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 담백 군대 이야기
주호민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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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는 까도 까도 계속 알맹이가 나오는 밤톨이다. 적어도 군대를 마친 사람에게는.

 

주호민이라는 작가를 정하고 그의 만화를 차례차례 읽어나가고 있다. <짬>은 그의 데뷰작이다. 초창기 작품은 여러가지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출발이다. 내 소감은 착함이다. 군대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주호민은 선함을 무기로 인간애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제대한 군대쪽으로는 오줌도 갈기지 않겠다는 심보가 아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군대 또한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희한한 건 어느 시대나 군대는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침상이 바뀌고 전투복이 개량되었더라도 군대 정문을 통과하면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부대를 감싼다. 2000년대 군을 다녀온 주호민 작가에 비하면 한참 전에 군 경험을 했지만 신병훈련소, 점호, 유격, 혹한기, 짬밥, 건빵. 뽀굴이, 휴가, 말년 등의 단어들은 변함이 없다. 

 

군대의 경험은 강렬하기 마련이다. 젊은 시절 약 2년 가량을 같은 옷을 입고 뒹구는 집단 체험의 힘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공감을 얻기 힘들다. 제각각의 렌즈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다 자기가 제일 고생했다지. 참고로 내 주특기는 탄약이었었는데, 탄약이야말로 생사를 넘나다는 극한 상황에서  ... 아아아 그만.

 

주호민은 누구나 겪었지만 아무나 말하기 힘든 군 경험을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군인들도 주말에는 쉬고 농땡이도 피우고 장난도 치는 존재라는 걸. 그러면서도 할  때는 정말 제대로 하는 멋진 사나이라는 것을.  

 

덧붙이는 말

 

여러 에피소드에 공감했지만 특히 첫 휴가 복귀하며 부대 정문앞에서 느끼는 절망감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정말 지옥의 문이 있다면 꼭 그랬으리라. 아무 것도 모르고 군대를 들어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 이미 군대란 어떤 곳이라는 맛을 봤기에 더더욱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그러나 제대를 하고 군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마냥 기쁘지많은 않은 막막한 느낌은 또 왜 생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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