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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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다. 친가와 외가를 오고가는 숨가쁜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다행히 서울과 인천이리 오고가는데 열 몇 시간 걸리는 고충은 없었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다. 이런 날은 피곤함에 일찍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서평 하나쯤 남기고 싶어  가장 인상깊었던 책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냈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이 책은 의외로 유시민의 소개로 보신 분들이 많다. 구체적으로 그가 쓴 책에 소개되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모순된 감정이 들었다. 유시민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빼어난 책을 놓칠 뻔 했다는 좌괴감과 이렇게라도 읽었다는 다행스러움.

 

저자는 예슬이 되는 삶의 순간을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남편과 사위로 오늘 하루 그럴듯하게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 너스레도 떨고 맞장구도 치고 살갑게도 굴고. 평소의 나와는 거리가 먼. 과연 나는 이중인격자인가?

 

아니다. 두 모습 모두 나이다. 마치 몸을 자연스레 파도에 맡긴 것처럼. 때로는 거세 파도에 휩싸여 몸이 휩쓸려가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좋아 다시 한번 타지 뭐 하고 다짐을 한다. 이런 삶과 예술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설날의 일상을 파도타기에, 그것고 말로만 듣고 하번도 해보지 못한, 에 비유하는 것이 바로 문학적 비유다, 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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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분위기 (2disc)
조규장 감독, 문채원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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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힘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영화가 감독의 자식이라고는 해도 자식을 낳는 건 역시 배우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관객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배우 자체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문채원은 예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영화속 캐릭터에 완전히 몰두하기 보다 자시의 얼굴에 신경쓰는 느낌이 언뜻언뜻 들어서다. 손예원도 이 과이긴 한데. 아무튼 내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있다. 하룻밤 즐기기 위해 만난 남자를 대하는 문채원의 태도에서 과도한 즐거움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그 처지였다면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함께 잠자리를 하고 나서는 기쁨에 휩싸이면서도 어쩌지하는 걱정 때문에 도리어 표정은 싸늘하게 식어야 마땅하다. 미안하지만 문채원은 그 미묘한 감정을 전혀 얼굴에 담아내지 못했다.

 

<외출>에서 남편의 외도에 복수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배용준과 하룻밤을 보낸 손예원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어떻게 바로 다음날 배용준과 바닷가 산책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손가락에 결혼반지까지 끼고. 배용준을 맞이하기 전 살짝 반지를 빼서 탁자에 올려놓았더라면 훨씬 관객의 공감을 더 얻었을 것이다. 

 

이 모든 디테일 없음이 용서받는 이유는 두 여배우 모두 무척 예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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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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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가장 큰 금기는 권위다. 무엇인가를 느끼기 전에 권위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 문학상이라는 후광을 업고 알려진 소설가다. 이 상은 작가에게는 영광이자 장애다. 스스로는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평생 읽기만 하고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작가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한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크면 저럴까라는 연민의 감정이 들다가도 팔자 한번 늘어졌네라는 비아냥을 하게도 된다. 나는 반반이다. 글의 원천은 영감일 수도 있고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곧 책을 읽는 일이 반드시 글쓰기의 근본이 된다거나 반드시 많은 경험을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글이란 대단한 동시에 평범한 것이다. 반드시 위대한 문학작품을 읽었다고 해서 큰 감동을 받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신문지에 끼어 들어온 광고 전단지의 문구를 보고도 충격을 받을 수 있는게 글이다. 만약 뭔가 남들이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글에서만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불행하게도 오에의 글은 권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원초적인 자아는 외면한 채 글 속에서만 의미를 찾고 있다. 하루키가 글쓰기도 소중하지만 밤늦게 일을 마치고 재즈 음악을 듣고 마라톤을 뛰고 난 후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기쁨을 똑같이 귀하게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그는 전후세대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니 이해는 한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을 과장하여 풀어놓고는 마치 가르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작가는 늘 호기심 천국이이야 한다. 제목이 괜히 근사해 보인다고 내용까지 훌륭한 건 아니다. 독자 여러분 겉멋 든 타이틀에 절대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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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정의 -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마사 누스바움 지음, 박용준 옮김 / 궁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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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정의>는 대법관 출신 김영란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책이다. 적어도 내게는. 이른바 선진국이 부러운 이유는 전문 분야가 골고루 인정받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권력이 최고 자리에 틀어잡고 모든 영역을 아래로 거느리는 시스템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다. 

 

감영란은 소설 읽기가 취미였다. 왠지 드러내기 부끄러운 느낌이었을 것이다. 무슨 법관이 소설 나부랭이를. 그는 편견에 맞서기보다는 뭔가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시적 정의>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시나 소설은 그저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특정 제도의 지배 아래 있게 되면 이런 저런 영향을 받아 혜택이나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최순실같은 인간이 판을 치고 다녔겠는가? 대통령 혼자 독재를 휘두르지 않도록 철저하게 견제와 균형을 하는 제도가 자리 잡았다면 그런 일들이 벌어졌겠는가?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운영하는 사람들의 나약한 두려움 때문인가?

 

우리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서 수많은 스토리가 얽히고 설켜 있음을 본다. 욕망, 배신, 분노.  모두가 법적 처벌을 원하다. 박사모를 제외하고는.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과연 법적 처단만으로 그들의 죄는 면제받을 수 있는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벌어졌던 그들의 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때 필요한 것이 문학적 상상력이다. 그들이 저지른 죄를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두고두고 교훈이 될 수 있도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반영한 시나 소설을 생산해내야 한다.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이 위대하고도 비참했던 대영제국 초기의 모습을 영원히 기록하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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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
이석훈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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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가 한참 현역으로 활동할 때도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실력에 비해 과대포장된 느낌이랄까? 가수의 영역을 넘어 배우로까지 활동하는 것을 보고는 내 편견을 확신으로 굳히게 되었다. 황정민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그런 배우쯤으로 주연보다는 조연이 어울리는.

 

어느날부턴가 두 사람은 주연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특히 황정민은 이 정부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국제시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약간 어눌하면서도 선한 인상덕이라고 하는데 글쎄?

 

교육방송에서 틀어주는 <댄싱퀸>을 보다 하도 졸려 끝부분 약 15분 가량을 보지 못했다. 결말이야 뻔하겠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디브이드를 빌려 다시 보았다. 대학시절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자는 알고 보니 초등학교 동창. 우여곡절끝에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남편은 인권변호사로 아내는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다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시장과 걸그룹으로 진출하게 되는데.

 

설정이 너무 뻔해 어떻게 스토리를 이끌어갈지 지켜보았는데 결과는 꽝. 그저 그런 신파로 흐르다가 결국은 해피 엔딩. 정치든 가수세계든 피상적으로 접근할 뿐 실제 갈등 구조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보는 내내 우롱당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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