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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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두 권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 권은 짬짬이 읽고 또 다른 한 권은 보관하겠다는 것이니까. 그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뜻이겠지. 내게는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그랬다.

 

그의 뿌리는 철저하게 인문학이다. 건물을 보든 사랑을 논하든 여행을 느끼던 일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펼치든 생각할거리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언제가 미술에 대해서도 그의 장기가 발휘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에서 미술사 연대기가 유명 작품 해설을 원했다면 절대 구매하시지 말아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은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시간이나 떼울겸 혹은 여자 아니면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정장과 하이힐을 신고 아는척하며 돌아다니는 분들께는 그림은 절대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러나 직장에서 짤려 갈곳이 없어 막연한 마음에 들른 공짜 미술관에서 마주한 괴상망칙한 현대예술작품이나 서너시간 이상 줄을 서고도 인파에 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모나리자를 기웃거리는 여러분께는 친절하게 위로의 마음을 전달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많았어요. 잠시라도 나를 보면 평안하시길.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래 저래 삶에 지쳐 남들이 다 본다고 하니 나도 간다는 식으로  찾은 서울시립미술관의 고흐 전시관. 너무도 익숙해서 별 것 없어 보인다는 편견을 깨트린 날 그림의 생생한 붓터치에 나는 할말을 잃고 십여분 이상 꼼짝없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덧붙이는 말

 

개인적인 취향은 현대예술이다. 그 낯설음이 좋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금세 익숙해져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이다. 반대로 뭔가에 친해지려고 하면 빠르게 변해 어디 정을 붙이지 못한다. 그럴 때 낯선 현대미술을 마주하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생경함이 어딘가 적응하지 못하고 붕 떠있는 당신을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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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7-07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림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요. 사람과 달리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남은 짤막한 시간을 그림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 상대방과의 대화를 위해 그림을 공부하는 모든이들에게 그림은 언제나 친구가 되어줄겁니다.

카이지 2017-07-0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