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엇보다도 여기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는 처음에는 단순히 비유적인 신의 이미지가 나중에는 특정한 종교 경전 속에 문자로 정착되면서 이데올로기화된다는 것이다. 가령 '하느님 아버지'라는 단순한 표현도 오랜 세월 동안 문자화되면서, 우리는 신 존재를 '남성적' 이미지로만 떠올리게 된 것이다. 또한 최초의 여성 '이브'에 대한 묘사가 인간 존재에 대한 비유적 설명으로 인식되지 않고 여성의 일반적 특징으로 왜곡되어 '여성은 열등한 존재'이거나 '여성은 악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이천 년 이상 팽배해왔다.-7쪽
종교가 신을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아버지로서 배타적으로 규정하며 문자의 힘을 또 하나의 절대적인 권력으로 맹신할 때 인간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쉽게 자신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 왜, 신은 아버지여야만 하는가? 특히 그것이 유일신인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상징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기 확장의 법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상징의 의미보다는 상징 자체가 가지는 형식적 틀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12쪽