학을 한다고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미문에 빠지기 쉽다. 뭔가 아련하고 멋들어지게 비비꼬아야 비로서 문학이지라는.

 

만약 가능하다면 다음에는 섹시한 글을 써주기 바란다. 자연과 벗하고 거의 하루종일 골방에 갇혀 책만 읽는다고 해서 탐욕스러운 문장을 쓰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꽤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또 읽는다고 하는데 그 장르가 궁금하다. 그의 글에서는 유사 인문의 냄새는 풀풀 풍기지만 왠지 겉멋이 잔뜩 들어보여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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