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어머니 여신 : 사라진 여신들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11
장영란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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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도 여기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는 처음에는 단순히 비유적인 신의 이미지가 나중에는 특정한 종교 경전 속에 문자로 정착되면서 이데올로기화된다는 것이다. 가령 '하느님 아버지'라는 단순한 표현도 오랜 세월 동안 문자화되면서, 우리는 신 존재를 '남성적' 이미지로만 떠올리게 된 것이다. 또한 최초의 여성 '이브'에 대한 묘사가 인간 존재에 대한 비유적 설명으로 인식되지 않고 여성의 일반적 특징으로 왜곡되어 '여성은 열등한 존재'이거나 '여성은 악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이천 년 이상 팽배해왔다.-7쪽

종교가 신을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아버지로서 배타적으로 규정하며 문자의 힘을 또 하나의 절대적인 권력으로 맹신할 때 인간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쉽게 자신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 왜, 신은 아버지여야만 하는가? 특히 그것이 유일신인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상징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기 확장의 법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상징의 의미보다는 상징 자체가 가지는 형식적 틀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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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1-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도그마라는 영화를 보면 여자가(우린 아줌마라 부르는데 ^^;;) 하느님 역할을 하지요.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그림을 보면 아들을 껴안는 아버지의 손이 하나는 아버지손으로 또 하나는 어머니 손으로 그려졌지요. 그 그림속의 아버지가 하느님의 이미지인데 여성성과 남성성을 지니신 하느님을 상징적으로 그린거라고....

생각나서 써봐요.. ^^

숨은아이 2004-11-2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최근 영화야 그렇다 치고, 렘브란트의 그림 이야기는 놀라운데요.

릴케 현상 2004-11-23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처음에는 신은 여성이었잖아요? 남성신은 애초에 없었다는 말도 있더군요.남녀 평등의 신이 아니라^^ 신의 속성을 여성에서 찾으니까요? 태초에 동물신들 혹은 자연신들의 신성은 생산성에 있었고, 인간으로서 그런 자연신의 생산성을 연상시킬 수 있는 건 여성밖에 없었던 거죠. 그러다가 남성이 남성신을 내세우게 될 무렵에 와서야 인격신이 등장하게 된다는 주장이 있더군요. 자연신이 인격신으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 지금에와서 신이 남자냐 여자냐 하는 것도 우습지요

숨은아이 2004-11-2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이 책은, 태초에 신은 남성성 여성성 나뉠 것 없이 그 자체로 신성했는데, 왜 오늘날의 우리는 "신"이라 하면 수염 달린 남성을 떠올리는지를 문제 제기하는군요.
 

헌혈하기 어렵당.. ^^* 2004/11/16 16:32

 

 

각시가 헌혈증이 필요하대서, 헌혈의 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학생들도 있고,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 좀 기다려야 했다. 이런 기다림이라면 즐거운 기다림일 게다.

 

문진실로 들어가는데, 포스터 한장이 눈에 들어온다.

(문진실은 헌혈 전 이것 저것 묻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검사실이라고 하면 어떨까 ? 어려운 한자말보다는 낫지 싶다)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어라 ~ 

 

마침 주머니에 정액권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지만, 오늘 지갑을 집에 두고 나왔다.

 

사무실이 이 근처인데, 전화로 확인하면 안될까요 ?

안됩니다. 사진이 있는 신분증으로 본인인지를 확인해야만 됩니다.

 

어쩔 수 없었다.

난 사무실로 다시 들어와서, 신분증이 될 만한 것을 찾았다.

참, 자격증에 사진도 붙여 있지. 그걸 찾아 들고 다시 갔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헌혈을 2년 전에 하셨네요.

네, 작년에 수술이 있어서요. 전신마취를 했거든요.

(건강검진부터 해서 대략 1년 6개월 동안 헌혈을 할 수 없었다)

(무슨, 어쩌고 저쩌고, 좋은 일, 별일..그렇게 몇마디가 오갔다) 

 

헌혈대에 누우니, 알림판을 하나 준다.

(그 판에는 헌혈을 한 다음, 받고 싶은 게 적혀 있었다)

 

뭘 원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피를 뽑고 나서, 상품권을 받아 들고 나왔다.

가격이 2500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가격의 상품권은 처음이다.

순간, 헌혈을 대여섯번 하면, 내가 보는 책을 한권은 사겠다 싶었다.

한번 해 볼까나 ~~~~~

 

녹차를 마시다가 유리문에 붙은 또 다른 포스터를 보았다.

탤런트 김명국씨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아들이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고, 그는 조혈모세포기증운동에 열심히 참여한다).

 

그 포스터를 보니 문득 덜이님이 생각난다. 

덜이님이 잠시 칼럼을 접었지만,  내 경험담에 처음으로 답해준 분이다.

(덜이님은 각막부터 모든 장기를 사후에 기증하기로 해 주셨다)

물론, 덜이님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지, 어찌 나 경험당 때문이겠는가만은.

그러나, 나도 성과 있음을 자랑해야 하니 덜이님도 너그러이 봐 주시리라.

 

어느 곳에 가던 늘 있는 쵸코파이는 그냥 두고 왔다.

하나 먹고 올걸. 지금 배고 고프네. 에고~ 배고파라.

 

신분증은 꼭 가지고 다니자.

헌혈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 있으면 안되니까.

그리고, 헌혈 하자(헌혈의 집/헌혈차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그리고, 상품권 받아서 책도 많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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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11-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진표에 그런 게 있었나요? 흐미, 늘 무심히 작성했는데, 그랬던가요?

숨은아이 2004-11-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헌혈한 지 오래돼서 그런가, 몰랐네요. *.*

로드무비 2004-11-2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남편분 멋지네요.

천생연분인 듯.^^

진/우맘 2004-11-2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그렇네. 그 대목을 인권침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쩝. 씁쓸해라.

그나저나 숨은아이님 옆지기는 너그럽기도 하네요.^^ 저는 2500원짜리 도서생활권을 보고 에게게~ 야박하다며 속으로 투덜댔는데.^^

숨은아이님이 뺏아서 알라딘 적립금으로 전환하세요. 그 편이 더 쉽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

숨은아이 2004-11-2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 그런가요? 맨날 투닥거리는데... 자기가 말할 때 끼어들면 화내고... 흑흑.

진/우맘님 : 아, 전환도 가능한가요? 뺏어야겠군요. ㅎㅎ

chika 2004-11-2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헌혈얘기 나올때마다 뜨금해요... 어릴때부터 어지럼증이 있어서 헌혈에 대한 공포가 있거든요. 게다가 그 어릴때 친구 언니가 헌혈 한번 했다가 더 많은 피를 수혈받으며 병원입원했단 얘기땜에...ㅠ.ㅠ

그래서 며칠 전 헌혈증 구한단 소식 접하고 울 직원에게만 '헌혈해~'했었는데... ^^;;;

참, 글고 그 '빼앗다'란 표현은 제가 싫어해요~ 그냥 달라해서 받아 쓰시는거에 한표~

^^;;;;;

숨은아이 2004-11-2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치카님,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건강 땜에 못하는 일 가지고 가책 받으실 필요 없어요. 그럼 전 어찌 살란 말입니까~ 그리고 상품권은 제가 달라 해서 받겠습니다. ㅎㅎ 참 치카님, 헌혈의집 가면 손가락을 찔러 보는 검사를 해서, 헌혈해도 건강상 문제가 없는 사람만 채혈한답니다. 그러니 치카님도 한번 가서 검사해보세요. ;-)

숨은아이 2004-11-23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달라 해서 안 주면 뺏아버리죠 머. ^^
 

만화를 주기적으로, 혹은 일상적으로 읽는 편은 아니라서, 내가 아는(읽는) 만화의 폭은 좁은 편이다. 딴에는 그래도 어떤 만화가 나오는지 알기 위해서 만화잡지를 2~3년에 한 번씩(--;) 사서 보지만, 이런저런 숙제에 쫓겨 사는 터라, 2003년 7월 날짜를 달고 나온 [오후] 창간호는 아직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이 글을 쓰려고 [오후]를 보니 끄트머리에 “백귀야행” 한 편이 있다. 오잉? 그 앞에는 “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있다. 오, 오잉?)

작년인가, 지인에게서 “백귀야행”을 6권 정도까지 빌려 읽었다. 읽는 동안은 무서워서, 진짜 밤에 자다 일어나 화장실 가는 데도 겁이 났다. --; 말 그대로 백 가지 귀신(곧 온갖 귀신)이 밤(뿐 아니라 낮에도 -_-)에 쏘다니는 내용이니 말이다. 인형 같은 거 사기도 꺼려지고(무슨 영이 붙었을지 모른다구).

그러다 이번 10월에 역시 지인에게 11권까지 빌려 와서 읽었다. 전에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5권부터 가져왔는데, 보니 5, 6권 내용은 낯이 익었다.

그런데, 역시 좀 오싹한 기분은 들었지만, “백귀야행”은 무섭다기보다는 다정한 이야기였다. 빌려온 첫 주말에 몰아서 11권까지 다 보았지만, 재미에 휩쓸려 휙휙 넘겼을 뿐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에 한 편 두 편씩 나누어 천천히 다시 보았다. 이번에 책 임자에게 돌려주러 가서 내가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렇지? 그냥 봐 넘기기 아깝지? 한 편씩 여운을 음미해야 할 것 같지?” 한다. 그 말이 맞다.

“다정한 이야기”란 말이 강하게 떠오른 것은, 이 말이 나왔을 때다. “우리가 죽은 이를 그리워하듯 죽은 이들도 우리를 그리워하는구나...” 사람이 사람이기에 남긴 정, 미련, 여한, 그런 것이 백귀가 되고, 산 사람 마음의 빈틈을 파고든다. 귀신을 저세상으로 편안히 보내기 위해(성불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귀신의 이야기를 연민으로 들어주는 것, 그 다음에는 단호하게 끊는 것이다.

가끔 주인공인 리쓰의 할아버지, 이이지마 료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이 특히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둘 떠나보내는 쓸쓸함과 아픔, 그리고 “이 집 식구들을 위해서 살겠다”고 결심하는 애처로움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리쓰의 할머니가 되는 야에코랑 만나는 부분! 사랑스러워라. 앞으로 작가가 료와 야에코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주면 좋겠다. ^ㅂ^(역시 난 로맨스를 좋아해.)

빌린 책을 돌려주고는, 앞부분이 다 기억나지 않아 궁금한 것이 있어 1~4권을 다시 빌려왔다. 앞부분은 분명 좀더 공포 괴기스럽긴 하다. 내친김에 작가 이마 이치코(Ichiko IMA)의 다른 작품도 같이 잔뜩 빌려 왔다. “어른의 문제”는 전에 보았고, 나머지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 모두. ^^ 언제나 다 볼지.

(그런데 일본의 전통 예절일까? 이를테면 막무가내로 사돈을 맺자고 드는데 딱 부러지게 거절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려 말하는 것-보통 그래서 요마에게 걸려든다-, 신랑감에게 한쪽 팔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어쩌지, 거절하면 그 때문인 줄 알 거야. 거절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한국의 부모들이라면 바로 그 점 때문에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할 텐데. 다 그렇진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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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4-11-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귀야행... 한편한편 천천히 읽어나가야 제 맛을 느끼지요.. 다정한 만화라 하신 말씀이 정답이네요.. 만화광인 저로선 소장함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다연엉가 2004-11-2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백귀야행 너무 너무 좋아해요,

숨은아이 2004-11-2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정하는 동안 두 분의 댓글이... ^^;;; 날개님도 만화광이시군요! 글구 책울타리님 서재엔 좀 전에 다녀왔는데. ^__^
 

freerider 2004/11/17 14:30

 

 

freerider는 직역하면 무임승차자다.

 

자기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노력이나 비용으로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조합에 가입하여 조합비만 지출하고,

파업이나 기타 조합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조합이 얻어낸 성과는 그대로 누리니 뻔뻔한 사람이다.  

 

자유, 평등, 평화 등등.

누가 고민하고 누가 노력하고 누가 희생했는지를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언제부터 있었겠지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freerider일 테다.

 

 

나도, 당신도, 어쩌면 우리 모두 freerider는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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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1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 여성노조에는 가입해놓고 조합비만 내고 있다. -_-

릴케 현상 2004-11-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웅, 난 몰라요. 자유평등평화...그런 것들이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면 내가 어떤 노력을 했건 하지 않았건 부담없이 그것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뻔뻔한 건 굉장한 능력이에요

조선인 2004-11-1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산책님의 말씀이 틀린 건 아니겠지요.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을 부담없이 누려야 하는 것은. 하지만 이번 공무원 노조 파업의 참담한 실패를 보자면, 몇년후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후 오늘의 파업을 손가락질했던 이들도 당연하게 혜택을 누리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릴 거 같습니다. 전교조 파업에 돌팔매질 했던 선생들이 전교조 합법화 이후 너도 나도 조합에 가입해 이래라 저래라 어른 노릇하는 게 답답하게 여겨졌던 것처럼요.

릴케 현상 2004-11-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나쁜놈들의 시대인거죠 뭐-_-

숨은아이 2004-11-1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마땅히 부담 없이 저절로 누려지는 게 아니라서 문제지요. 누군가 피투성이가 되지 않으면 아무도 누릴 수 없었던 거라서... 그래서 문제지요.

진/우맘 2004-11-1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조합비만 내고.....무임승차....뜨끔뜨끔 뜨뜨끔....ㅡ.ㅡ;

릴케 현상 2004-11-1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라요 나는 무임승차할 거예요. 공포의 외인구단의 오혜성처럼 열차에서 뛰어내리게 되더라도 할 수 없죠

숨은아이 2004-11-1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 누구나 활동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관심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게 좋겠는데... 저도 영... --;;

속삭이신 님 : 아, 그러시구나... 속상해하지만 마시고, 작은 일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아 주는 정도 일이라도 하시면 어떨까요? ^^

자명한 산책님 : 열차에서 뛰어내리긴 왜 뛰어내리세요. 승무원한테 요금 내면 되죠.
 

그들이 던진 한마디.. 2004/11/17 17:34

 

 

 

노무현은, 민주노총을 향해 "그들만의 노동운동" 세력이라고 했다. 노무현이 그런 말을 한 것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서 그렇게 말했다. 노동행정 책임자인 김대환은 노동운동이 과거 민주화운동에 편승해 성장했으며, 대기업 노동자들은 그렇게 편승으로 과도하게 그 성과를 챙겨 먹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장관이 아니라 한 사회과학자로 보아도 자기 말은 틀림이 없다 했다.  

 

그들의 말이 대기업노조를 비판하고 또 일부가 가진 의식에 대한 말이기에 그 범위 안에서는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들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말로 보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다.

 

먼저, 따져 보아야 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힘을 갖지 못하고 권리 찾기를 못한 것이 민주노총만의 책임인가 하는 점이다. 언제 해고될지, 언제 파견계약이 해지되어 일자리를 잃게 될지 전전긍긍하며, 적은 임금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한 책임이 모두 민주노총에게 있는가 ?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자기 권리 찾기를 싫어할까 ? 그들은 힘도 없고 빽도 없어 그런 생각 아예 접고, 적은 임금에도 먹고 살기 위해 더러운 꼴 다 보더라도 참고 산다. 그리고, 노조만들고, 또 다른 방법으로라도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 즉 헌법, 민법, 노동관계법에서 그렇게 주구장창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대등한 계약과 자유로운 계약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지 그들이라고 모를까 ?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안다. 잘리고 길거리에 나앉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 안다. 누구한테 하소연해 봐야 들어줄 사람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또 참고 산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는 낫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을 들여다 보면, 노무현과 김대환이 함부로 지껄여도 될만한 그런 노조 많지 않다. 노동자 연대 관점을 포기한 몇몇 대기업노조나 집행간부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없는 노조는 당장 민주노총을 떠나라고 나도 말하고 싶다. 그러나, 민주노총에는 그렇지 않은 노조가 더 많다. 비정규직 노조도 많고, 소수 조합원이 있는 노조도 많다. 노무현과 김대환이 싸잡아 비난해서 죽여버려서는 안되는 노조가 더 많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노동법적 권리 행사를 자유로이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3권과 노동관계법상 권리를 보장받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그 권리 행사로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렵고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못하는지 대통령과 노동부장관은 그 이유를 정말 모르는가 ? 정말 이땅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기본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보는가 ? 천만의 말씀이다. 제발 대통령이나 노동부장관 정도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판은 자유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나 제대로 하고 나서 뭐라고 해라.

 

두 사람은 모두 노동법을 한번씩 읽어 보았을 테니 한두개만 적어 보자.

 

사용자는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거나 노조 활동을 하거나 단체행동을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과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잘 알 것이다(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두 사람은 위 규정이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그렇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특히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말이다.

 

당신들 같이 힘있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당신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일 수 있다. 그렇게 모든 노조가 다 씹혀서 다 힘을 잃어버릴 때가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향상이 뒤따라 오기나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된다는 가능성이 어디 있기나 한지 한번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라. 

 

그나마 민주노총을 기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전화하고 상담하고 찾아오는 노동자를 간혹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을 생각하면, 두 사람이 한 말을 생각하면 정말 열 받는다. 청와대가, 노동부가 그런 노동자를 다 만나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헌데, 언제부터 그들이 그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를 끔찍하게 생각해 주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네그려.

 

자본을 위해서는 재경부, 산자부 등이 있으니, 노동자를 위해서는 노동부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전임 장관 권기홍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노동부는 노조부가 아니라는 말로, 대화마저 하지 않겠다는 김대환의 생각은 장관도, 민주노총 내의 대기업노조에 쓴소리를 한 것은 좋다만 그 안에 있는 작은 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그리고 그나마 기댈 곳을 찾아든 노동자에게까지도 폭탄을 날린 노무현도,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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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4-11-1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답답해지는군요...

숨은아이 2004-11-1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사람의 세계는 아주 작아질 수도 있고, 또 아주 커질 수도 있다는 걸 느낍니다.

balmas 2004-11-18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퍼갈게요. 감사 ...

숨은아이 2004-11-23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이 최근 글을 자주 가져가시니 뿌듯... (그런데 다 옆지기 글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