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김혜리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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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은 염증날 정도로 방대한 사건이 모여 쌓이는 것이고 그 편지는 그중 한 한 가지 요소에 지나지 않으니까. 결국 아무리 강한 마음도 긴 시간 축 안에서 천천히 변해가는 것이다. 편지를 건네줬든 건네지 않았든." 

 

<너의 이름은>이 히트를 치면서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작품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언어학자가 주인곳인 듯 한 <언어의 정원>은 도서관 대출 대기자가 밀려 있고 <초속 5센티미터>는 한달 이상을 기다린 끝에 빌려 읽을 수 있었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은 애니메이션이다. 곧 영화로 만들고 나서 그 내용을 토대로 책을 쓴 것이다. 일종의 영상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아직 못 본 터라 글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쓸데없는 영상이 머릿속에서 맴돌지 않았다는 말이다.

 

소설  <초속 5센티미터>는 세가지 이야기가 얽혀 있다. 동경에 함께 살던 남여 중고생, 여학생이 전학을 가면서 서로의 사이가 멀어진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골에 살고 있는 여학생이 주인공이다. 동경에서 전학온 남학생을 짝사랑하며 서핑으로 그리움을 잊는데 결국 남학생이 다시 동경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은 전학으로 거리가 멀어진 두 남여중고생. 서로가 보고 싶어 결국 날짜를 정해 만나기로 하는데 하필 그날 폭설이 내린다. 과연 그 둘은 만나게 될까?

 

우리 같으면 어떤식으로든 결말을 맺고 싶어 달려갈텐데 일본인들은 결론 자체보다는 과정의 섬세함을 즐긴다. 두 주인공이 만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간에 주고받는 감정에 주목한다. 어찌보면 갑갑하고 달리 보면 감상적이다. 과연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밤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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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읽는 트라우마와 통증 - 행복한아침독서 / 책둥이 추천도서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6
스티브 헤인스 지음, 소피 스탠딩 그림, 김아림 옮김, 고영훈 감수 / 푸른지식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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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자신의 문제를 어린시절에 겪었던 악몽때문으로 변명하는 식으로. 이를 테면 소극적인 사람은 그 이유를 아이였을 때 지나치게 간섭이 심했던 엄마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은 트라우마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오해다.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린 고통이 몸과 마음에 남아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곧 트라우마는 심리적인 문제인 동시에 육체적인 증상이다.

 

글쓴이가 책 제목을 트라우마와 통증이라고 정한 이유는 바로 정신적 증상과 신체적 고통이 별게 아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뇌는 이 모든 현상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신체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뇌가 지나치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흔히 우리는 뇌하면 지적인 작업만 담당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눈을 깜빡이거나 손을 움직이거나 심지어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일 등이 모두 뇌의 일이다. 뇌는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해경방법은 뇌의 일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습관적으로 강제로 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직장에 나서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기분 나쁜 감정이 먼저 든다면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몸은 어떤 형태든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를 드러내게 마련이니까. 배가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몸에 각인처럼 새겨져 큰 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꾸로 아침에 일어나도 어디 갈곳없이 아무런 할 일도 없이 넋을 놓고 있어도 뇌는 힘들어한다. 너무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억지로라도 뇌를 움직여야 한다.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식으로. 요컨데 뇌는 너무 일이 많아도 안되고 없어도 안된다.   

 

덧붙이는 말

 

본문의 내옹과 그림도 훌륭하지만 소개글은 매우 빼어나다. 고려대학교 정신과 의사인 고영훈은 "트라우마와 통증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삶의 흔적이라"라는 글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너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제목 그대로 모든 고통은 삶의 흔적이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맞는 말이다. 의학적으로도 실제 삶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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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서명 엘릭시르 셜록 홈스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권도희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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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의 탐정 소설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셜록 홈즈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책도 읽고 이름도 알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어린 시절 축약본으로 본 것을 마치 전체 내용을 다 읽었다고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어른이 되고 다시 완전체로 셜록 홈즈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감탄한다. 아니 백년이 넘은 책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다니. 비비씨가 제작한 셜록 시리즈를 보면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배경과 도구를 살짝 바꾸었을 뿐이지만 기본 뼈대가 되는 이야기에는 큰 변화가 없다.

 

거대한 셜록 세상의 위대한 출발은 <네 사람의 서명>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프카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완슷이 부상으로 제대하면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찾아나서면서부터다.  지금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기가 막힌 설정 아닌가?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기에 그만 생략한다. 읽어보시라.

 

저작권이 만료되면서 숱한 판본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엘릭시스에서 나온 책들이 읽을만하다. 번역도 깔끔하지만 무엇보다 손에 딱 들어오는 하드카버 문고판이 마음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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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 도쿄대에서 우에노 지즈코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다
하루카 요코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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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실제로 그런 이는 없다. 더우기 남자들은. 실제로 여성에 너그럽다고 공공연히 언급하는 것을 마치 패미니스트인 것처런 치장하는 숫컷들이 얼마나 많은가? 너그럽다는게 대체 무슨 말인가? 여성을 보호대상쯤으로 여기는 권위주의 시대의 발상 아닌가?

 

저자는 도쿄대에서 패미니즘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연예계통에서 일하는 글쓴이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공부도 낯설고 패미니즘도 어설프고. 요코는 그 과정에서 여성주의야말로 인간에 대한 기본 신뢰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 사실 하나를 깨닫고 위해 도쿄대에 가서 어려운 문헌을 읽고 서로에게 상처주는 토론을 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은근히 도쿄대 경험을 자랑하는 것은 아닌지? 만약 저자가 시골 동네에 가서 할머니들과 함께 농사짓고 관청과 싸우며 그 과정을 글로 썼다면 훨씬 더 공감이 갔을 것이다.  

 

덧붙이는 말

 

저자가 연예계에서 일해서 그런지 여성비하나 추행은 다른 업종보다 더한 듯 하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영혼 운운하며 격식을 차리지 않기 때문에 더 자주 발생하겠지. 작년 우리 문화예술계를 뜨겁게 달군 여성폄하 논쟁을 보며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해답은 서로 조심하며 직업윤리를 엄격히 세우는 것밖에 없다.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여배우 강압 노출? 노동 현장 인권 문제)를 참고하시길.

 

http://www.hankookilbo.com/v/ff0a5e3ebfda41f2b507f1c88bdd75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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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공부의 시대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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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후대에 전한다. 김영란은 이미 그 목적을 이루었다. 그것도 살아 생전에. 길이길이 김영란법으로 남을 제도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부정청탁방지를 목적으로 한 이법의 원래 명칭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은 두고두고 남게 되었다.

 

대법원에서 일한 후 국민권익위원장까지 마친 그가 더이상 무슨 욕심이 있을까 싶었는데 글쓰기 열정은 여전히 강렬했나 보다. 연이어 강연집을 포함하여 책을 써내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글솜씨가 보통 이상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양한 관점에서 쉽게 전달하는 글쟁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이나 지식을 출세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은 그의 아우라가 지위가 아니라 독서력에서 나오고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깜짝 놀라 그가 언급한 책들을 따로 적어 서점에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그는 당장의 쓸모 보다 관심의 범위를 넓혀 두루두루 책을 읽어나갔다. 그 결과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인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욱 넓혀주었다.

 

이를 테면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에서는 모든 가치를 숫자로 표시하는 공리주의자가 나온다. 숫자가 절대적인 가치가 된다는 것은 숫자화되지 않은 것에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결과 모든 정책은 수치화되고 비용과 편익이라는 지극히 계산적인 도구외에는 염두에 두게 되지 않는다. 흔히 파업이 발생하면 몇 억원의 손해가 발행하느니 어떤 시설을 새로 지으면 얼마의 경제효과가 일어난다는 따위의 근거없는 근거들을 보라. 실업으로 생계의 위협은 자존감까지 떨어져 자살충돌에 시달려 다리위를 방황하는 가장의 굽은 어깨는 그 어느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도로가 건설됨으로써 고향마을이 두쪽 나 땅 소유자와 그렇지 않는 사람간에 철천지 원수가 되는 상황 또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김영란은 소위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일수록 어떤 제도 혹은 정책으로 영향받게 될 사람들의 처지에 공감 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공감이란 지배세력이 아주 좋아하는 법과 원칙의 차별적 적용이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하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학 서적만 읽을 게 아니라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시와 소설도 함께 보아야 한다. 그 쓸모없음이야말로 진짜 쓸모있음을 알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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