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이승편 상.하 세트 - 전2권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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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호민 작가를 <무한도전>을 보며 처음 알았다. 동자승같이 생긴 얌전한 스타일이었다. 기회가 되어 드디어 그의 데뷰쟉인 <짬>을 읽고 나서 어디 한번 더 하는 심정으로 <신과 함께>를 보았다. 영화화가 결정되고 유명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작품인지는 몰랐다.

 

어느 한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예술가들이 있다. <짬>이 재미있는 만화이긴 하지만 <신과 함께>와는 크나큰 간극이 있다. 대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작가의 말로는 <인간극장> 재방송을 보다 영감을 얻어 이런 저런 자료를 모아 연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정말 대단한 학자도 하지 못할 업적을 이루어낸 것일까?

 

<이승>은 저승편에 이른 이야기로 무대는 재개발 동네다. 철거로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집을 지키려는 각종 신들과 망자를 데려가려는 차사들간의 갈등이 고조된다. 그 가운에 용역 깡패가 등장하여 이야기 전개를 완전히 바꾸는데. 딱 보는 순간 용산재개발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흘러 흘러 어렵사리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들에게 번듯한 아파트단지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주호민은 토속신앙과 불교신을 적절히 배합하여 놀라운 스트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한 이분법 구조나, 섣부른 정의를 부르짖기 보다 죽을 사람은 결국 죽고 힘센 사람은 결국 이간다는 사실을 비정하지 않게 잘 표현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신과 함께>를 보며 작가의 빼어남에 감탄했다. 스토리는 물론이고 그림 실력이 그다지 빼어나지 못함에도(?) 마치 영화의 컷처럼 느껴지도록 생동감이 넘쳤다. 더불어 그의 철학인지도 모르겠지만 처절한 장면에서도 그럴 수 있지, 라는 투의 데면데면하게 묘사하는 실력에 또한번 놀랐다. 결국 유일한 희망인 아이마저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도 천진난만하게 그럼 가지 뭐 라고 말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치열한 상황에서도 조용한 유머가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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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능 - 인간과 기계의 미래 생태계
케빈 켈리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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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책상위의 잡다한 물건들을 싹 채우고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다 읽기 전까지는 이 방을 나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는 이 책을 기후변화 문제를 조금 더 깊숙하게 읽기 위해 선택했다. 지구온난화가 현실이 된 지금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문명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그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책은 단지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인류문명 전체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우리는 이미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왔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몇 몇 현상은 단지 초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꿈꾸었던 미래 사회가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세계아닌가? 2020년이 되면 공중부양 자동차가 다니고 달나라쯤은 손쉽게 왔다갔다하고 인간보다 더 많은 수의 로봇들이 사람들의 시중을 들 거라는 만화를 진짜로 믿었는데. 아니면 정 반대로 핵폭탄이 터져 인류는 멸망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인간들은 매케한 공기속을 떠다니며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어 연인 살육잔치를 벌인다거나.

 

대체 그 미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고작 인터넷이 생기고 불편하기 짝이 없게 첨단인양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이지페이에나 열광하는 정도. 내가 상상하는 미래에서는 적어도 탈부착이 가능한 휴대용 컴퓨터와 홀로그램 통화 정도는 가능했어야 하는데.

 

케빈 켈리는 성마른 나를 달랜다. 워 워 흥분하지 말라고. 기술은 누적적으로 발전하는게 아니야. 서서히 아주 서서히 스며들다가 어느 한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노키아나 블랙베리가 망할 줄 누가 알았겠나? 아이폰이 나오며 죄다 휩쓸려 가버렸잖아. 다행히(?) 삼성은 반도체 기술력 덕분에 벼랑끝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모든 걸 지금의 잣대로 함부로 판단하면 안돼, 제어하려고 해서도 안돼. 강물을 막아 댐을 만들어 물길을 끊는다고 헤서 그게 얼마나 갈 것 같은가? 언젠가 터져버려. 차라리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예측하려 하지 않는게 낫지? 미래가 더디와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마. 어차피 온다구. 비록 당신히 원하는 방향은 아니더라도. 중요한 건 통제 불능 상화에서 유연하게 살아남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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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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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두 권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 권은 짬짬이 읽고 또 다른 한 권은 보관하겠다는 것이니까. 그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뜻이겠지. 내게는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그랬다.

 

그의 뿌리는 철저하게 인문학이다. 건물을 보든 사랑을 논하든 여행을 느끼던 일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펼치든 생각할거리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언제가 미술에 대해서도 그의 장기가 발휘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에서 미술사 연대기가 유명 작품 해설을 원했다면 절대 구매하시지 말아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은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시간이나 떼울겸 혹은 여자 아니면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정장과 하이힐을 신고 아는척하며 돌아다니는 분들께는 그림은 절대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러나 직장에서 짤려 갈곳이 없어 막연한 마음에 들른 공짜 미술관에서 마주한 괴상망칙한 현대예술작품이나 서너시간 이상 줄을 서고도 인파에 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모나리자를 기웃거리는 여러분께는 친절하게 위로의 마음을 전달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많았어요. 잠시라도 나를 보면 평안하시길.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래 저래 삶에 지쳐 남들이 다 본다고 하니 나도 간다는 식으로  찾은 서울시립미술관의 고흐 전시관. 너무도 익숙해서 별 것 없어 보인다는 편견을 깨트린 날 그림의 생생한 붓터치에 나는 할말을 잃고 십여분 이상 꼼짝없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덧붙이는 말

 

개인적인 취향은 현대예술이다. 그 낯설음이 좋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금세 익숙해져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이다. 반대로 뭔가에 친해지려고 하면 빠르게 변해 어디 정을 붙이지 못한다. 그럴 때 낯선 현대미술을 마주하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생경함이 어딘가 적응하지 못하고 붕 떠있는 당신을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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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7-07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림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요. 사람과 달리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남은 짤막한 시간을 그림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 상대방과의 대화를 위해 그림을 공부하는 모든이들에게 그림은 언제나 친구가 되어줄겁니다.

카이지 2017-07-0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좌충우돌 펭귄의 북 디자인 이야기
폴 버클리 엮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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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근무할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은 책 표지다. 여러가지 시안을 두고 고민하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여러 버전의 표지를 책에 쒸운 다음 서점에 가서 진열대에 슬그머니 놓고 어느 표지가 눈에 뜨이는지, 손님들이 어느 책을 집어 드는지 몰래 관찰하기도 한다. 그만틈 책 표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펭귄은 값싼 페이퍼 북의 대명사이지만 북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펭귄 로고 자체부터 특이했다. 도서 브랜드를 펭귄으로 한다고. 초창기에는 반대가 심했지만 이제 펭귄은 명실상부하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책은 펭귄이 책 디자인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와 상의하며 책 내용에 부합하는 표지를 선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타이포(글자체)나 간격에도 강박에 가깝게 심형을 기울인다. 다른 듯 하면서도 이 책은 펭귄이다라는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전담 북 디자이너가 있었다. 영미판 소설은 칩 키드. 에세이는 안자이 식으로.  일부의 혹평도 있었지만 그가 지금처럼 오래 소설가로 살아남은 이유에는 일관된 디자인 덕도 컸다, 고 생각한다.

 

우리 상황은 다소 다르다. 물론 훌륭한 북 디자이너가 많지만 작가와 출판사간에 균형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구체적으로 출판사가 슈퍼 갑이고, 디지이너가 울트라 을, 작가가 힘없는 을인 경우가 많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해도 북 디자인에 관여하기는 힘든 구조다. 작가의 역량 문제도 있지만 쓸데없는 간섭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특정 작가라면 떠오르는 북 디자인이나 일러스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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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 담백 군대 이야기
주호민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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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는 까도 까도 계속 알맹이가 나오는 밤톨이다. 적어도 군대를 마친 사람에게는.

 

주호민이라는 작가를 정하고 그의 만화를 차례차례 읽어나가고 있다. <짬>은 그의 데뷰작이다. 초창기 작품은 여러가지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출발이다. 내 소감은 착함이다. 군대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주호민은 선함을 무기로 인간애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제대한 군대쪽으로는 오줌도 갈기지 않겠다는 심보가 아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군대 또한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희한한 건 어느 시대나 군대는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침상이 바뀌고 전투복이 개량되었더라도 군대 정문을 통과하면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부대를 감싼다. 2000년대 군을 다녀온 주호민 작가에 비하면 한참 전에 군 경험을 했지만 신병훈련소, 점호, 유격, 혹한기, 짬밥, 건빵. 뽀굴이, 휴가, 말년 등의 단어들은 변함이 없다. 

 

군대의 경험은 강렬하기 마련이다. 젊은 시절 약 2년 가량을 같은 옷을 입고 뒹구는 집단 체험의 힘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공감을 얻기 힘들다. 제각각의 렌즈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다 자기가 제일 고생했다지. 참고로 내 주특기는 탄약이었었는데, 탄약이야말로 생사를 넘나다는 극한 상황에서  ... 아아아 그만.

 

주호민은 누구나 겪었지만 아무나 말하기 힘든 군 경험을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군인들도 주말에는 쉬고 농땡이도 피우고 장난도 치는 존재라는 걸. 그러면서도 할  때는 정말 제대로 하는 멋진 사나이라는 것을.  

 

덧붙이는 말

 

여러 에피소드에 공감했지만 특히 첫 휴가 복귀하며 부대 정문앞에서 느끼는 절망감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정말 지옥의 문이 있다면 꼭 그랬으리라. 아무 것도 모르고 군대를 들어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 이미 군대란 어떤 곳이라는 맛을 봤기에 더더욱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그러나 제대를 하고 군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마냥 기쁘지많은 않은 막막한 느낌은 또 왜 생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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